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진왜란 이후 1970년대 보릿고개까지 약이 귀하던 시절, 우리 선조와 어머니, 아버지를 지켜준 약초가 '삽주'다.
요즘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삽주'의 동의보감 탕액명은 '백출'과 '창출'이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산에 가면 흔히 찾을 수 있는 약초였지만 작약 처럼 요즘은 강원도 이남 지방에서는 구경하기 조차 힘들다.
왜 이렇게 됐는가? 복원방법은 없는 것일까? 백출과 창출이 무슨 약이길래 약이 귀했던 시절에 선조들과 어머니, 아버지의 건강을 지켜줬을까?
역자는 답답한 마음에 '삽주', 즉 '백출'과 '창출'에 관해 글을 쓴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백출'과 '창출'
동의보감 원문에 '초부-13. 백출(白朮, 乞力伽, 삽주 뿌리의 고환처럼 생긴 새 부분)−삽주①−백출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쓰고 달며 독이 없다(性溫․味苦․甘․無毒). 비와 위를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하며 습을 없애고 소화시키고 땀을 거두며 명치끝이 몹시 그득한 것과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것이 멎지 않는 것을 다스린다. 또 허리와 배꼽 사이의 혈을 잘 돌게 하며 위가 허약해 생긴 냉리를 치료한다(健脾․强胃, 止瀉·除濕, 消食止汗, 除心下急滿及霍亂·吐瀉不止, 利腰·臍間血, 療胃虛·冷痢).'
'산에서 자란다. 어느 곳에나 있다. 그 모양은 거칠면서 둥근 마디로 돼 있고 색은 연한 갈색이다. 맛은 약간 맵고 쓰나 심하지 않다. 일명 걸력가라 하는 것이 곧 백출이다(生山中, 處·處有之, 其形麄·促, 色微褐, 氣味微辛·苦·而不烈, 一名乞力伽, 此白朮也).(본초)'
신농본초경에는 '창출(초부−14)과 백출의 이름이 없었으나 근래에 와서 백출을 약으로 많이 쓴다. 백출은 피부 사이에 있는 풍을 치료하고 땀을 거두어준다. 또 트릿한 것을 없애고 위를 도와주며 중초를 고르게 하고 허리와 배꼽 사이의 혈을 잘 돌게 하며 소변을 나가게 한다. 위로는 피부와 털 중간으로는 심과 위, 아래로는 허리와 배꼽의 병을 치료한다. 기운에 병이 있으면 기운을 다스리고 혈병이 있으면 혈을 다스린다(本草․無蒼․白之名, 近世多用白朮. 治皮膚間風, 止汗·消痞, 補胃·和中, 利腰·臍間血, 通水道, 上·而皮·毛, 中·而心·胃, 下·而腰·臍, 在氣·主氣, 在血·主血).(탕액)'
'수태양과 수소음 및 족양명과 족태음의 4경으로 들어간다. 비를 완화시키고 진액을 만들며 습을 마르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한다. 쌀(곡부−26)뜨물에 한나절 담갔다가 노두를 제거하고 색이 희고 기름기가 없는 것(상품)을 취하여 쓴다(入手太陽·少陰, 足陽明·太陰․四經, 緩脾, 生津, 去濕, 止渴, 米泔浸·半日, 去蘆, 取色白·不油者用之).(입문)'
'위의 화를 내리는데는 생 것으로 쓰고, 위가 약한 것을 도와줄 때는 황토(토부−04)와 같이 볶아서 쓴다(瀉胃火生用, 補胃虛黃土․同炒).(입문)'고 기록돼 있다.
동의보감 원문에 '초부-14. 창출(蒼朮, 山精, 삽주 뿌리의 남근처럼 생긴 해묵은 부분)−삽주②−창출은 성질이 따뜻하며 맛은 쓰고 매우며 독이 없다(性溫·味苦·辛·無毒). 몸의 윗도리·중간·아랫도리의 습병을 치료하고 속을 시원하게 하며 땀을 나게 하고 고여있는 담음, 현벽과 기괴, 풍토병을 다스린다. 또 풍, 한, 습으로 생긴 비증과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것이 멎지 않는 것을 치료하고 수종과 창만을 없앤다(治․上·中·下濕疾, 寬中·發汗, 破窠囊痰飮, 痃癖·氣塊, 山嵐瘴氣, 治風·寒·濕痺, 療霍亂·吐瀉不止, 除水腫․脹滿).'
'창출의 길이는 엄지손가락이나 새끼손가락만하다. 살찌고 실한 것은 구슬을 꿴 것(상품)같다. 껍질의 색은 갈색이고 냄새와 맛이 몹시 맵다. 쓸 때는 마땅히 쌀(곡부−26)뜨물에 하룻밤 담근 다음 다시 그 물을 쌀뜨물로 갈아 하루 동안 담가뒀다가 겉껍질의 거친 부분을 제거하고 노랗게 볶아서 쓴다(蒼朮, 其長如大․小指, 肥․實如連珠, 皮色褐, 氣味辛·烈, 須米泔·浸․一宿, 再換·泔浸․一日, 去上麄皮, 炒·黃色用).'
'일명 산정이라 하기도 한다. 채취하는 방법은 백출(초부−13)과 같다(一名山精. 採法同白朮).(본초)'
'족양명과 족태음경으로 들어간다. 위를 튼튼하게 하고 능히 비를 편안하게 한다(入足陽明·太陰經, 能健胃·安脾).(입문)'
'창출은 성질이 웅장해 올라가는 약이다. 능히 습을 없애고 능히 비를 안정시킨다(蒼朮, 雄壯·上行之藥, 能除濕·安脾).(역로)'고 기록돼 있다.
(주 : 1. 위 본문은 역자의 '물고기 동의보감'에서 인용했다. 초부-13, 14는 약으로 쓰이는 풀 267종 중에서 13, 14번째 기록이라는 뜻이다. 곡부-26은 약으로 쓰이는 곡식 106종 중에서 26번째 기록이라는 뜻이다. 토부-04은 약으로 쓰이는 흙 18종 중에서 4번째 기록이라는 뜻이다. 역자는 이같은 방법으로 1천403종의 탕액에 하나하나 번호를 매겨 데이터베이스화해 이를 '양승엽코드'라 이름지었다. 백출과 창출에 관한 전체자료를 찾고 싶으면 ‘−삽주’란 검색어를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면 백출과 창출에 관한 모든 탕액자료(2종)를 일반인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주 : 2. 역자는 약재의 품질이 좋은 것이거나 진품인 것을 '상품'이란 용어로, 품질이 낮거나 가짜를 '하품'이란 용어로 '양승엽코드'를 만들면서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약재의 품질이 좋은 것이거나 진품약재를 찾고 싶으면 ‘상품’이란 검색어를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면 모든 탕액자료를 일반인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백출과 창출, 녹용과 녹각처럼 성질과 작용 정반대
백출과 창출을 채취해 보면 그 생김새가 사람의 고환과 남근처럼 생겼다. 고환처럼 생긴 부분은 땅 속을 향하는데, '백출', 남근처럼 생긴 부분은 땅 위를 향하는데, '창출'이라 한다.
백출은 해마다 생겨 그 다음해가 되면 창출로 변하게 된다. 즉 삽주 뿌리의 해마다 생기는 새 부분이다.
창출은 백출이 변해 구슬 같은 마디가 해마다 한개씩 생기게 된다. 즉 삽주 뿌리의 해묵은 부분이다.
백출은 1년 마다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살이 연하고 부드럽다. 성질은 몸의 허약한 기운을 도와 올려주는 작용이 있다.
창출은 백출이 변해 구슬 같은 마디가 해마다 한개씩 만들어져 보통 7~10년 지나야 약기운이 생기게 된다. 살은 거칠고 섬유질이 많으며 몰린 기운을 뚫어 내려주는 작용을 한다.
예를 들자면 임신 중이나 출산 후에 몸이 허약할 때, 혹은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릴 때 땀을 거두는 약제로 백출을 쓴다. 반대로 심하게 체해 기운이 몰려 있을 때나, 비를 많이 맞아 몸이 무겁고 땀이 나지 않을 때는 땀을 나게 하는 약제로 창출을 쓴다.
요약하면 삽주에서 백출과 창출의 2가지 약제가 나온다. 그러나 백출과 창출은 성질과 작용이 녹용과 녹각처럼 정반대여서 반드시 정확하게 처방해 사용돼야 약제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
백출과 창출은 반드시 쌀뜨물에 담가뒀다가 법제하는데, 그 성질과 작용이 정반대이므로 법제하는 방법도 다르다. 일부 잘못된 의학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앙꼬 빠진 천궁’처럼 백출과 창출을 절단해 쌀뜨물에 법제하기도 한다.
이 방법대로 법제하면 약 속의 기름성분도 빠지지만 약 성분도 다 빠지게 된다. 그래서 윗글 원문에서 이야기한대로 법제한 다음 절단해 볕에 말려야 한다.
창출의 끝 부분, 즉 땅위로 향하는 부분을 노두라 한다. 절단할 때는 반드시 인삼처럼 노두를 제거하고 말려야 한다.
특히 야생에서 채취한 삽주 속에는 사삼(더덕), 도라지(길경), 자초(주치), 작두싹 등의 약제도 함께 섞여 있어 반드시 백출과 창출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하나하나 손으로 선별해 정성으로 가려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약의 성질이 문란해져 ‘마치 여자목욕탕에 남자가 한명 들어간 것’처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사라져가는 백출, 창출
1980년대부터 가정의 연료가 나무에서 석유나 가스 등 화석연료로 바뀌면서 점차 산에 나무가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적절한 간벌을 하지 않아 30년이 지난 지금 산에 나무가 지나치게 무성해졌다.
산에 나무만 무성해지고 숲은 건강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백출과 창출을 비롯한 풀로 된 약제들은 뿌리도 내리지 못하고 나무와의 생존경쟁에서 밀려 점차 멸종돼 가고 있다.
게다가 삽주가 발견되면 심마니들이 그 주변의 1cm 이하의, 약제로서는 상품가치가 없는 씨알이 작은 삽주까지 싹쓸이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요즘은 삽주가 ‘동의보감 작약’처럼 거의 볼 수 없는 형편에 이르렀다. 현재 삽주의 분포는 남쪽지방 즉, 경상도지방에서는 보기가 힘들고 강원도 탄광지역 근처에 가야 겨우 볼 수 있는 정도다.
삽주, 즉 백출과 창출의 서식지가 급속도로 좁아지면서 멸종돼 가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동의보감 삽주’ 뿐만 아니라, 약으로 쓰이는 풀 267종 중에서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약제가 거의 없다. 이때문에 국산 자연산 약재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래서야 한의학이 발전하고 동의보감이 복원될 수 있겠는가?
윗글에서 살펴봤지만 삽주라는 한가지 약초에서 성질과 효능이 정반대인 백출과 창출이라는 두가지 약제가 나온다.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원시인처럼 자급자족해야
요즘 유통되고 있는 백출과 창출을 살펴보면 국내에서 인공재배되지 않고 수요를 맞추지 못한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생산된 삽주, 즉 백출과 창출은 다 백출로 규정해 쓰고 있고 중국산 창출은 창출로 규정해 국내에서 쓰고 있다.
상인들이 백출과 창출을 위와 같이 규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연 누가 획일화하고 문란하게 만들었는가?
이렇게 획일화시키고 한의학을 문란케 한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책임을 지고 이 기회에 발벗고 나서서 이런 문제를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한의협이나 유관단체에서는 ‘유네스코가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축하해 2013년을 유네스코 기념의 해로 선정한 것’을 계기로 내후년에 기념식이나 축하 행사를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역자는 마음이 기쁘지도 않고, 편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지금 한의사가 ‘동의보감 백출과 창출’을 재연해서 환자에게 처방하려면 역자가 그래왔던 것처럼 당사자가 직접 산지에 가서 삽주를 채취하거나 구입한 다음 위의 방법대로 만들어 원시인처럼 자급자족해서 쓸 수 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 한의학을 과학화한다는 XX제약 식품사업부는 신문이나 홈쇼핑방송을 통해 ‘XX녹용대보’란 이름의 건강식품에 백출을 쓴다는데 과연 어떤 백출을 쓰는지 궁금하다.
동의보감이 어떤 책인가? 한의학의 경전이기도 하지만 우리 국민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윗글에서 지적한 문제들을 바로 잡지 않는다면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따라서 국가가 관심을 갖고 이런 부분들을 바로 잡아 국민이 안심하고 한약을 복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동의보감에 투명인간이 되는 내용이 있다’는 억지 트집을 부리는 사람들이나, 동의보감 유네스코 기념의 해를 배아파하는 사람들로부터 ‘우리의 한의학이 비과학적이고 엉터리’라는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동의보감 사물탕’에 ‘동의보감 황기, 계피, 감초’가 들어가고 ‘동의보감 생강, 대추’가 들어가면 공진단 보다 효능이 뛰어난 ‘동의보감 쌍화탕’이 된다.
'동의보감 쌍화탕'에 계피 대신 육계가 들어가고 ‘동의보감 인삼, 백출, 백복령’이 들어가면 천하의 명처방 ‘동의보감 십전대보탕’이 된다. 다음 글에는 ‘복령’에 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프로필>
1987년 대구한의대 한의학과 1회 졸업
1987년~현재 대구 인제한의원 원장
2011년 '물고기 동의보감’ 출간
대표전화 053)555-5508
www.injec.co.kr
blog.naver.com/fish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