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5.06.24 11:28:36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발표한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 인선에 여의도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동영 의원을 20년 만에 또다시 초대 통일부장관으로 발탁한 데 이어, 현직 철도 기관사인 김영훈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지명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시작해 무려 4명의 대통령으로부터 중책을 맡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 등이 눈길을 끌었다.
우선 이 대통령이 앞서 이종석 국정원장 임명에 이어 통일부 장관에 5선의 ‘올드보이’ 정 후보자를 지명함으로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남북관계 복원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 후보자는 이미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장을 역임한 바 있어 사실 정부 부처 장관을 두 차례 역임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특히 통일부 장관을 두 차례 맡는 것도 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남북대화의 재개와 한반도 긴장완화 돌파라는 임무를 맡긴 셈이다.
여기에는 과거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경험과 5선 정치인으로서의 무게감만이 아니라 이 대통령과의 정치적 인연은 물론, 북한의 김 국무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독대한 경험이 있는 북한통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과거 경기도 성남지역에서 시민운동가 및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정 후보자의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했고, 팬클럽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을 조직해 공동대표를 맡는 등 정치를 시작하는 초창기에 정 후보자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세월이 지나 이 대통령이 대선을 준비할 때에는 정 후보자가 민주당내 ‘이재명계’의 원로로서 물밑지원을 하며 당내 통합과 외연 확대에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이러한 두 사람의 정치적 인연이 북한으로서는 정 후보자 지명의 배경을 평가하는데도 작용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정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장을 역임하던 당시 이 국정원장 후보자가 NSC 사무차장이 맡는 등 이미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당시 정동영·이종석의 투톱으로 지난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과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길이 닦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에 이 대통령은 ‘올드보이들’의 귀환을 통해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정착의 돌파구를 찾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여 북한이 이번 인사 메시지에 어떻게 반응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강 비서실장은 정 후보자에 대해 “누구보다도 풍부한 경험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인물”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여건을 조성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의 돌파구를 마련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현직 철도 기관사인 김 전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철도노동계에서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김 전 위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1992년 철도청에 입사해 철도 기관사로 임용돼, 2000년 철도노조 부산지부장으로 당선된 뒤 철도노조 위원장, 민주노총 위원장, 정의당 노동본부장 등을 거쳐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정의당에 입당한 바 있는 등 노동운동계를 대변하다 정치계로 진출한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그러다가 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 선대위 노동위원장을 맡아 노란봉투법 등 노동공약과 고속철도통합공약 등 노동 및 철도 관련 정책지원을 했으며, 현재는 부산지역 기관사로 활동 중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부산에서 새마을호를 운행하는 도중에 장관지명 소식을 듣고 소감에서 “꿈꾸는 기관사 김영훈”이라며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 소년공 대통령의 꿈이자 일하는 시민 모두의 꿈”이라고 말하면서 “노동이 존중받는 진짜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김 후보자는 소감 추신에서 “오늘 오전 출근해 부산발 서울행 ITX 새마을 1008열차를 운행하고 있어 휴대전화가 차단돼 있었다”며 “다시 부산으로 귀소 운행 예정이라 연락이 안 되더라도 널리 양해 바란다. 마지막까지 안전 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철도노조 한 관계자는 CNB 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직에 오래 몸담은 동료이자 노동자들을 대변해온 인물이어서 거는 기대감이 크다”며 “현장의 의견과 목소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당사자로서 향후 철도노동계를 위한 입지전적 활동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리고 이 관계자는 “현장 출신의 장관 후보자를 철도노조에서 배출했다는 의미 이상으로 노동계에 상징성 있는 인사 발탁”이라며 “개인의 성향을 떠나 노조에 적대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강 비서실장도 “김 후보자는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하며 노동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인물”이라며 “산업재해 축소, 노란봉투법 개정, 주 4.5일제 등 일하는 사람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이 이날 첫 내각 인선을 발표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송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노동부 장관이었던 고(故) 이기호 전 장관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의 첫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극소수의 전례가 있긴 했으나, 그럼에도 정권이 교체된 후에 전임 정부의 장관이 자리를 그대로 지키는 것은 무척 이례적이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일 잘하면 쓰겠다”고 공언해 온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에 기반한 용인술이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송 장관이 윤석열 정부에서 일하긴 했으나 계엄이나 내란에 적극 동참한 적이 없고 본인이 소신을 갖고 활동을 해왔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봤다”면서 “이재명 정부의 가치와 지향에 동의해 열심히 활동할 분이라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쓰겠다는 뜻이 담긴 실용주의 기반 인사”라고 설명했으나 전적으로 ‘코드’가 맞는 인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023년 송 장관의 청문회 과정에서 불법 증여 의혹이 불거지자 최고위원회의에서 “송 후보자가 불법 증여 의혹이 제기되니 ‘아이들에게 용돈 차원에서 준 것’이라고 했는데,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말이겠느냐”며 “국민의 머슴, 공복으로서의 기본적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고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아울러 송 장관은 지난해 11월 민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하자 브리핑을 열어 법안에 대한 반대 뜻을 밝히고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거부권)를 건의하겠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송 장관은 새 정부의 철학과 국정운영 방향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에 어떤 활동이나 결정을 했든지 간에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식품부 내부에서는 예상치 못한 유임이라는 분위기지만, 농정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 안정을 우선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으며, 앞서 송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과 물가, K푸드, 재해 대응 등과 관련해 비교적 장시간 문답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송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유임과 관련해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분골쇄신의 자세로 새 정부 농정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쟁점이 됐던 정책이나 법안 등에 대해서는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춰 적극 재검토해 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 비서실장은 송 장관에 대해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의 변화와 지방소멸 등을 연속성 있게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송 장관 유임은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서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