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이란 핵시설을 전격 공습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선언하자, 국민의힘이 일제히 비난에 나선 지난 22~23일(일~월)엔, 용산 대통령실과 출입 기자단 사이에도 날카로운 대립이 벌어졌다.
발단은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이 23일(월) “24~25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하는 한-일-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 정상 특별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나토 관계자가 밝혔다”고 보도하면서부터.
일본의 권위있는 경제신문에 IP4 정상회의가 예고됐고, 나토 홈페이지에 관련 일정도 공개됐는데, 이 대통령은 불참한다니 ‘안보 대참사’ 걱정이 뒤따르는 것도 당연했다.
당장 23일 오전 11시 대통령실 브리핑에 관련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IP4 정상 회의를 알고도 안 가는 거냐” “한미 간 소통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등 날선 질문들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놀라운 단어 선택
놀라운 건, 대통령실 관계자의 반응이었다. 관계자는 “닛케이가 일본 내각에 정확하게 확인해봐야겠지만 정확한 확인은 어려울 걸로 짐작된다. 닛케이 기사에 부정확한 정보도 있다고 짐작된다”고 대답했다.
외신 보도에 대해 ‘부정확하다’는 성격규정은 물론 “~로 짐작된다”는 무책임할 수도 있는 단어를, 그것도 두 번씩이나 사용한 건 정말 이례적이었다.
기자단의 질문 공세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도 이어졌다. 장관 인선 브리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토 불참에 대해 “IP4 회의를 알고도 안 가는 거냐”는 질문이 또 제기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적절하지 않은 질문”이라면서도 “우리(한국) 언론사들이 일본 언론보다 정확하다고 알고 있다. 일본의 언론이 좀 잘못 알고 있는 거다. 그 언론사에 대한 것이지, 일본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아니니까 오해 없으면 좋겠다”라고 대답했다.
물론 야당 국민의힘은 22~24일 내내 여러 당직자와 국회의원들이 나서 “이 대통령의 나토 불참은 어리석은 선택이며, 북-중-러만 좋아할 것”이라며 대대적 비난에 나섰었다. 이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으로 한미동맹이 어그러지고, 북-중-러만 배려하는 새 정부에겐 안보 대참사가 불가피하다는 대대적 규탄에 나설 움직임이었다.
대개 일본만 맞고 한국 언론은 틀렸던 지난 3년
이 대통령의 불참 선언이 22일이었고, 이시바 일본 총리의 불참 보도가 25일이었으니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말대로 이 기간 동안 한국 언론이 일본 언론보다 더 정확했다. 그리고 이런 모양새는 사실상 3년만에 처음인 것 같다. 지난 3년간의 尹정권 때는 한국 대통령실 일인데도 불구하고 일본 언론은 맞고 한국 언론은 틀리는 어이없는 사례가 종종 이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2023년 3월의 윤석열-기시다 한일 정상회담 뒤 일본 언론들은 “한국 측이 강제동원(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일방적인 양보를 했으며, 일본 정부는 과거사에 대해 추가 사과를 하지 않았다. 한국이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보도했고 이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은 “일본 언론의 보도는 과장되었거나 오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일본 정부가 실제로 추가 사과나 새로운 반성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음이 명확해졌다.
당시 윤 직전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일본 언론들은 “저녁 만찬을 2차에 걸쳐서 한다”고 보도했고, 대통령실은 “만찬을 어떻게 두 번 할 수가 있죠?”라며 강하게 부정했지만, 결국 두 정상의 식사는 도쿄 긴자의 두 식당에서 2차에 걸쳐서 진행됐다. 용산 대통령실의 부정이 한국 언론을 ‘틀리게’ 만든 사례였다.
이에 앞서 2022년 9월 당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 때는 윤-해리스의 85분 만남 뒤 해리스는 바로 비무장지대를 찾아 이 방문이 ‘한미일 동맹 목적’임을 분명히 했지만, 당시 용산 대통령실은 △IRA법 시행 때 한국 전기차에 대한 미국의 배려 △필요시 한국의 금융 안정을 위한 미국의 유동성 공급 협력 등 마치 경제 문제가 주요 의제였던 것처럼 기자단에 알렸다. 반면 백악관 발표는 해리스의 방한이 ‘인도-태평양 안보’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한국 언론은 틀린 보도를 하게 됐다.
‘한국 기자단에겐 그냥 조금 속여도 된다’라고 작정한 건 아닐까 하고 의심되는 이런 사례 말고도, 직전 尹대통령실에선 정말로 믿기 힘든 일들이 종종 벌어졌었다.
수석들이 공개리에 저격한 尹대통령실
2022년엔 한 사안을 놓고 A수석이 “그건 이렇다”고 설명하고 나간 뒤 한 시간도 안 지나 다른 B수석의 브리핑이 이어졌는데, B수석은 A수석의 발언에 대해 “그건 틀렸다. 잘 모르는 소리”라고 전면부정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필자는 “아, 이 수석들이 전체회의를 하지 않는구나” 하고 느꼈고, 그래서 [“우리 모두 윤석열” 비서실 되려면 ‘노무현 식 내놓고 설전’ 배워야 할텐데…]라는 칼럼을 쓴 적도 있다.
반면, 지난 23일엔 대통령실의 두 관계자가 각기 다른 브리핑(오전 11시와 오후 1시 30분)에서 “일본 언론 보도가 부정확하다”고 발언한 것이 모두 추후 사실로 확인됐다. 윤 정권 때와는 달리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 의사 소통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간 대통령실 기자단 브리핑은 초반의 공식 발표 부분만 공개하고, 이어지는 질의응답 부분은 비공개로 진행해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뒷부분마저 중계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공개할 예정이라니 자못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실의 대단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A비서관은 이 말을 하고, 곧이어 B비서관은 딴말을 하고, 해외 언론에 난 팩트를 초장엔 부정하다가 나중엔 들통나곤 하던 직전 대통령실 같은 추태를 보이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안보 대공세’ 반드시 펼쳐질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