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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비즈] “내 물건은 왜 제주도로 갔나” 한진 ‘택배 게임’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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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1.06.09 09:12:36

‘분류-상차-배송’ 택배 과정 손맛 체험
방향키 잘못 누르면, 다른데로 ‘오배송’
게임서만 가능…실제론 그런일 드물어

 

 

신작 게임 ‘택배왕 아일랜드’의 기본 체계는 분류-상차-배송으로 이어지는 택배 프로세스이다. 물류기업 (주)한진이 만들어서 사실적이다. 게임이면서도 다른 직업의 간접 체험과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다. (사진=선명규 기자)

 

뭐든 해봅니다. 대리인을 자처합니다. 모이지도 말고 움직임도 줄이고 마스크 없이는 대화도 금해야하는 ‘자제의 시대’. CNB가 대신 먹고 만지고 체험하고, 여차하면 뒹굴어서라도 생생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택배사가 내놓은 게임으로 물류의 흐름을 체험해봤습니다. <편집자주>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멀리서라도 보이면 벅차오르는 감정이 꿈틀댄다. 그러나 드러낼 순 없다. 그에게서 모래알만한 아주 작은 시간이라도 빼앗아선 안 된다. 다음 집의 기다림은 더욱 격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 학수고대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짐짓 본심을 숨기는 소녀팬처럼 표현은 짧게 하고 빨리 보내주어야 한다. 곳곳에 나눠줄 박스를 탑차에 가득 싣고 거리를 누벼야 하는 그는 바쁘다. 달려야 한다.

이토록 열광을 유발하는 직업인이 팬덤 강한 연예인이나 정치인 말고 또 있을까. 생면부지인데도 만나면 격하게 반가운, 또 봐도 부단히 설레게 만드는 그는 택배기사다. 환호하는 이들을 향해 달리는 그 모습이 마치 전국 투어 콘서트에 나선 스타와 같다. 이미 그는 ‘배송계 주인공’. 하지만 그런 실체없는 수식어가 아닌, 어떤 콘텐츠 속 진짜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예고 포스터를 만든다면 이런 문구를 박을 수 있겠다. ‘장르는 게임, 주연은 택배기사’
 


물류회사가 만들어 몰입도 ‘최상’



전문업체가 만들었다. 게임사가 아닌 물류기업 (주)한진이 출시한 ‘택배왕 아일랜드’이다. 분류-상차-배송으로 이어지는 택배 프로세스가 기본 체계를 이룬다. 전문분야를 게임화했기에 사실적이다.

이것은 게임이지만 다른 직업의 간접 체험이기도 하다. 로그인하는 순간 겪어보지 않은 산업현장으로 쑥 들어간다. 이른바 택배기사 일일 체험이다.

‘분류게임’은 단순하지만 그렇다고 만만히 볼 순 없다.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오는 박스들을 목적지에 맞게 이동시켜주면 된다’가 기본 규칙이다. 차량 3대가 문을 열고 기다린다. 각각 서울, 제주, 대전행이다. 세 방향으로 나뉘는 길목에서 방향키를 빠르게 눌러 각 차로 보내줘야 한다. 색이 목적지의 기준이다. 밀려드는 박스의 색상을 보고 같은 색 박스가 쌓여 있는 차로 향하게 설정해주면 된다.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방심하는 순간 자칫 ‘택배 미아’를 유발할 수 있다. 주문자가 ‘000님의 택배가 000허브에 도착했습니다’란 문구를 며칠째 보게 할지도 모른다. 방향을 잘못 설정하거나 잠시라도 머뭇거리면 오배송의 근원이 된다. 서울로 가야할 물건이 제주도로 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실수가 실제로도 발생 가능한 일일까? 한진 관계자는 CNB에 “고객이 주소를 잘못 기재한 경우가 아니라면 설비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물건이 다른 지역으로 향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순발력이 관건인데 처음 실행했을 때 쏟아지는 택배물량에 회로가 멈춰 물건을 중구난방으로 보냈다. 손에 익지 않은 탓이다. 실패하면 ‘뾰로롱’ 하는 효과음이 난다. 계속 듣다보면 “일 똑바로 해!”라는 핀잔 섞인 소리처럼 가슴에 와 꽂힌다. 작업반장에게 혼나는 기분이다. 이게 게임인지 근로현장인지 분간이 안 되는 순간, 긴장이 바짝 됐다. 집중을 하니 그제서야 실력이 뛰었다. 척하면 척으로 송장에 따라 박스를 모두 실었다. 이제 배송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 ‘상차게임’을 플레이했다.
 

사진 위부터 분류게임, 상차게임, 배송게임. 단순한 구조이나 빠른 판단과 날렵한 손놀림이 필요하다. (‘택배왕 아일랜드’ 갈무리)

 


날아드는 박스, 차곡차곡 쌓아라



박스가 앙 옆에서 날아온다. 점프해서 발아래 쌓는 게 첫 번째 절차다. 누적된 박스가 많다 싶을 때 ‘상차’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차에 실린다. 난이도는 ‘분류’보다 높은 편. 박스가 회전하면서 날아오기도 하고 속도도 다르다. 생각보다 점프 높이가 낮기 때문에 박스가 최대한 가까이 다가왔을 때 뛰는 게 팁이다. 제때 뛰지 못하면 박스에 맞고 내가 날아가 차에 실리는데, 이거 되게 약이 오른다. ‘분류게임’이 오배송 걱정 때문에 긴장감이 유발된다면, ‘상차’는 화가 나서 집중하게 된다. 둘의 차이점이 명확하다.

‘배송게임’은 일반도로를 무대로 달리는, 경주게임 형식이다. 주행하면서 차로에 있는 택배상자를 먹고, 기름이 계속 닳기 때문에 간혹 나오는 주유통도 섭취해 충전해야 한다. 조작은 좌우 버튼만을 눌러서 한다. 차선을 바꿔가며 앞서 달리는 차나 공사구역을 피해 ‘중간배송지’에 들어가 짐을 내리는 게 주요 일이다.

방해꾼이 있다. 맑고 밝다가 갑자기 어두워지며 비가 내려 시야를 흐리게 한다. 전방주시가 어려우니 조심해서 운전해야 한다. 방심의 대가는 크다. 앞차나 시설물을 들이받으면 ‘교통사고 발생’이란 문구가 뜬다. 즉시 종료다. 사고가 나면 다음은 없다.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이다.
 

실제 택배 터미널 실내 전경. 사람이 일일이 택배 배송지역을 구분하는, 게임과는 다른 모습이다. (사진=(주)한진)

 


수익금은 근로환경 개선에 사용



출시 전 충분한 사전 검증으로 질을 높였다. (주)한진은 지난 4월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게임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게임대회를 개최해 게임에 대한 노하우와 개선사항에 대한 의견을 접수 받아 완성도를 높였다. 이 회사는 추후 물류 세계관을 넓혀 ‘항만 게임’과 ‘포워딩 게임’도 선보일 계획이다.

재미가 전부는 아니다. (주)한진 측은 “택배게임은 새로운 사업이나 수익성 목적이 아니다”며 “게임 내 광고유치를 통해 얻는 수익금을 택배기사의 근로환경 개선에 사용해 택배종사자와 상생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10일 출시된 ‘택배왕 아일랜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받을 수 있는데, 8일 기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만 1만회 이상 다운로드되며 순항하고 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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