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이준석 신당’ 출범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소위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네 사람이 전격적으로 만난 것으로 확인돼 이들의 신당 합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최근 자신의 SNS에 전당대회 당시 ‘천아용인’이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그때 그 각오, 그때 그 마음으로”라는 글을 올렸으며,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여러 갈래의 길이 있을 때는 항상 국민을 보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천아용인’과 이 전 대표가 함께 만난 사진을 공유하며 “지난 11일 만나서 이야기했다. 앞으로의 작전이 이해가 간다”고 밝혔고, 이기인 경기도 의원은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발언을 인용했다.
이들은 지난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가 강력하게 지지했으나 4명 모두 당 지도부 입성에 실패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이 전 대표의 우군으로 남았으며, ‘이준석 신당’의 실체가 가시화되자 지난 11일 동대문구 허 의원 지역 사무실에 모여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계획과 전략을 4시간에 걸쳐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논의에서 이 전 대표는 오는 12월 27일로 못 박은 바 있는 창당 시간표를 비롯해, 수도권에 기반을 두면서 영남권에도 최소한 지역구 후보 30여명 출마시키겠다는 총선 권역별 전략과 또한 신당 창당 시 참여를 저울질하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과의 소통 상황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참석자는 13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요즘 연락하고 있는 현역 의원들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이들이 (총선 시) 권역별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을 두고 구체적인 의견을 밝혔다”며 “누가 봐도 ‘비윤석열계’ 인사가 아니고 TK 등 영남권 현역 의원들과의 소통 상황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인사는 “당내 (친윤석열계) 주류라고 불리는 일부 인사들도 (이 전 대표에게) 연락해, 이대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고 한다”면서 “(천아용인 가운데) 이 전 대표의 밑그림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고, 방향성에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천아용인’ 참석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이 전 대표의 신당은 0석’(김병민 최고위원), ‘광팔기 수법’(박정하 수석대변인)이라며 연일 내놓은 ‘이준석 신당’을 겨냥한 국민의힘 내 부정적 전망에 맞서 국민의힘 현역 의원과의 접촉 사실을 공개하며 압박하고 추가 합류 가능성 있는 인사들에 대한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이번 주부터 TK와 PK(부산·경남) 현역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혀 내년 총선 때 보수 중심부를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물론, 아울러 13일 순천 방문, 19일 광주 토크콘서트를 통해 국민의힘의 불모지인 호남에서의 외연 확장도 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1996년 대구는 이미 다른 선택을 했던 적이 있다”며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롤모델 사례’로 직접 밝힌 바 있다. 지난 1995년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의 총재였던 김종필(JP)은 당에서 퇴진 압박을 받자 측근인 공화계와 탈당해 자민련을 창당해 이듬해 15대 총선에서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13석 중 8석을 휩쓸며 2석을 얻는 데 그친 여당인 민자당을 압도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당시 자민련과 이준석 신당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에 비교적 호의적인 홍준표 대구시장도 “(자민련 돌풍은) YS 정권 출범 당시 대구에 설립 예정이던 삼성 상용차를 부산으로 가져 간 데 대한 반감과 중심인물로 (TK 출신의) 거물인 박철언 전 장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준석은 대구와 전혀 연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전 대표는 오는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이언주 전 의원과 토크콘서트를 열어 민주당 본진을 파고드는 호남의 서진 정책도 꾀하고 있다. 특히 이 행사엔 이용섭 전 광주시장이 축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과연 그 파급력이 어느 정도 될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