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3.12.12 10:57:17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연일 신당 창당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재명 대표 체제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는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와의 만남을 추진하며 이른바 문재인 정부 ‘3총리 연대’를 끊겠다는 전략으로 대응해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고위 인사는 12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재명 대표가 김부겸, 정세균 전 총리를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성사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이렇듯 이 대표가 문재인 정부 당시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두 전 총리와 만남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 전 총리가 신당 창당 실무 준비에 돌입했다고 밝히면서 당 안팎에서는 ‘3총리 연대설’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은 물론, 특히 오는 27일 신당 창당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제3지대에서 연대할 가능성도 열어두는 등 민주당의 분당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앞서 이 전 총리가 두 전 총리와 연쇄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연대가 향후 ‘비명계(비이재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면서 실제로 성사될 경우, 향후 공천 상황에 따라 파괴력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정 전 총리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영주 국회부의장 출판기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와 회동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좋은 정치를 통해 어떻게 민주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대한민국의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것인가가 저의 영원한 숙제다. 그 숙제를 하기 위해서 누구든 필요하면 항상 만나서 대화하고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제 책무”라며 “민주당의 주요한 분들과 누구든 다 만난다”고 밝혔다.
이어 정 전 총리는 ‘민주당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저는 항상 통합주의자로서 대화와 통합을 항상 제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답하면서 이 전 총리를 따로 만날 계획을 묻자 “언제든지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낙연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3총리 연대설’에 대해서는 “없다”고 일축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김 전 총리가 이 대표와 만날지는 미지수다.
이에 김 전 총리의 한 측근 인사는 통화에서 “이 대표 측에서 ‘오는 20일경 김 전 총리와 만남을 추진 중’이라고 주장했으나 아는 바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3총리 연대설’에 대해서는 “김 전 총리가 이 전 총리와 만나 민주당의 현 상황에 깊은 우려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대, 신당 창당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면서 “다만 민주당이 분당된다면 그건 이재명‧친명(親이재명계)‧개딸(민주당 강성 지지층) 책임”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동안 이 대표는 당과 자신을 향한 이 전 총리의 쓴소리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당내 통합 필요성을 강조하며 제2의 ‘명낙회동’을 제안하기만 했으나, 오히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 입당설까지 나돌고 있는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회동하면서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신당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자, 결국 이 대표도 대응 방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이 대표의 한 핵심 측근 인사는 통화에서 “결국, 이 전 총리가 통합을 당부하는 이 대표의 손길을 거부한 만큼, 이 대표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대표가 전직 총리들을 만나려는 이유는 정치공학적 때문이 아니라 당의 여러 어려운 상황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 위해서”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대응 움직임에 맞춰 ‘친명계’ 한 의원은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총리와 국민의힘 이 전 대표간의 연대 움직임에 대해 “‘낙준연대’가 아니라 ‘낙석연대’로 총선 시기에 모이는 일시적인 이합집산을 안정적인 한국 정치 발전의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하는 등 이 전 총리를 겨냥해 십자포화를 날리기도 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