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반(反)정부 여론을 확산하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전국을 돌며 진행하고 있는 장외 집회에서 이른바 ‘계엄 공개 사과’ 문제를 놓고 당내 의견이 둘로 쪼개져 분출되고 있다.
국민의힘 당 일각에서는 “계엄 사태 1년에 맞춰 비상계엄 당시 집권 여당으로서 계엄을 예방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요구 속에 장동혁 대표는 무조건 “똘똘 뭉쳐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입장만을 견지하자 일부 지도부급 인사들은 “분명하게 입장을 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한편 다른 인사들은 “사과는 이미 했다”고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장 대표는 앞서 지난달 29일 대전과 충북 청주에서 각각 진행된 ‘민생 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갈라지고 흩어져서, 계엄도, 탄핵도 막지 못했고 이재명 정권의 탄생도 막지 못했다”라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2024년 12월 3일, 우리는 흩어져 있었다. 2025년 12월 3일에는 우리 모두 하나로 뭉쳐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들께서 지난 정권을 만들어주셨지만,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부족해 민주당의 폭주로 나라가 무너지고 있을 때도 제대로 일하지 못했고, 제대로 싸우지 못했고 하나 되어 막아내지 못했다”라며 “이재명 정권을 퇴장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국민의힘이 바로 서야 한다. 우리가 하나가 되어야만, 국민과 함께 싸울 수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12·3 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당내에서 지도부의 사과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장 대표의 이 발언은 계엄 사태 등에 대한 ‘책임 통감’을 언급하면서도 “민주당의 의회 폭거와 국정 방해가 계엄을 불러왔다”고 ‘민주당 책임론’을 주장하면서 지지층에 단결을 호소한 것이다.
반면 호남 출신의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날 발언에서 “계엄은 불법이었다. 계엄의 불법을 방치한 게 바로 우리 국민의힘”이라며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일부 지지자들은 고성을 지르고 양 최고위원을 향해 커피를 던지며 항의하는 등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하지만 양 최고위원은 “이런 모습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국민의힘에 신뢰를 안 주는 것”이라며 “저는 이 자리에서 죽어도 좋다. 제 말이 틀리다면 여러분의 돌팔매를 당당히 맞겠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또한 이날 국민대회에서 충북도당위원장인 엄태영 의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우리 보수당이 재창당 수준으로 혁신적인 변화를 해야만 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으나, 줄곧 ‘윤 어게인’을 외치고 있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에 사과를 요구하기 전 한 번이라도 민주당 이재명에게 사과를 촉구한 적 있느냐”며 “본인들이 사과했을 때 지난 대선 승리로 이끌었나. 왜 계속 졌던 방식을 또 하라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이날 현장에는 ‘12·3 계엄 사과 절대 안 돼’, ‘계엄은 정당했다’ 등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팻말들이 수없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당내 소장파 한 의원은 “지도부가 사과 입장을 내지 않으면 개별적으로 사과하겠다”고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참여 목표 인원을 20명 정도로 의원 대다수는 아주 심각한 위기의식과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계엄 사과에 대해 “(사과를) 5번 하면 어떻고, 100번 하면 어떻나. 국민의힘의 진심과 진정성이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진심을 담은 사과와 반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같은 당 배현진 의원도 윤 전 대통령을 ‘천박한 김건희의 남편’으로 치부하면서 “처참한 계엄 역사와 우리는 결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1년 전 집권 여당 대표로서 계엄 선포를 ‘반헌법적’이라고 규정하고 국회 계엄 해제 의결 과정에 선두에 섰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지난달 2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먼저 (국민들께) 사과드린다. 비상계엄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 대표로서 계엄을 예방하지 못한 점을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1년을 돌아보면 대한민국 사회와 민주주의가 더 나아졌는가를 고민하며 정치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는 “국민이 충분하다고 하실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 (사과 여부를 두고) 전략적으로 계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사과를 하더라도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국민의힘은 얄팍한 당내 정치에 정신을 팔 때가 아니라 지지자들과 다 함께 ‘계엄의 바다’를 건너 미래로 가야 하는 중요한 때다. 국민의힘이 계엄을 반성하고 계엄의 바다를 건너는지 지켜보면서 신뢰를 줄지 말지 결정하려는 분들이 바로 중도층이다”이라고 주장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