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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인증문자 팝니다” 아모레·스타벅스…한정판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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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1.02.19 09:30:26

한정판 굿즈 사러 새벽부터 장사진
온라인서 당첨되면 웃돈 얹어 거래
백화점까지 가세…중고거래소 개설

 

 

해가 채 뜨지도 않은 어스름한 이른 아침. 지난 9일 스타벅스가 ‘플레이모빌’의 추가분을 판매하기로 한 날, 마포구의 한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기하는 인원을 매장 안과 밖에 분산시켰다. (사진=선명규 기자)

 

손에 쥘 확률은 측정불가. 그런데도 밤새 줄을 서고, 그래도 얻지 못하면 웃돈을 얹어서라도 사고야 만다. 한번 꽂히면 답도 없다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닌 한정판 이야기. 작은 가능성에 큰 수고를 거는 이가 적잖은 요즘, 한정판은 하나의 현상이자 뷰티, 패션, 식음료 업계의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떠올랐다. 소수만 찍어낸 상품의 매력이란 도대체 무엇이기에 사람들을 안달나게 하는 걸까. CNB가 구매심리와 판매전략의 사이사이를 들여다봤다. (CNB=선명규 기자)
 


‘스벅 굿즈’ 사러 줄 서보니…몇분 만에 희비 갈려



지난 9일 오전 7시 3분 서울 마포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개점 시간을 고작 3분 넘겨 도착했는데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스타벅스가 독일 장난감 회사와 협업해 지난달 선보이자마자 대란을 일으킨 한정판 피규어 ‘플레이모빌’의 추가분을 판매하기로 한 날. 매장 안과 밖에는 어림잡아 30여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실내와 실외에 분산해서 기다리게 한 것이다. 한 20대 여성은 “6시 40분에 왔는데 먼저 온 사람이 많아 놀랐다”고 했다.

그래도 문 여는 시간에 어느 정도 맞춰서 왔으니 금방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영하 6도의 날씨에 밖에서 15분 가량 발을 동동 구르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이어진 기다림. 차례가 돌아오자 직원에게 가장 인기있는 모델을 묻고 ‘제니’를 구매했다. 당시 판매한 피규어는 총 네 종류로, 제이·제니·그레이스·레오다. 한정 음료 6종 중 하나와 캐릭터 한 개를 1만2000원에 살 수 있는 조건이다.

음료와 피규어를 받아들고 자리 잡은 지 5분쯤 지났을까. “제니 끝났어요” 직원이 완판을 알렸다. 그러자 몇몇은 다른 모델을 주문하고 누군가는 발길을 돌려 길 건너편 다른 지점으로 향했다. 출근길에 들렀다는 한 남성은 “아이가 꼭 제니를 사오라고 했다”며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8시에 개점하는 인근 매장 앞에 또다시 긴 줄이 똬리를 틀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무탈한 편이었다. 스타벅스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 매주 목요일 ‘플레이모빌’을 판매했는데, 서울 한 매장에서는 기다리는 사람들 간에 다툼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한정판이 나오는 날은 그야말로 격전이 펼쳐진다.

 

영하 6도의 날씨에 밖에서 추위와 싸우면서 결국 구한 '제니'. 가장 인기가 많다는 '제니'는 이날 매장이 문 연지 약 30분 만에 완판됐다. (사진=선명규 기자)

 


“당첨문자 인증합니다. 가격은 35만원”



‘한정판 일병 구하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1차 판매 대란에서 살아남은 불씨는 2차전을 일으킨다. 전장은 온라인이다.

일례가 있다. 이달 초 아모레퍼시픽은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의 명품으로 불리는 ‘오프화이트’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을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서 드로(draw·추첨) 방식으로 판매했다.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응모하는 방식이다.

예고한 발표 날짜인 지난 2일 오후 4시가 되자 당첨 여부가 문자로 돌았다. 약 30분 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난데없는 ‘인증샷’이 속출했다. 마스크 스트랩, 립밤, 화장솜 등으로 구성된 이 '프로텍션 박스'의 원래 가격은 19만5000원. 문자를 보여주면서 많게는 1.5배 이상을 부르거나 각 구성품당 5만원 가량을 받고 팔겠다는 게시물이 넘쳤다. 스타벅스의 ‘플레이모빌’ 역시 지난달 출시 직후 중고장터에서 본가격의 2.5배에서 7배 정도인 3만원부터 8만원까지 다양한 가격으로 거래됐다.

 

아모레퍼시픽이 오프화이트와 협업 제품 추첨 결과를 알리던 날 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당첨 문자 인증샷. 원래 가격인 19만5000원 보다 훨씬 높은 35만원을 부른 점이 눈에 띈다.

 

한정판이 온·오프라인을 후끈하게 달구자 최근에는 백화점도 참전했다. 롯데백화점이 영등포점을 리뉴얼해 개장하면서 백화점의 얼굴인 1층에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는 오프라인 거래소 ‘아웃오브스탁’을 연 것이다. 나오자마자 품절되는 다양한 브랜드의 인기 스니커즈와 의류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영등포점을 리뉴얼 하면서 1층에 문 연 국내 최초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소 '아웃오브스탁' (사진=선명규 기자)

 


2030세대 “굿즈가 대세”



한정판 광풍은 젊은 세대가 주도한다. 알바몬이 잡코리아와 함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21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굿즈 트렌드’ 조사 결과를 보면 81.3%가 굿즈 트렌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소수의 한정판 제품을 갖는다는 느낌이 들어서(58.8%)’, ‘선호하는 브랜드/가수 상품을 더 자주 접할 수 있어서(45.2%)’, ‘굿즈 수집이 재미있고 취미여서(37.1%)’ 등이 이유로 꼽혔다. 이들 중 74.2%는 선호하는 브랜드나 연예인의 굿즈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지갑도 거침없이 연다. ‘굿즈 구매에 얼마까지 사용 가능한지’ 묻자 ‘1만원~3만원 미만(28.6%)’, ‘3만원~5만원 미만(20.1%)’, ‘마음에 든다면 비용은 상관없다(18.2%)’ 순으로 답변이 이어졌다.

갖고 싶은 제품 앞에선 마음도 한없이 관대해진다. ‘굿즈 구매를 위해 오픈런(매장 오픈 시간 전 줄을 서서 기다림) 등 시간적 투자를 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2명 중 1명인 50.2%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판매 업체는 어떤 점에 주목해 파고드는 것일까? 신선한 이미지 구축과 향상에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많다.

실제로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1020세대 총 1698명을 대상으로 ‘굿즈 소비’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9명이 ‘굿즈’가 브랜드 이미지 및 소비 여부에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향상’이 55.0%(복수응답)’로 1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브랜드 제품 및 서비스 구매(이용) 횟수’, ‘금액 증가(41.5%)’, ‘브랜드 충성도 강화(36.3%)’ 등 긍정적인 답변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업체들은 다음 판매일자를 미리 알려 기다리게 만드는 예고제, 불확실한 가능성을 담보로 하는 추첨제를 통해 ‘사겠다’가 아닌 ‘갖겠다’라는 심리를 영리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고객을 구매자가 아닌 오랜 팬으로 만들려는 시도로 한정판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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