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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적 공분 ‘LH’…결과물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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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1.03.11 09:47:29

지난 2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발표 및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참여연대)

전 국민이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땅 투기 의혹으로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얘기다.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지구 내 약 7000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했다는 것.

이 토지들의 매입가격만 약 100억원대에 달하며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액만 약 5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LH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에 따라 토지의 취득·개발·비축·공급, 도시의 개발·정비, 주택의 건설·공급·관리 업무를 수행, 국민 주거 생활의 향상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해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현실은 이 같은 본분을 걷어차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됐다.

지난 2017년에도 LH는 사회적 지탄 대상이 됐었다. 이때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공개한 ‘한국토지주택공사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 임직원 계약현황’ 자료에 따르면, LH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LH 임직원 252명 중 234명(92.9%)이 ‘10년 공공임대(10년간 임대한 뒤 분양전환 되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중 74.4%인 174명이 서울 강남, 성남 판교, 용인 수지, 수원 광교 등 이른바 ‘노른자위’에 거주하고 있어 ‘분양전환 공공임대 아파트’로 부동산 재테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LH는 전혀 문제의식을 갖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절차상 문제가 없고 일반인보다 특혜를 준 사실이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내부 통제시스템이 허술하며 무엇보다 솜방망이 처벌에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 실제로 김은혜 의원(국민의힘)이 지난 4일 확보한 ‘2020년 12월 LH 감사결과 처분보고서 및 관련자료’에 따르면, LH는 2018년 고양 원흥지구 개발도면을 유출한 직원 3명에 대해 경고 및 주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개발정보 유출 관련자들은 해당 도면이 시중에 돌고 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본사 주관부서 및 감사실에 보고하지 않고 약 4개월 동안 유출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과천권 신규 공공주택지구 사업 후보지 유출 건’ 당시 자료 유출에 관여한 LH 직원 3명도 ‘주의’ 처분에 그쳤고, 직원 중 1명은 지난해 1월에 기존 몸담던 택지개발 부서(스마트도시계획처)에서 승진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LH에 드디어 터질 것(?)이 터진 것이다.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부동산 투기는 비단 이것 뿐 일까. 아직 밝혀지지 않는 직원들, 그리고 또 다른 관계부처는 괜찮은 것인가. 의심하기 충분하다. 현재에도 양파 껍질 까듯이 추가적인 제보가 속속 이어지고 있어 LH 뿐만 아니라 전 공직사회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부조리·부도덕이 관행으로 굳어져 처음이 아닌 듯 전혀 낯설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정부합동조사단에 이어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까지 설치해 수습에 나서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양상이지만 철저하게 해야 한다. LH 직원과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은 물론 사돈의 팔촌 지인까지 물샐틈없는 포위망과 전체 공직자의 전방위적 수사로 납득할 만한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법투기 행위자들에 대해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것. 현행 부패방지법, 공공주택특별법, 농지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등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이들 법에서는 개발 정보를 유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그리고 사익을 취할 시 7년 이하의 징역과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취득한 재산상의 이익은 몰수나 추징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직무 연관성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법 적용이 어렵다. 따라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고 무엇보다 처벌 수이도 미미한 형편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잘려도 땅 수익이 평생 버는 돈보다 많을 것”이라는 LH공사 신입직원의 조롱이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

제대로 처벌될지 의문인데 일단 핵심은 부정행위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차익환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부당이득 회수는 기본이며, 자본시장법처럼 위반행위로 얻은 이득의 최대 5배의 벌금을 물려야 한다.

백묘가 됐던 흑묘가 됐던 어떻게든 방안을 찾아내 발본색원하고, 불로소득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것이 국민적 공분에 부응하는 길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활용해 소수 특권층들만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서는 안 된다. 관행이라고 치부하는 썩은 가지를 도려내야 한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공익을 차버린 사익이 국토를 더럽히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모양새에 깊어지는 한숨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한다. 재발방지를 약속한다. 그러나 그때뿐이다. 일반기업에서 많이 봐온 패턴이다. ‘개과천선’은 이상적 단어다. 시스템이 그대로인데 해당 자리에 사람만 바뀐다고 변화와 개혁은 일어나지 않는다. 새판을 짜야 한다. 싹 다 갈아엎고 최적의 新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

불신은 또 다른 불신을 낳는다. LH가 쏘아올린 공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신뢰를 바닥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이번 조사·수사결과에 한 치의 부족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신뢰 제고의 전제조건이다. 무한정 지켜볼 아량은 없다.

일단 국민적 분노부터 잠재울만한 초강력 사후처리 행보에 시선이 가는 이유다. 이후 국민들이 받아들여줄지 말지는 추후 사정이다. 일벌백계와 납득할만한 처분, 그리고 전면적인 구조개편을 촉구한다.

각설하고, 지인 어르신 중에 부동산 관련 공기관에서 근무하다가 오래전 정년퇴직한 분이 있다. 재직 당시 선·후배 직원들이 비공개 개발정보를 활용한 불법투기 사건에 연루됐고, 그 역시 부서장인 탓에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결백이 입증돼 무혐의로 결론났다. 이후 정상적으로 재직하다 은퇴했지만, 최근 그 분은 “차라리 그때 나도 눈딱감고 저지를 걸 그랬다”고 토로했다.

 

당시 문제가 돼 법적 처벌과 징계를 받은 이들은 별다른 불이익 없이 빠르게 업무에 복귀했고, 요령껏 법망을 피한 이들도 많았던 것. 하지만 불법투기로 얻은 부는 고스란히 남아 결과적으로 이익이 됐다. 

 

잘못도 없이 의심 받은 그로서는 부정한 행동을 하고도 무탈한 선·후배 동료들을 바라보며, 자신도 그들처럼 부정을 저질렀다면 최소한 자식들에게 물려줄 부를 축적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농담반 진담반이 들어간 소회다. 주변이 모두 투기에 몰두할 때 그 흐름에 합류하지 않고 우직하게 바른 길을 걸은 점이 자랑스럽게 존중받기는 커녕 외려 후회가 되는 사회가 된 셈이다.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정직한 자들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라면 희망이 없다. “당신은 잘못 살아오신 게 아닙니다” 그분에게, 그리고 이 땅을 딛고 사는 절대다수 국민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그래야만 하고 그렇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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