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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퍼니하니?] 공감과 이질감 사이…GS25 ‘갓생기획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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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 김수찬기자 |  2022.06.08 09:37:05

MZ세대 끝물 기자 2명의 현장 검증
소문대로 2030직장인의 모든것 담아
예쁜 소품들은 그 자체로 인증샷 유발
여심 팍팍 저격했지만…메시지는 의문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서울 성수동에 브랜드 팝업스토어 ‘갓생기획실’을 오픈했다. 사진은 갓생기획의 캐릭터 '무무씨'의 모습이 담긴 갓생기획실의 사무공간이다. (사진=선명규 기자)

MZ세대는 아우르는 나이폭(1980년대~2000년대초 출생) 만큼이나 규정짓는 특성도 다양하다. 강한 소신, 모험 정신, 과단한 실천력 등 이들을 일컬어 꼽는 말들이 많다. 그러나 쉽게 간과하는 것이 있다. 이런 수식어들을 지탱하는 기반은 '재미 추구'이다. 신선한 즐거움이 있어야 MZ세대는 반응한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이들을 겨냥해 흥미로운 요소를 골몰하고 발굴하는 배경이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류에 맞서는 기업들의 공략법은 먹힐 것인가. CNB뉴스 MZ세대 기자들이 그 물음과 응답 사이에 들어가 본다. MZ, 퍼니(funny)하니? <편집자주>


 


출근부터 퇴근까지 ‘현실적’

동년배가 만들면 공감지수도 올라갈까?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최근 MZ세대를 사로잡는다는 취지로 이 회사 2030 직원들이 기획한 브랜드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장소부터 맞춤하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성수동이다. 단층짜리 건물을 하나의 설정으로 채웠다. 가상 인물인 'Z세대 직장인 김네넵'의 일상이다. 슬기로운 직장생활에서 재테크, 취미생활까지 여기에 모두 그렸다. 직장인으로서 무릎 치며 공감할 요소 많지만 이질감도 분명 느껴진다. 지난달 26일 AZ(아재)에 가까운 MZ 두 기자가 그의 생활 영역에 침투해 봤다.

공간은 총 네 개다. 사무실에서 시작해 탕비실, 퇴근길 상점, 개인방으로 이어진다. 평범한 직장인이 평일에 거치는 흔한 경로로 꾸몄다. 평일 낮에, 그것도 핫플레이스라는 성수동에 도착해 맞닥뜨린 첫 광경이 사무실이라니. 선명규 기자와 김수찬 기자는 배신감부터 느꼈다. 방금 떠나온 회사와 별반 다르지 않게 생겼기 때문이다. “너무 사실적이잖아!” 두 기자는 다시 출근하는 기분으로 엉거주춤 몸을 밀어 넣었다.

 

갓생기획실에 꾸며진 김네넵의 자리(위)와 탕비실에 진열된 식품들. (사진=선명규 기자)

눈보다 귀가 밝은 선 기자는 들어서자마자 흠칫 놀랐다. “꺅 너무 귀여워”를 연발하는 드높은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기 때문이다. 이곳이 여심을 사로잡았다는 소문은 SNS를 통해 익히 들었다. 무엇이 그렇게도 깜찍해 저격당한 여심은 감정을 감추지 못할까. 시야가 넓은 김 기자는 "예쁜 물건을 죄다 모은 문구점 같다"고 첫인상을 술회했다.

시작은 가볍게 회사 속 김네넵의 자리가 끊는다. 오피스 드라마 세트장처럼 꾸민 공간에 그의 책상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잿빛 사무실에서 소소하게 자기 자리 꾸미기를 소망하는 직장인의 로망을 실현했다. 탁상용 은테 거울,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미니멀한 디자인을 닮은 전자시계, 회사에서 보급받지 않았을 아기자기한 키보드 등은 그의 센스가 엿보이는 대목. 곧잘 취향을 숨기는 선 기자는 “딱 저렇게 튀지 않게 꾸미고 싶은데 눈치도 보이고 센스가 없어 참고 있다”고 고백했다.

성실한 MZ의 표본, 김네넵 대리

이곳의 주인공, 갓생기획팀 김네넵 대리는 진정한 갓생러(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아, 그의 신상정보를 어떻게 알았냐면 책상에 명함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사무실 책상에 펼쳐진 다이어리만 봐도 그가 하루를 잘게 쪼개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정이 빼곡하고 다짐, 목표도 눈에 띄게 적어 놨다.

특히 그의 갓생 의지가 두드러지는 곳은 책장. 주식 등 투자에 관한 책이 다수 꽂혀 있다. 재테크에 귀밝은 김 기자는 책의 내용을 술술 읊다가 이질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일해서 월급 받는 것 말고 다른 수단으로 큰돈을 번다는 주제를 담은 책들이라서, 역설적으로 직장의 의미가 퇴색되는 요소 같다. 하지만 요즘 젊은 층의 꿈인 파이어족(일찍 돈을 모아 조기 은퇴하려는 이들)을 갈망하는 현상을 현실적으로 반영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갓생기획실 브랜드의 사무용품 굿즈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위)과 갓생기획의 캐릭터 김네넵의 방. (사진=선명규 기자)

여기서 잠깐. 이번 팝업에서 김네넵은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사람은 없고 그의 흔적만 있다 보니 궁금증이 커진다. 정체가 뭘까. 손이 뭉뚝한 선 기자는 “손재주가 보통이 아닌 사람이다. 형형색색 펜과 스티커로 보기 좋게 다이어리를 치장했다. 요즘 유행하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의 달인”이라며 일단 추켜세웠다.

또 다른 관심사는 김네넵의 성별. 책장에서 여성팬층이 두터운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의 저서를 발견한 선 기자는 그가 여성일 거라 확신했다. 냉소적인 김 기자는 “현재를 살고 있는 같은 세대라는 동질감을 느낄 뿐”이라며 “그거 맞혀서 뭐하냐”며 다음 공간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미스터리 김 대리의 정체를 밝히려는 탐정놀이는 허무하게 끝났다.

굿즈·셀피 등 인기 요소 한 자리에

사무실을 돌아나가면 탕비실이 나온다. 회사원들이 업무시간에 자주 외도를 하는 곳이다. 음료, 라면 등이 선반에 알차게 진열되어 있다. 눈이 풍족한 것도 잠시. 그 옆에는 서늘한 경고문이 붙어 있다. “'소확횡(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은 안 되는 거 아시죠?” 왠지 뜨끔한 탕비실 마저 빠져나오면 비로소 퇴근이다.

안식처인 집으로 가는 길목에는 꼭 들러야 하는 상점이 있다. 김네넵이 오늘도 고생한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곳이다. 예쁜 소품이 즐비하다. 김네넵이 키우는 심드렁한 티벳여우 무무씨의 캐릭터가 그려진 엽서, 지우개, 그립톡, 스티커 등 작은 소비 대비 큰 만족도를 주는 물건들로 가득 채웠다. 여기에는 요즘 인기인 셀프 스튜디오도 있어 셀피를 남기는 방문객들이 많다.

마지막인 김네넵의 방에도 그의 갓생 의지는 묻어있다. 책상 한쪽에 올해 버킷리스트와 오늘의 잘 한일 따위를 적은 일기장이 이를 증명한다. 열심히 사는 와중에 한방을 노리며 구매한 복권은 소소한 웃음 포인트. 우리와 마찬가지로 출근해서 퇴근하는 김 대리의 여정을 따라가 본 두 기자는 입을 모아 말했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갓생기획실'의 외부 전경(위)과 내부 모습. (사진=선명규·김수찬 기자)

갓생기획실에는 요즘 MZ세대가 좋아하는 요소가 다수 들어있다. 굿즈, 셀프 스튜디오, 소품 등을 전면에 배치했다. 공간도 아기자기 하게 꾸며 어디에 카메라 렌즈를 대도 훌륭한 피사체가 된다.

확연히 티가 나지 않는 홍보도 미덕. GS25는 공간마다 이 회사의 흔적을 남겼다. 사무실에는 이 회사 갓생기획팀이 하는 일을 모니터와 아이디어 노트를 통해 흘렸고, 탕비실에는 이 팀이 그간 내놓은 협업 제품을 진열했다.

전체적으로 안전한 시도를 했으나 그래서 새로움을 찾기가 어렵다. 김 기자는 “메시지는 없고 공감에만 그쳐서 아쉽다”고 했다. 선 기자는 “얼마 전 유행한 욜로가 행복에 중점을 뒀다면, 갓생은 성실에 방점을 찍는다”며 “김네넵이 하루하루 매시간을 열심히 사는 모습을 그렸다는 자체가 메시지가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메시지는 찾는 사람의 지분이 더 큰 법이다. 팝업 스토어 운영은 이달 12일까지.

(CNB뉴스=선명규·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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