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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당신 아들을 납치했다” 기자에게 걸려온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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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1.09.02 14:54:31

아들 핸폰번호로 전화해 “돈 안주면 아들 못본다”
진짜 납치된 줄 알고…살 떨리는 10분간의 경험
경찰 “신종 보이스피싱… 번호 변작(變作) 수법”

 

아들 핸폰 번호로 걸려온 전화 기록. “국제전화입니다”라고 표시돼 있다. 해외에서 아들 핸폰번호로 번호변작(變作) 해서 전화를 건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수사 중이다. (사진=도기천 기자)
 

대포폰이나 발신제한번호 등으로 전화를 거는 통상적인 ‘보이스피싱’과 달리 특정인의 핸드폰 번호를 이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사례를 CNB가 단독 취재했다. 이례적으로 이번 취재는 기자 본인이 직접 겪은 사례로 이뤄졌다. (CNB=도기천 기자)


기자는 지난달 31일 오후 4시경 보이스피싱 사기단으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기자의 아들 핸드폰 번호로 걸려온 전화였다. 당연히 아들인줄 알고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전화 상대방은 기자에게 “당신 아들 000을 납치했다. 말을 잘 듣지 않아 내가 많이 (당신 아들을) 때렸다. 아들을 살리고 싶으면 5천만원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경상도 억양에 굵고 거친 말투였다.

순간 온몸이 얼어붙고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했겠지만, 놀랍게도 아들 핸드폰 번호로 걸려온 전화였고 아들의 이름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더구나 아들은 친구들과 1박2일 캠핑을 간 상태였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

말문이 막히고 눈앞이 캄캄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아들을 바꿔달라. 일단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수화기 너머에서 “야~ 애 데려와라”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협박은 계속됐다. “목소리 확인했재? 이제 돈 가져와라. 아니면 내일 아침 뉴스에서 아들 시체를 보게 될꺼다”

하지만 그 순간 한 가닥 희망이 생겼다. 납치범이 들려준 아이 울음소리는 아들 목소리와 너무 달랐기 때문. 그래서 용기를 내어 “아들과 직접 통화하게 해달라. 통화한 뒤에 돈을 입금하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내뱉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지난 6월 강원경찰청 보이스피싱수사대가 압수한 국내 최대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대포통장과 대포폰. (사진=연합뉴스)
 

정신을 가다듬고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아들이 받았다. 멀쩡했다. 캠핑장에서 잘 놀고 있단다. “납치라니 무슨 헛소리냐”며 되레 나에게 큰소리를 쳤다.

죽었다 살아난 느낌이 이런 것일까. 즉시 112에 신고했다.

사정을 들은 경찰관은 “일반적인 보이스피싱이 아니다. 통상 대포폰이나 추적이 불가한 임의번호를 활용하는데, 아들 핸드폰 번호로 아버지에게 전화해 금품을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관할 경찰서 지능범죄팀을 연결해줬다.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같은 수법을 ‘번호변작(變作)’이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번호변작이 가능했다. 가령, 사업용 대표번호 핸폰을 개통해 여러 영업사원이 같은 번호를 사용하기도 했고, 번호를 전문적으로 변작해 주는 회사도 있었다. 또 인터넷전화번호인 070을 010으로 바꿔주는 시스템 업체도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범죄악용 우려 때문에 통신사가 변작을 막았다. 따라서 이런 사례는 흔치않다. 어떻게 통신망을 뚫고 변작을 했는지 수사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변작도 큰 문제지만, 상당히 구체적인 가족 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며 “쇼핑몰이나 보험사 등에서 새어나온 개인정보는 본인 정보만 유출되는데 이번 사건은 가족정보가 한꺼번에 유출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핸드폰 번호 모두를 알아내 부자관계 임을 알고 저지른 범행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청한 사이버팀 소속 한 경찰관은 CNB에 “이런(변호변작) 류의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통신사 차원의 협조가 필수적이며, 근본적인 대책은 대포 유심을 대량생산하는 유령대리점부터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십년 같은 하루였다. 기자는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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