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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發 ‘티몬·위메프 사태’ A부터 Z까지…원인과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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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4.08.03 10:32:02

기업회생 신청했지만 자구책 역부족
1조원대 채무 떠안을 인수기업 없어
‘한탕’ 대박 노린 결과…교훈 삼아야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7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입주빌딩에서 티몬 피해자들이 건물 내부로 진입해 티몬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0년 ‘소셜 커머스 쇼핑몰’을 표방하며 설립된 두 이커머스 기업 ‘티몬’과 ‘위메프’가 위기에 빠졌다. 판매자들에게 정산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한달째 이어지고 있는 것. 피해금액이 무려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태의 진행 과정과 발생 원인,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1 사태의 경과  풍문에서 압수수색까지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건 지난 7월 초부터다. 지난달 8일 위메프에서 정산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이후 13일에는 티몬에서도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15일은 위메프가 1차로 연기한 대금 정산일이었지만, 정산이 거의 진행되지 않았고, 17일 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이 ‘지연 정산금 지급 및 수수료 감면’을 약속하며 공식 사과했지만, 22일 티몬이 판매자들 대상으로 ‘대금 정산 무기한 지연’을 공식 선언하면서 사태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먼저,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한 주요 여행사들이 이미 판매된 호텔, 항공권 등의 결제를 일괄 취소했다. 이들은 이미 지난 6월부터 정산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 이에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항공권이나 호텔을 예약한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여름 휴가를 앞두고 여행을 취소당하고, 환불도 안되는 상황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했다.

지난달 23일이 되자 수많은 판매자들이 대거 티몬과 위메프를 이탈했고, 카드사, PG사, 은행 등도 제휴·연계 서비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서비스 중단 이틀 뒤 티몬은 본사 건물을 폐쇄했고, 이날 새벽부터 티몬과 위메프는 각각 100여명이 넘는 환불 고객들에 의해 ‘포위’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때부터 공정위와 금융감독원이 진상파악에 들어갔다.

 

판매 대금 지연 사태가 발생한 위메프가 온라인과 고객센터를 중심으로 환불 접수를 받겠다고 밝힌 7월 26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에서 환불을 원하는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며칠 뒤 구영배 큐텐 대표가 싱가포르 소재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직을 사임하고, 마크 리 신임 대표 이사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큐익스프레스 측은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구영배 대표의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자 지난달 29일 구영배 큐텐 대표가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티몬과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자신이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날 오후 티몬과 위메프가 전격적으로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해 판매자들을 분노하게 했다. 기업회생 절차가 시작되면 부채 일부가 탕감되므로, 판매자들이 판매 대금을 보전받지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구영배 대표가 국회 정무위원회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사태 해결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그룹이 동원 가능한 자금은 800억원 정도지만 이를 다 투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큐텐의 다른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 AK몰도 판매자 센터에 정산 중단 공지를 올렸다.

지난 1일 검찰이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구 대표를 비롯한 회사 경영진 주거지 3곳, 티몬 본사와 위메프 사옥 등 관련 법인 사무실 7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자료, 결재 문서와 보고서 등 내부 문건, 휴대전화 등을 확보 중이다. 검찰은 구 대표에 대해 사기와 횡령·배임 등 혐의를 적용했다.

 


#2 사태의 원인  긴 정산주기 활용한 ‘돌려막기’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이번 사태의 원인은 뭘까? 일단 업계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긴 정산 주기’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보는 분위기다.

티몬과 위메프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했을 때 최대 60일 이후에나 대금을 판매자들에게 정산하는 시스템을 유지해왔는데, 이 주기는 타 인터넷 쇼핑몰들과 비교해서도 지나치게 길다는 것.

네이버 쇼핑과 G마켓, 옥션, 11번가 등은 구매 확정 다음날 또는 3일 후에 정산이 완료되는 시스템이다. 자동 구매 확정이 대개 배송완료일로부터 7일 내외라 구매일 기준 대략 10일 정도면 정산이 완료되는 것. 미국 아마존도 약 14일이면 정산이 완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7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티몬 위메프 사태 피해 입점업체 피해사례 발표 및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방기홍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 회장이 피해사례를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긴 정산 주기를 악용해 티몬과 위메프는 일종의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구매 대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판매자에게 그대로 입금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미리 받아둔 대금을 정산금 지급 시기가 먼저 돌아오는 다른 판매자들에게 순차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돌려막기는 매출 거래가 비슷한 수준으로 계속 유지된다는 조건 하에서만 작동하는 것이어서, 매출이 급감하거나 갑작스러운 유동성 위기가 도래할 경우 유지가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상품권 할인 판매’라는 최악의 꼼수를 뒀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 티몬은 ‘티몬캐시’를 할인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이는 페이코 등 타 플랫폼을 통해 환전이 가능해 악용할 경우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고객이 할인구매한 티몬캐시 60%를 페이코포인트로 전환하고, 사용 이후 남은 40%를 환불조치하는 과정을 거치면 1인당 약 12만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

상품권 판매를 통해 티몬은 일시적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는 머지않아 더 큰 비용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럼에도 티몬과 위메프가 이를 강행한 것은 ‘돌려막기 정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화근의 뿌리는 구영배 ‘나스닥 상장’ 욕심


그렇다면 두 회사는 왜 이런 꼼수까지 써가며 기업활동을 유지하고 있었을까? 업계에서는 큐텐 구영배 대표가 큐텐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확장을 시도한 때문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구 대표는 과거 ‘G마켓’을 국내 오픈마켓 대표주자로 성장시켜 2006년 나스닥에 상장, ‘성공신화’를 쓴 인물이다. 그는 2009년 지마켓을 이베이(EBay)에 매각했는데, 당시 매각 조건이 ‘대한민국 내에서 10년간 동종 업종 종사 금지’였기 때문에 한국을 떠나 2010년 싱가포르에서 ‘큐텐(Qoo10)’을 설립, 동남아 시장을 위주로 활동했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끝난 2020년 그는 한국 사업을 재개했다. 2022년 9월 티몬을 인수하고, 2023년 3월엔 인터파크커머스. 4월엔 위메프를 인수했으며, 2024년 2월에는 미국의 이커머스 회사 ‘위시(Wish)’를, 4월에는 AK몰을 인수했다.

 

7월 30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같은 몸집 불리기는 큐텐의 유동성에 악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위시 인수 과정에서 약 2300억원의 현금을 동원한 것이 치명타였다. 이 자금을 동원하기 위해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금을 끌어다 썼고, 결국 이를 메꾸지 못해 이번 사태가 발발했기 때문. 구 대표는 국회 정무위 질의에서 이와 관련 “위시 인수 대금에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금을 활용한 것은 맞지만, 한달 내에 바로 상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를 운영하면서 재무 관리 기능은 도외시하고 영업과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기형적인 조직 운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큐텐에 인수된 후 티몬과 위메프는 매달 큐텐에서 내려오는 판매 건수 목표량 맞추기에만 집중해야 했고, 회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무리한 마케팅을 전개해야 했다는 것.

이같은 큐텐의 티몬·위메프 인수합병과 재무·개발 기능 박탈, 무리한 판매 건수 늘리기 등은 모두 물류를 맡은 큐익스프레스 매출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나스닥 상장을 성공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실속없는 매출 늘리기를 통한 상장과 이를 통한 ‘엑짓(Exit, 투자금 회수)’은 실패 가능성이 높은 줄타기에 가깝지만, 구 대표는 이미 지마켓을 통해 성공을 맛봤기 때문에, 재차 이 방식을 시도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 출구전략은?  기업회생 신청에 채권자 ‘진퇴양난’



그렇다면, 이번 사태로 빚어진 판매자와 소비자의 피해를 복구하고, 티몬과 위메프, 큐텐이 정상화될 수 있는 해법은 존재할까? 당장은 그런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일단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달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일반적으로 기업회생의 핵심은 ‘채무조정’이어서 법원은 ‘채권 탕감’을 조율하게 되는데, 이는 판매자와 소비자 입장에선 받아야할 돈(채권)을 일부 혹은 전부 회수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기업회생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지만, 채권자의 동의가 없을 경우 티몬과 위메프는 ‘파산’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예 채권 회수가 불가능해지니 채권자 입장에서는 어느 쪽도 선택이 쉽지 않다.

 

류광진 티몬 대표(오른쪽)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7월 30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쨌든 법원은 이미 티몬과 위메프의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2일 두 회사에 대한 첫 심문이 열렸고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심문에는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출석했다. 법원은 두 회사가 신청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ARS) 프로그램의 현실성에 대해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ARS는 법원이 강제 회생절차 개시를 보류하고 기업과 채권자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ARS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는 이를 통해 진행하려는 자율 구조조정의 내용과 협의 상대 채권자, 협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출해야 한다. 채권자가 ARS 시행에 동의할 경우 법원은 최장 3개월의 기간을 주고 신청 법인이 자율적으로 회사를 살릴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한다.

 


#4 티메프의 앞날?  자구책 현실성 낮아…정상화 ‘첩첩산중’



앞서 두 회사는 큐텐그룹의 실질적 오너인 구영배 대표의 사재 투입, 펀드 조성, 계열사 매각 등 그룹 차원의 자구책을 거론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자구책들 대부분은 실행이 난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구 대표의 자산은 큐텐 지분 38.0%,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던 큐익스프레스 지분 29.4% 등 비상장사 주식, 서울 반포자이 아파트, 통장에 든 10억∼20억원 등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져서, 별도의 해외 재산 등이 발견되지 않는 한 해결에는 역부족이다.

자회사 위시(Wish)가 중국에 보유한 현금성 자산 800억원가량을 티몬·위메프 사태 해결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구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800억원이지만 바로 정산자금으로 쓸 수 없다. 중국에 여러 규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 바 있다.

그나마 큐텐과 계열사들이 펀드 조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계열사 일부를 인수·합병(M&A)하고, 분리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한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펀딩의 경우 구 대표가 큐텐의 대주주인 몬스터홀딩스와 원더홀딩스를 비롯해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에 투자를 요구했으나 금리 인상과 불경기가 겹친 터라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위메프와 티몬 사옥. (사진=연합뉴스)

계열사 분리 매각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그룹에서 벗어나 독자 경영을 하기 위해 매각작업에 나섰으며, 위메프도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에 인수 의사를 타진할 계획으로 전해졌지만, 알리익스프레스 한국법인은 이미 “위메프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관련 기업과 접촉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유통업계에서는 11번가도 장기간 인수자가 안 나타나는 상황에서 1조원대의 미정산금이 쌓인 티몬·위메프를 인수할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법원 결정에 따라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된다고 해도 실제 두 회사가 정상 기업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사의 채권 규모가 크고, 채권자의 성격도 은행과 판매자, 납품업자,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등 결제 관련 업체들, 환불받지 못한 소비자 등으로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티몬과 위메프는 이미 지난해말 기준 누적 결손금이 마이너스 6386억원, 2398억원에 달하는 등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는데도 이를 인수해 나스닥 상장에만 활용하려 한 건 구영배 대표의 모럴 해저드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사태로 실속없이 몸집만 키워 상장과 엑짓(매각)을 노렸던 기업들이 정신을 차리게 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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