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고, 듣고, 맛보는 곳
LP존에선 추억과 예술 향유
다양한 독립출판물 체험까지
작가들은 팬데믹마저 예술로
모이지 말고 움직임도 줄여야 하는 ‘자제의 시대’가 저물어 갑니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을 맞는 기대감 때문일까요? 재밌고 새롭고 신선한 곳이 봄 새싹 나듯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움츠려서 아직 몸이 덜 풀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CNB가 먼저 가봅니다. 가서 발과 눈과 손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해드립니다. 이번에는 독립서적부터 LP음악, 예술 작품, 로스팅 커피 등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롯데백화점의 체험형 복합 문화 공간 ‘커넥티드 플래그십 스토어’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백화점 업계가 기존의 공식을 깨는 새로운 시도들로 백화점 공간에 혁신을 일으키며, 2030 세대를 적극적으로 사로잡고 있다. 명품과 화장품 매장이 있던 1층에는 리테일과 F&B(식품·음료)로 채워졌고, 삭막한 벽면에는 통창이 설치됐다. 상품으로만 가득 차 있던 매대 대신에는 색다른 체험형 공간이 들어섰다.
롯데백화점(롯데쇼핑) 역시 이색 콘텐츠들을 도입해 백화점에 대한 인식을 단순 ‘쇼핑 공간’을 넘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본점 영플라자 1층에 체험형 복합 문화 공간 ‘커넥티드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이면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의 눈과 귀, 혀를 즐겁게 해 줄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이다. 지난 19일 이곳을 찾아 읽고, 쓰고, 듣고, 맛보는 시간을 가졌다.
매장에 들어서면 깔끔한 인테리어가 가장 먼저 돋보인다. 흰색 바탕에 파란색, 우드 톤이 결합된 아름다운 카페다. 정중앙에는 커피 제조 공간과 주문을 받는 곳이 있고, 벽면 주위로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한쪽 벽면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를 위트 있게 표현한 대형 벽화도 존재한다.
얼핏 보면 인스타그램 감성이 넘치는 여느 카페와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조금만 옆으로 눈을 돌리면 색다른 공간들이 보인다. DJ 부스와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가 있고, 그 뒤로는 LP음반과 서적, 문구용품이 가득하다.
읽고 쓰고 만들고… 나만의 책과 노트
이곳의 정체성을 가장 진하게 담고 있는 공간은 바로 서점이다.
‘커넥티드’는 뉴욕의 아트 갤러리와 서울의 독립서점 브랜드다. 국내에서는 2018년 ‘커넥티드 북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서울 종로 세운 상가에 첫 독립서점을 세웠고, 을지점과 홍대점을 차례로 개장했다.
독립서점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오면서 전문성과 특유의 감성을 담아, 일반 대형 서점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독립 서적들을 엄선해 선보이고 있는 것.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비치된 책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어림잡아 약 200여 종의 서적이 깔려 있으며 주제부터 장르, 디자인까지 각양각색이다. 주된 장르는 에세이와 소설, 시집, 일러스트, 사진집 등이다. 또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재조명 중인 독립 서적들을 매달 테마에 맞게 큐레이션해 선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대형서점만 봐온 사람들에게는 독립출판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형 출판사의 책 제작 방식과 여러 가지 틀에서 벗어난 독립출판물이기에 종이 재질과 크기, 모양 등 모든 것이 제각각이다. 도서명도 웃음을 자아낼 정도로 파격적이다. 조금은 낯선 책들이 던져주는 신선함은 대단했다. 중간중간 스탠드 테이블이 있어서 샘플 서적을 읽어볼 수 있다는 점도 고객 편의성을 생각한 요소다.
책과 노트를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커넥티드는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책을 통해 영감을 받은 독자가 직접 책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책과 노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색다른 체험형 콘텐츠다.
표지부터 속지, 제본 스프링 등을 개인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모자익 노트’를 구매하면, 노트와 동일한 디자인의 티셔츠와 에코백을 제작해 증정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한 켠에 마련된 ‘오픈 스튜디오’에서는 북 토크 등 독자와 작가들이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도 열린다.
보고 듣고 먹기…연결된 문화 경험
음악과 예술 작품 등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들도 별도로 마련돼있다.
서점 옆에 위치한 LP존에서는 이용자들이 직접 LP판을 골라 청음 해볼 수 있다. 130여 종의 LP에는 장르, 아티스트, 타이틀명, 커버상태, 금액 등이 붙어 있어서 원하는 음반의 정보를 파악하기 용이하다.
메가히트 곡을 보유한 유명 가수들의 음반은 많지 않아서 낯설 수 있지만, 직원이 장르별 음악을 상세하게 추천해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덤으로 인증샷을 찍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귀를 즐겁게 해주는 공간이 하나 더 있다. ‘DJ부스’가 설치된 곳에서는 어쿠스틱 공연이나 LP 디제잉 등 고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수시로 진행한다. 오픈 이벤트로 최근 4명의 DJ가 이틀간 공연을 펼쳤다는 설명이다.
시각적 만족감을 충족시켜주는 공간도 있다. 한 켠에 자리한 갤러리 공간에서는 국내외 아티스트의 다양한 예술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4월 오픈에 맞춰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는 . 코로나 팬데믹으로 덮인 일상을 세 명의 아티스트(Alexa Hoyer, Betsy Kenyon, 박혜원)가 서로 다른 시각으로 담아낸 사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표시를 재해석하고, 자가격리 기간 동안 잠자는 모습을 장시간 노출을 통해 표현한다. 또,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일상생활의 순간을 달의 뒷면처럼 구현했다. 팬데믹이란 트라우마적 존재를 예술로 아름답게 승화시킨 느낌이다.
또, 커넥티드 플래그십 카페에서는 스페셜티 브랜드 ‘알레그리아’의 커피와 함께 간단한 디저트들을 즐길 수 있다.
롯데백화점이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이유는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경험을 중시하는 2030세대를 위해 기존 백화점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손을경 롯데백화점 PB부문장은 “MZ세대의 고객들이 먼 곳에서 찾아올 정도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구상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며 “앞으로도 롯데백화점의 각 점포들이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CNB=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