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 테슬라 시리즈들 압도
EV6, 데뷔 늦었지만 판매 ‘순항’
해외서도 국산 친환경차 약진 중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출시한 E-GMP 기반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가 초반 생산부진을 딛고 하반기 들어 반전에 성공했다. 올해 1~9월 누적판매대수 기준 테슬라 모델3와 모델Y가 각기 7784대, 8465대 판매에 그쳤지만, 아이오닉5와 EV6는 각기 1만4592대와 4058대를 판매한 것. 해외에서도 아이오닉5와 EV6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CNB=정의식 기자)
‘전기차 선두주자’ 테슬라와 현대차·기아의 국내 전기차 시장 쟁탈 1차전에서 현대차·기아가 승기를 잡았다. 테슬라의 모델3·모델Y에 맞서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출시한 아이오닉5·EV6가 예상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
상반기까지만 해도 테슬라 모델3가 ‘가장 많이 판매된 전기차’였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아이오닉5’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국토교통부의 자동차등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월 신차 등록 통계를 분석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테슬라 모델3의 누적 판매 대수는 7784대다. 또, 5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모델Y의 누적 판매 대수는 8465대로 모델3를 앞질렀다. 모델3와 모델Y의 판매대수를 합하면 1만6249대이며, 여기에 모델S와 모델X 판매량까지 합하면 테슬라의 1~9월 총 판매대수는 1만6288대로 지난해의 1만1826대를 크게 넘어섰다.
이에 맞선 현대차의 아이오닉5는 출발이 늦었다. 4월에 88대, 5월에 1078대를 판매하다 6월부터 3000여대 이상을 판매하며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9월까지 누적 1만4592대를 판매해 모델3와 모델Y를 제치고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기아 EV6는 아이오닉5보다 더 판매 시기가 늦었다. 8월에 1342대 판매로 스타트를 끊었고, 9월 2716대를 팔아 합계 4058대를 기록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의 1~9월 판매량을 합산하면 1만8650대로 테슬라의 1만6288대를 상회한다. 테슬라가 전년보다 약 38% 판매량이 늘었음에도 현대차·기아가 이를 추월한 셈이다.
“역전의 열쇠는 안정적 수급”
상반기에 전기차 보조금을 사실상 ‘독점’했던 테슬라가 하반기 들어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에 주도권을 내주게 된 이유는 뭘까?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의 월별 차종별 판매 실적 추이를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먼저, 테슬라의 판매 추이를 지켜보면 월별 변동폭이 심하며 3개월 단위로 오르락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분기마다 2개월 동안 예약을 받고, 이에 따라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차량이 국내에 도착하면 분기 마지막달에 일괄 판매되는 특유의 판매방식 때문이다.
모델3의 경우 1,2월과 4,5월에 거의 판매되지 않다 3월과 6월에 판매량이 몰렸으며, 모델Y 역시 상반기에는 5월과 6월, 3분기에는 8월과 9월에 판매량이 집중돼 있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월별 판매량이 안정적인 변동 추이를 보인다. 아이오닉5는 6월 이후 매월 3000여대의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고, EV6 역시 9월 이후 비슷한 추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전기차 구매자들의 구입 소감을 들여다보면 “테슬라의 경우 주문해도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기다려야하는 반면, 국산 전기차는 1~3개월 정도면 출고돼 구입이 가능했다”는 소감이 많다.
글로벌 반도체 수급 위기로 모든 자동차 기업들의 인기 차종이 예약을 하고도 구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국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수급이 빠른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빠른 대응으로 해외서 선전
아이오닉5와 EV6의 판매 호조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총 22만7768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12만7472대, 기아는 10만296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1%, 29.1% 늘었다.
이 중 순수전기차는 현대차 4만338대, 기아 4만5020대 등 총 8만5358대가 수출됐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7만2766대보다 17.3%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아이오닉5의 수출량은 1만9052대로 약 2만대에 육박하며, EV6는 3824대로 둘다 같은 기간의 국내 판매량보다 많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전기차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가 이들보다 한발 빠르게 경쟁력있는 전기차를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아이오닉5와 EV6의 경우 해외 자동차 전문 유튜버들도 호평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