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8일 ‘시민께 드리는 선물’이라는 콘셉트로 진행된 취항식을 갖고 ‘서울 한강을 누빌 새 수상교통 수단’이라며 야심차게 출항시켰던 ‘한강버스’가 공식 출항 열흘만인 29일 전면 중단시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운행 중단과 관련해 “추석 연휴 때 가족들과 함께 한강버스를 타고 연휴를 즐기려는 계획을 세운 시민들도 계셨을 텐데, 그 기간 운행을 하지 못해 저도 참 아쉽고 안타깝다”며 “시민 여러분께 정말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어 오 시장은 “열흘 정도 운행을 통해 나타났던 기계적 결함이 몇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 불안감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운항을 시작했다 중지하는 데 대한 상당한 여론의 중압감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부담을 뒤로 하고 허심탄회하게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듣는 기회를 가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오 시장은 “일정 기간 운행 정지하는 상태에서 심도있는 안정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좋겠다는 건의가 있었고, 한달 정도면 안정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수용했다”면서 “한달 정도 지연하더라도 1, 2년 운행하는 게 아닌 이상 충분히 안정화 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라며 “다시 한번 시민들에게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앞서 서울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만인 22일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 문제가 생겨 결항했으며,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하는 등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이날부터 오는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운항’을 결정했다.
이에 서울시 박진영 미래한강본부장은 이날 오전 시청에서 열린 ‘한강버스 시범운항 전환 관련 약식 브리핑’에서 ‘한강버스 정식운항 결정이 성급했다’는 지적에 “(정식운항 전) 6개월 동안 테스트 기간을 거쳤던 만큼 조급하거나 무리한 시작이라고는 판단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예측을 넘어서는 문제가 발생해 한 달 동안 시범운항을 하며 테스트해보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본부장은 “최선을 다해 한 달 안에 모든 스트레스 테스트를 마칠 계획”이라며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잔고장, 그로 인한 신뢰의 추락은 막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테스트를) 하고 정식운항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본부장은 대중교통 이용 수요와 관광 이용 수요에 대한 질문에는 “서울시민이 도심 안에서 이동하는 것을 관광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며 “이동 수요가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증면되면 될 뿐 관광용이냐 출퇴근용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7개 선착장, 28.9㎞ 구간을 오가는 친환경 수상 대중교통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 2023년 3월 사업 계획이 처음 발표되자 접근성,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도 제기돼 선박 건조가 늦어지며 운항 일정이 3차례나 연기되며 논란이 일어나는 등 사업 추진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더구나 출근길 대중교통 수단으로서의 경쟁력도 미지수로 마곡에서 잠실까지 일반노선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127분으로, 당초 계획보다 52분이 늦음에도 불구하고 한강버스는 단순한 탈 거리를 넘어 시민들의 일상에 여유를 더하는 라이프스타일 혁신 공간이 될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었다.
이처럼 국민 혈세 수백억원 대의 사업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한강버스가 잦은 고장 등의 여파로 운항 시작 열흘 만에 시민 탑승이 중단되자 여권에서는 “시민 안전을 담보로 열흘간 시험 운행을 했던 것이냐”는 비판과 함께 “그 정도 혈세면 서울 마을버스 환승 지원하고도 남는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여권에서 차기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시작부터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한강버스, 결국 열흘 만에 운항을 중단하고 점검에 들어간다 한다”며 “반대로 말하면 원래 정식운항 전에 했어야 할 최적화, 안정화 등의 점검 작업도 미비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오세훈 시장은 먼저 안정성에 대한 담보도 없이 역사적인 대중교통이라며 홍보에만 매진했던 무책임한 시정에 대해 시민들께 사과하라”면서 “또한 섣부른 운항 재개보다는 철저한 점검과 분명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역시 서울시장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같은 당 전현희 수석 최고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무자격업체에 선박 건조를 맡긴 한강버스는 처음부터 실패가 예견된 사업”이라면서 “세빛섬, 수상택시에 이어 한강버스까지, 세금 먹는 하마들만 한강에 풀어 놓은 오 시장은 더 이상 천만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 시민 안전은 뒷전으로 한 졸속행정가 오 시장은 서울시민께 석고대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박용진 전 의원은 “적자투성이 한강버스는 대중교통이라면서 엄청 신경쓰는데, 지금 서울시 대중교통은 가장 말단에서부터 막힐 위기에 봉착했다”면서 “정작 서울시 서민들의 발인 진짜 대중교통인 마을버스는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 전 의원은 “오 시장은 37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2시간 7분이나 걸리는 ‘출퇴근 대안’에 수백억 쓰지 말고, 서울 서민들의 발부터 다시 뛸 수 있도록 해결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시 140개 마을버스 회사가 소속된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은 환승할인으로 경영난이 심화해 매년 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지만 시 보조금은 연간 400억원에 그쳐 환승제도 유지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조합은 최근 오 시장을 만나 재정 지원이 확대되지 않으면 대중교통 환승 체계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