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3.12.11 11:15:53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오는 27일 신당 창당 선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연대 가능성에 대해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할 문제의식과 충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지 뜻을 모을 필요가 있다”며 “이 전 대표와도 때가 되면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하면서 “단지 일에는 순서가 있는 것으로 (이 전 대표를) 금방 만나겠다든가 그런 뜻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지만 지난 6일 “이준석 전 대표와의 만남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던 것과는 한층 달라진 발언이었다.
이어 이 전 총리는 ‘신당 창당 준비가 본격화했다는 얘기가 많다’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실무적인 세세한 일들이 굉장히 많은 법”이라며 “오리가 호수 위를 다닐 때는 물 위에 떠 있는 것만 보는데 물 밑에서 수많은 일들이 있다. 그 일을 누군가는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답해 사실상 실무적으로 신당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지난 9일 강서구에서 열린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의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통해 “윤석열, 이재명으로는 답이 없어 국민들에게 제3의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연일 신당 창당 가능성을 밝혔다.
그리고 이 전 총리는 “지난해 대선부터 시험문제가 ‘윤석열, 이재명 중 하나를 고르세요’로 돼 있었는데, 지금도 그 시험문제가 그대로 있다”며 “이대로 내년 총선에 가면 3년째 시험문제가 똑같이 나와 국민들이 ‘답이 없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전 총리는 “여야 모두 싫다는 분들, 이 시험문제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해서 선택하게 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정답 없는 시험지에 또 다른 답 하나를 올려놓는 것을 함께 할 단계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 총리는 “여야 중 어디가 좋다고 하는 분을 뺏어가는 것이 아니니까 그분들이 화낼 일이 아니라, 오히려 양대 정당이 흡수하지 못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흡수해준다니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뺏기는 것 때문이라면 노력하면 되는데, 노력은 하지 않고 자꾸 욕부터 하면서 선택을 봉쇄해야만 기득권이 유지된다면 곤란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비판의 수위를 더욱 끌어 올렸다.
이와 관련, 이 전 총리 측 한 핵심 관계자는 11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전 총리가 민주당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은 확실하다”며 “특히 구(舊) 동교동계 인사들이 나서 이 전 총리에게 ‘호남 민심이 바뀌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설득하면서 이 전 총리의 신당 창당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오는 27일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1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총리가 때가 되면 자신과 만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저도)만날 준비는 돼 있다. 생각을 듣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다”면서 “이낙연 전 총리는 민주당 본류로서 지금 상황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 결단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전 대표는 ‘이 전 총리와 신당 창당 후 함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되면 나만의 울타리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 전 총리처럼 대통령 빼고 모든 직위를 경험하신 분이라면 적어도 같이 친 울타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내가 어떤 울타리를 쳐놓고 들어오시겠습니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그런 것은 깊은 상의가 필요한 과정이다. 이낙연 전 총리와 통상적인 교류는 했지만, 진지한 대화를 한 적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