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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재계 돌파구 ‘한국판 뉴딜’…넘어야 할 ‘2개의 산’

‘박원순·윤미향·부동산’에 막혀…“아직은 기대감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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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7.22 09:37:47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한국형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화상회의 방식으로 전기차, 수소차, 미래형 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 승부수로 던진 ‘한국판 뉴딜’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친환경 미래차, 5G, 인공지능(AI) 등과 관련된 기업들이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수소전기차에 사활을 건 현대차그룹은 물론 이동통신3사와 게임·콘텐츠기업 등 언택트 산업 전반이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심이 악화 된데다, 박원순·윤미향 의혹 등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정부가 선언한 160조원의 관련 예산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의문이다. (CNB=도기천 기자)

‘한국판 뉴딜’에 재계 기대감 크지만
박원순·윤미향·부동산…여야 정쟁 중
‘160조원 예산’ 국회 통과할지 의문
일각선 ‘이명박근혜 전철 밟나’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후반기 최대 역점사업으로 내건 ‘한국판 뉴딜’의 밑그림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최근 국민보고대회 형식으로 발표한 이 플랜은 크게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디지털 뉴딜은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생태계 강화, 비대면(언택트) 산업 육성이 핵심이다. 5세대 이동통신(5G)을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와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크래프톤·펄어비스·컴투스 등 게임컨텐츠 기업들, 쿠팡·11번가·홈앤쇼핑 등 이커머스 업종,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SDS 등 반도체·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린 뉴딜은 친환경차와 재생에너지, 공간·생활 인프라 등 녹색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다. 수소·전기차 보급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태양광 에너지 기업인 한화솔루션 등이다. LG하우시스와 한샘처럼 녹색 주거공간 보급에 주력하는 건축·인테리어 기업도 덩달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대그룹 ‘배터리 동맹’ 탄력

수혜가 예상되는 여러 기업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그룹을 이끌고 있는 현대가(家) 3세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발제자로 나올 정도로 친환경(수소·전기)차 분야에서 맹활약 중이다.

특히 그는 최근 주요그룹 총수들과 만나 이른바 ‘배터리 동맹’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6월 22일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이달 7일에는 최태원 SK 회장을 각각 만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했다.

친환경차는 그린 뉴딜의 핵심이자 현대차그룹이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다.

따라서 현대차 입장에서는 핵심부품인 배터리의 안정적인 확보가 필수다. 배터리 수급이 원활해야 전기차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기 때문. 최근 유럽의 환경 규제와 세계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으로 전기차 공급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는 배터리 공급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사는 중국의 CATL, 일본 파나소닉 등과 함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에 정 부회장이 해당 기업 총수들을 만나 차세대 배터리 공급 방안 등을 논의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지난 7일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재계는 이런 흐름 속에서 정 부회장이 지난 14일 청와대가 개최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발표자로 등장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정 부회장은 “2025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해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정부가 선언한 그린 뉴딜 목표치와 비슷하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와 수소차 2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현대차의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4대그룹 간의 연합전선 구축 또한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글로벌 배터리 3사가 모두 국내기업인 만큼 현대차 입장에서는 특정 회사와 손잡는 합작사 형태보다는 3사 모두와 동맹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이들 간 협력이 구체화 된다면 재계 1~4위 총수들이 손을 잡은 셈이 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자산규모 순위는 1위 삼성(자산총액 414조5000억원), 2위 현대차(223조4900억원), 3위 SK(218조 130억원), 4위 LG(129조6100억원)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정부가 현대차를 적극 밀어주고 있다는 것이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다시한번 확인된 만큼, 삼성, LG, SK가 현대차와 손을 잡는데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한국판 뉴딜은 단기적인 정책 테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세계적 트렌드에 기반한 정책인 만큼 과거 정책 테마들과 달리 중장기적으로 정책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여야 대치정국이 계속되고 있어 ‘한국판 뉴딜’ 예산이 순조롭게 국회 문턱을 넘을지 의문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16일 배경 글귀가 ‘지금, 이 나라에 무슨 일이’로 교체된 국회 미래통합당 회의실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심 반전 승부수…야권은 ‘소 닭 보듯’

하지만 한국판 뉴딜에는 16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높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국고 49조원을 포함한 68조원(민간 및 지자체 예산 포함)을 투입하며, 이후 2025년까지 국고 114조원을 포함한 160조원을 한국판 뉴딜에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국회 예산심의 협조가 필수적이며, 사업추진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개선할 과감한 법개정도 요구된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성금 유용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여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통합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선뜻 수용할 수 없는 이유는 내년 4월에 ‘미니 대선급’으로 판이 커진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 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박 시장을 비롯,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등 여권 인사들의 잇단 성추문을 이슈화하면서 재보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심산이다. 여기에다 윤 의원까지 기소될 경우 여권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은 사법당국의 판단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처럼 여야가 재보선을 앞두고 팽팽히 맞서는 형세가 장기화 된다면 한국판 뉴딜 예산의 국회 통과 또한 힘들 수 있다. 통합당은 한국판 뉴딜에 대해 ‘고령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만 늘리는 불충한 실업 대책(주호영 원내대표)’으로 규정하고 있다.

 

관건은 지지율…신뢰부터 회복돼야

물론 과반 의석을 넘는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전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만큼 단독처리를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여론이 부담이다. 지지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어서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7월 3주차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4.1%로 ‘조국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민주당 지지도 역시 35.4%를 기록하면서 미래통합당과의 정당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대응 논란까지 겹쳐진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한국판 뉴딜’ 실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자료=리얼미터)
 

이처럼 악재가 계속되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이러다 과거 정부 때 등장했다 사라진 정책 테마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녹색경제, 박근혜 정권 때의 창조경제 테마가 변죽만 요란하게 울리다 사실상 무위로 끝났다는 점에서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2014년부터 지역인재 육성, 창업·벤처기업 지원, 서민경제 활성화라는 3대 목표 하에 한 개의 대기업이 한 지역을 전담하는 식으로 전국 17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했다. 당시 대구·경북은 삼성이, 광주는 현대차그룹이, LG는 충북, KT는 경기, 두산은 경남, 롯데는 부산, 효성은 전북, SK는 대전, 한화는 충남, GS는 전남, CJ는 서울, 한진은 인천, 현대중공업은 울산, 네이버는 강원, 다음카카오는 제주에 각각 거점을 마련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지금은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CNB에 “악화된 민심을 반전시킬 유일한 카드가 지금으로서는 한국판 뉴딜 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야당의 협조가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기에 국회가 정상화 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CNB에 “과거 국가 차원의 경제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는데, 정권이 바뀌면 용두사미가 되곤 했다”며 “정책의 일관성이 보장돼야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아직은 기대감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대가 현실이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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