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200석에 육박하는 범여당의 중심으로 우뚝선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 후보군으로는 일찌감치 법사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당권 경쟁 도전에 나선 4선의 정청래 의원과 당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직을 차질없이 마감하고 23일 당 대표 도전을 선언한 3선의 박찬대 의원 등 두사람이 본격적인 당권 경쟁 시동을 걸었다.
양측 모두 이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지도부로서 같이 호흡을 맞추며 윤석열 정권에 맞서면서 투쟁을 이끈 대표적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로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정권 초반인 만큼 당정 간 협력을 통한 속도감 있는 국정 운영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에서 누가 더 ‘찐명’이냐를 두고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법사위원장 사퇴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법사위원장) 임기를 마쳤으니 물러난다. 어느 자리에 있던 늘 처음처럼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겠다”면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 국민과 함께, 당원과 함께, 지지자들과 함께 더 낮고 더 겸손하게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 의원은 ‘이재명 1기 지도부’에서 수석최고위원을 지낸 데 이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거쳐 법사위원장을 맡았으며, 야당 시절 내란·김건희 특검법 등의 법사위 통과를 주도하는 등 대여(對與) 투쟁 선봉에 섰다.
그리고 정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는 ‘골목골목선대위 광주·전남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의 정치적 텃밭인 호남지역을 종횡무진으로 누볐으며, 특히 최근에도 선거 답례 인사 성격으로 다시 호남지역을 찾아 당원들과 접촉을 늘려 차기 당권 준비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여러 현안들에 대한 의견을 그때그때 적극적으로 밝히며 당원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는 등 평소 선명하고 적극적인 행보에 앞장섰고,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단장을 맡으며 대중적 인지도를 더욱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미 당원들 사이에서는 지난주부터 당 대표 후보로 추천한다는 내용의 온라인 서명서가 공유한 바 있는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방문 일정과 22일 여야 지도부 초청 오찬 일정을 피해 23일 출마 회견 날짜를 잡은 것으로 전해진 박 의원은 이날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에서 민주당을 진두지휘해온 데다 누구보다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꿰뚫고 있고, 야당 시절에도 일사불란하고 원활하게 당을 리드해온 점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신진 측근그룹으로 급부상할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후문이며 당내에서는 계파와 관계없이 폭넓은 행동반경을 자랑하고 있고, 그만큼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은 ‘두 사람이 당 대표직을 놓고 맞대결을 벌이는 과정에서 계파 내부의 갈등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거대 집권 여당의 당대표가 될 만한 자격이 있는가와 함께 이것(당대표 선거)으로 인해 예상되는 갈등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박 의원은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고, 결국 국민과 함께 만든 빛의 혁명을 완수해 가는 과정에서 이재명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당원들이 당과 정부와 대통령이 하나 되는 결정을 할 것”이라며 “갈등을 뛰어넘는 ‘잘하기 경쟁’을 할 수 있다는 확신도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23일 “이번 전당대회가 이재명 정부 운명을 가르는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며 “만약 이번 당선된 당 대표가 이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1년 뒤 연임에 성공해 3년의 임기를 확보할 경우, 차기 총선 공천권을 얻기 때문에 당의 결속을 좌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의원은 “당대표 후보군 가운데 당원 대중적 인기 면에서는 정청래 의원이, 이 대통령과의 호흡 면에서는 박찬대 의원이 각각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두 후보 모두 강성으로 분류되지만 정 의원은 돌발적인 매력을 어필할 수 있고, 박 의원의 경우 개인적 성정이 온건한 스타일이라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8·2 전대 선거인단 반영 비율은 대의원 15%, 권리당원 55%, 일반 국민 30%로서 이전과 달리 권리당원 비율이 55%로 높아진 만큼, 권리당원의 약 30%가 있는 호남지역이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와 두 의원 모두 호남지역 당심 잡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제3후보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는 가운데. 만약 당 대표 후보자가 3명 이상일 경우 7월 15일 예비 경선을 진행하며 이후 충청(7월 19일), 영남(7월 20일), 호남(7월 26일), 수도권·경기·인천(7월 27일) 순회 경선을 치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당초 민주당은 관례에 따라 전당대회를 8월에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새 정부와 호흡을 맞출 여당 지도부의 공백이 길어지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7월 중순에서 말 사이로 시기가 다소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