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기자 |
2026.01.09 15:10:40
오는 13~14일 일본 나라현에서 열릴 한일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고 ‘실용적 해법’을 도출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9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이 대통령의 방일 일정을 브리핑하며 “한일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인도적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과거사 문제를 본격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기상조론이 나왔었다.
그러나 위 실장은 9일 브리핑에서 "조세이 탄광 등 과거사 문제에서 한일 양국이 인도적 측면의 협력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세이 탄광은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해저 탄광이다. 1942년 2월 3일 갱도 누수로 인한 수몰 사고가 발생해 조선인 136명을 포함해 183명이 사망했다.
현재 양국 정부는 조선인 유해 발굴과 유골 DNA 감정 등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실무선에서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까다로운 과거사에 어떤 해법 내놓을지 주목
국빈 방중을 통해 중국의 ‘서해 불법 설치물’ 등 까다로운 주제를 직접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거론하며 해법을 전격 도출해낸 이 대통령이, 그것보다 더욱 까다로운 주제인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명쾌한’ 화법을 통해 해결책을 도출해낼지 기대된다.
위 실장은 또 "한반도 문제를 포함해 지역 및 글로벌 현안과 관련한 협력 방안이 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등의 수출통제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논의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개연성도 있다. 수출통제는 한국 역시 무관하지 않으며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이 밖에도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가 회담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위 실장은 소개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결성해 2018년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현재 회원국은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칠레,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영국 등 12개국이다.
위 실장은 "CPTPP 가입은 이전 한일회담에서도 얘기가 나온 바 있고, 우리도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번에 더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예상됐던 도다이지 아닌 호류지 선택 이유는?
이번 정상회담은 특이하게 수도 도쿄가 아닌 다카이치의 고향인 나라현에서 열린다. 이에 대해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지난달 “한일 간 고대 문화교류의 대표적 장소인 도다이지(東大寺)를 배경으로 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위 안보실장은 “14일 나라 호류지(法隆寺)를 양 정상이 동행 방문하는 일정이 잡혔다”고 전했다.
호류지와 도다이지를 비교하면, 호류지가 한반도의 일본 열도에 대한 문화 전파를 더욱 강렬하게 증언하는 장소이다.
호류지의 초기 가람 배치는 백제식 ‘1탑 1금당’ 형식으로, 충남 부여 정림사지와 매우 유사하다.
호류지 금당 벽화는 고구려의 승려이자 화가인 담징 또는 후대 고구려인 화가들이 그린 것으로 유명하며, 호류지 대보장전(박물관)에는 ‘구다라(백제) 관음상’이 있다. 구다라는 백제를 뜻하는 일본어다.
호류지는 7세기 일본의 쇼토쿠 태자가 대륙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스승으로 고구려의 혜자 스님을 모시고, 고구려의 회화, 백제의 건축-조각을 받아들인 현장으로 평가받는다.
담징 그림과 백제관음상 있는 호류지
이에 비해 도다이지는 호류지보다 늦은 8세기에 일본의 신라-백제계 후손들(행기 스님이 절 창건 주역 4인 중 1인이고, 大불상은 국중마려가 제작)이 현지인들과 힘을 합쳐 세운 절이다.
따라서 마이니치신문이 예상했던 도다이지보다는 담징-백제관음상 등의 이름만으로도 한국인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호류지를 일본 측이 선택했음을 알게 해 준다.
한편 이 대통령의 나라현 방문에 대해 지난해 12월 마이니치신문은 “이 대통령이 나라를 방문하는 김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직계인 다카이치 총리가 아베의 피살 장소인 나라시의 야마토사이다이(大和西大寺) 지역을 방문토록 함으로써 일본 극우의 호감을 사는 방안이 부상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위 실장은 “일본 측으로부터 그런 제안도 없었고, 생각을 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