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5.11.14 11:16:02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막지 않고 동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내란 선동 등 혐의로 체포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3일 박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종전 구속영장 기각결정 이후 추가된 범죄 혐의와 추가로 수집된 자료를 종합해 봐도 여전히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 기회를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은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및 수사 진행 경과, 일정한 주거와 가족관계, 경력 등을 고려하면 향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소집하고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및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 등을 지시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특검팀은 지난달 9일 박 전 장관에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박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 정도 등에 대해 ‘다툼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으나 이후 특검팀은 지난 한달여 동안 추가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벌이며 ‘위법성 인식’ 입증을 보강하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은 지난달 영장 기각 후 박 전 장관 등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 ‘권한 남용 문건 관련’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복원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건 작성자는 검찰과 소속 검사로 파악됐으며, 이 문건을 계엄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텔레그램을 통해 임세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뒤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박 전 장관은 이 문건을 전달받은 직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이 참석한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해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같이 확보한 증거와 진술을 바탕으로 “‘안가 회동’이 계엄 사후 대책을 모의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만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일부 새로운 범죄 사실을 특정해 지난 11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그러나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영장 실질 심사에서도 “‘권한 남용 문건 관련’ 등 문서들은 예상되는 국회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당시 상황을 정리한 것일 뿐, 계엄을 합리화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특히 위법한 지시가 없었다”는 입장을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양측의 주장을 검토한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 박 전 장관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따라서 특검팀은 두 번의 신병확보 시도가 모두 무위에 그친 만큼, 향후 추가 조사 없이 박 전 장관을 불구속 상태로 기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지난해 12월 3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계엄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등 내란 선전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황 전 총리도 법원으로부터 “구속의 필요성이 부족하고, 도주나 증거인멸 염려 등 구속 사유에 대해서도 소명이 부족하다”면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실제로 황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선포한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SNS에 올린 해당 게시물에서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지금은 나라의 혼란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나라를 망가뜨린 종북주사파 세력과 부정선거 세력을 이번에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한 황 전 총리는 “부정선거 세력도 이번에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하며, 강력히 대처하시라. 강력히 수사하시라. 모든 비상조치를 취하시라.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함께 가시라”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체포하라”고 정치인 체포에 동조하는 취지의 글도 올렸다.
특검팀은 정통 공안검사 출신이자 법무부 장관·여당 대표·국무총리를 역임한 황 전 총리가 계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내란 선동의 고의를 갖고 이 같은 글을 쓴 것으로 판단하고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황 전 총리가 문을 걸어 잠그고 거부하면서 영장 집행을 하지 못했다.
이후 특검팀은 문자메시지와 서면을 통해 세 차례 황 전 총리에게 조사 출석을 요구했으나 모두 불응했고, 이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자택에서 황 전 총리를 체포했으며, 특히 황 전 총리가 영장에 의한 정당한 법 집행을 거부해 수사에 지장을 줬다고 보고 공무집행방해 및 수사 방해 혐의도 포함했다.
더구나 황 전 총리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불발된 지난 3일 영장을 직접 보지 못했음에도 불특정한 경로로 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실명을 알아내 ‘불법 영장’이라고 비판하는 등 공개·비난한 것은 사법 질서 훼손에 해당하는 만큼, 구속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13일 황 전 총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뒤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증거가 상당 부분 수집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구속의 필요성이 부족하고, 도주나 증거인멸 염려 등 구속 사유에 대해서도 소명이 부족하다”는 사유로 14일 구속영장을 기각해 황 전 총리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돼 이제 남은 주요 피의자는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정도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