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의 탄핵안 재발의를 두고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안 재발의 추진이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하는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잘못된 법 해석’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여야가 충돌하면서 ‘방송 3법’과 ‘노란봉투법’에 이어 또다시 헌법재판소에서 정당성 시비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국회법 92조는 부결된 안건을 같은 회기(9월1일~12월9일) 중에 다시 발의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국민의힘은 지난 9일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순간, 안건이 상정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철회하려면 본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주 헌법재판소에 김진표 국회의장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탄핵안 재발의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특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지난 10일 김 의장에게 탄핵안 철회서를 제출하고, 김 의장이 철회서를 결재한 것 자체가 국회법 위반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아울러 가처분 신청을 통해 민주당이 같은 탄핵안을 정기국회 내 재발의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탄핵안은 보고된 순간 일정한 법률적 효력이 발생하고 의제가 된 것”이라며 “민주당이 갑자기 본회의 동의를 거치지도 않고 철회하겠다면서 스스로 철회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회의장은 이를 결재하며 동조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같은 당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탄핵으로 힘자랑하고, 방통위의 정상적인 업무를 마비시킨다면 그것이 바로 ‘방송장악’ 기도”라며 “애꿎은 방통위원장을 탄핵하고 방통위 업무를 방해한 그 무도한 행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법 90조는 ‘의제’가 된 의안에 대해서만 철회할 때 본회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어, 본회의에 보고만 된 상태의 ‘의안’은 ‘의제’가 아니고 또한, 9일 탄핵안 철회는 보고된 ‘의안’을 발의자가 철회했기 때문에 일사부재의(국회법92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주장했다.
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의안, 안건, 의제에 대한 국회 홈페이지의 용어 해설부터 찾아보라”며 “이 위원장은 헌법과 방통위법, 방송법, 형법, 방문진법 등을 위반했다. 법을 위반한 공직자에 대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는데 딴지를 거는 것은 국회의 구성원이기를 포기한 행태”라고 역공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해 오는 30일 본회의에 보고한 뒤 다음날인 12월 1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탄핵안 재발의가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잘못된 주장”이라며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은 상정이 아닌 보고된 것이므로 국민의힘은 억지 주장으로 상황을 호도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이어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이 지난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계획을 철회한 것을 ‘이동관 방탄’이라고 규정하면서 “탄핵 지연 꼼수로 시간을 벌어 언론장악과 탄압 공작을 총선 전에 서둘러 매듭짓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민생을 살펴야 할 예산 정국을 ‘이동관 방탄 국회’로 만든 것”이라며 “방송장악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당내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와 민주당 소속 과방위원들도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 발의는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가짜뉴스 전쟁을 멈추라는 국회의 명령”이라며 “윤석열 정권은 언론장악 칼춤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테러 행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회사무처는 지난 10일 이 위원장을 비롯해 ‘고발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손준성 검사 등 3인에 대한 탄핵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민주당이 다시 발의할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놨으며,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국회 사무처의 짬짜미”라며 반발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