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지난 22일에 이어 23일에도 국회에서 만나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25일 본회의에서 또다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대치에 들어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본회의 상정 안건을 논의했으나 양측은 약 30분간 이어진 회동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추가 회동 일정도 잡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오늘 운영위·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고 검찰청 폐지와 경제부처 개편을 뼈대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국회법 개정안, 국회상임위원회 위원 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안, 국회증언감정법(증감법) 개정안 등을 본회의에서 우선 처리하고, 이밖에 60여개 비쟁점 민생법안도 한꺼번에 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내일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예정대로 법안을 처리하고 25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라고 쟁점 법안 처리 의지를 밝히면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걸면 얼마든지 상대해주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검찰청 폐지가 형사사법상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으며,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의 경우 이진숙 현 방통위원장을 몰아내기 위한 ‘위인폐관’ 입법이라고 주장하면서 25일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상정을 보류하고 비쟁점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합의가 불발하면서 사실상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의힘 송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족의 큰 명절 추석을 앞두고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전했지만 ‘정부조직법 관련 사항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 합의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강행하겠다’는 민주당의 의지에 막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실시하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의원총회를 열어 상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제대로 된 숙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 처리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의석수에 밀려 현실적으로 법안 처리를 막을 방법도 없고, 뚜렷하게 대응할 방안도 마련하지 못하다 보니 앞서 방송3법·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상법 개정안 상정 때 사용했던 필리버스터 카드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마저도 민주당이 주도한 모든 법안에 대해서 할 것인지, 특정 법안에 대해서만 할 것인지도 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오늘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 수렴을 통해 최종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버스터가 이뤄질 경우, 각 법안은 본회의 상정으로부터 24시간 정도 처리가 지연되며 본회의 법안 상정→ 필리버스터 진행→ 필리버스터 종료 표결→ 본회의 법안 표결 처리까지 약 24시간이 걸려 국민의힘이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한다면 법안 처리 지연은 물론 재적의원 5분의 3이 필요한 필리버스터 종료 표결을 위해 범여권 의원 180명이 모여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민의힘으로서는 본회의를 주재하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24시간마다 필리버스터 중단 표결을 위해 본회의장에 모여야 하는 범여권 의원들에게 부담을 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과 동시에 국민들에게도 적지 않은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소수 야당인 국민의힘으로서 거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23일 CNB뉴스에 “민주당이 본회의에 몇 건의 안건을 상정하느냐에 따라 필리버스터 기간이 결정되겠지만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소수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면서 “국민의힘은 원내 투쟁과 함께 장외집회도 병행하며 대여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