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당적을 박탈당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첫 공개 행보에 나서면서 세몰이에 시동을 걸어 여의도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한 전 대표는 8일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김성원·배현진·김건·진종오·정성국·안상훈·박정훈·고동진·김예지·유용원·우재준 등 친한(친한동훈)계 의원 10여명을 비롯해 1만여명(주최 측은 1만5천∼2만명 참석 주장)의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20분에 걸쳐 토크콘서트를 열어 세를 과시했다.
한 전 대표는 먼저 제명의 명분이 된 이른바 ‘당원게시판 사태’(당게)에 대해 “(윤 전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이 추종 세력들과 함께 제가 당 대표가 된 직후부터 조기 퇴진시키기 위한 ‘김옥균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일이 익명게시판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전 대표는 “당 대표가 된 이후에 저와 제 가족은 입에 담지 못할 공격을 받았는데 가족이 나름대로 방어하는 차원에서 당원게시판에 하루에 몇 개씩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의 잘못을 비판하는 언론 사설 등을 링크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걱정 끼쳐 죄송하다.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당시인 지난 2024년 4월 총선을 치른 일화를 상기할 때는 “총선을 통해 당이 이기는 게 아니라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친윤계’(친윤석열계)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아울러 한 전 대표는 “3월을 기점으로 이종섭 호주대사 사태, 의대 사태 등 여러 가지 이해하지 못할 상황들이 연쇄적으로 나왔다”면서 “당시 대통령 머릿속을 지배하는 상업적 극단 유튜버가 ‘이 총선 지자’고 말하던 때다. 황당하게도 그런 유튜버들이 지금 국민의힘 지도부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 전 대표는 자신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에 대해 “김건희 씨 관련 출처 불명 지라시가 ‘단톡방’에서 돌아다녔는데 믿지 말라.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는 그 분과 한 자리에서 식사조차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저에게 무슨 쌍욕 같은 걸 했다는 것도 사실처럼 돌던데 아니다. 저는 공적 관계에서 누구에게도 그런 선 넘는 행동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는 “저를 찍어내려는 사람들에게는 사실이 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면서 “결국 윤 전 대통령이 시작한 ‘김옥균 프로젝트’를 장동혁 대표가 마무리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제가 제풀에 꺾여서 그만둘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신 분들은 접으시라”고 일갈했다.
한 전 대표는 “정치를 하는 동안 저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계속 바뀌어왔다”며 “더불어민주당 측이었다가, 윤 전 대통령 측이었다가, 지금은 ‘극단주의 장사꾼’”이라고 자신을 제명한 장 대표 등 현 지도부를 ‘극단주의 장사꾼’으로 칭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 전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지방선거) 지고 나서 지도부 사퇴 안 하면 어떻게 되냐’라며 정당사에서 누구도 고민해보지 못한 희한한 고민들이 나온다고 한다”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는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해 “‘헌법·사실·상식’에 기반할 것”이라는 청사진도 내놓으면서 “먼저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을 살리려고 사법 시스템을 깨부수고,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은 사익을 위해 조작으로 정적을 찍어내고 오히려 민주당에는 찍소리도 못하고 있다”고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어 한 전 대표는 “계엄과 ‘윤 어게인’은 헌법에 반하기에 용납해선 안되며 부정선거 음모론 역시 사실이 아니기에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면서 “제가 앞장서겠다. 비바람을 먼저 맞고 폭풍 속을 먼저 지나면서 길을 만들겠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행동하는 다수의 역전승’이었다. 우리가 함께 행동하는 다수의 역전승을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한 전 대표는 보수논객인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와 정치사를 논하는 대담도 진행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두고 “대한민국은 운이 좋았다. ‘애국심 있는 독재자’를 갖고 있었다”면서 “쿠데타로 잡은 정권으로 개인적 축재를 한 게 아니라 중화학공업 육성에 국력을 기울였던 애국적 판단력을 대단히 존경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전 대표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금융실명제 단행이 ‘애국적 직관’이었다”면서 “보수정당은 YS의 정신을 빼앗기면 안된다. 보수의 자산으로 지키고 보급해야 한다”고 언급한 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고는 “국민을 향해 발포한 정권에 대해선 냉혹한 평가가 필요하다. 전두환 정권을 보수의 한 축으로 인정하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잠실실내체육관 앞에서는 국민의힘 서울시당 청년위원회가 부스를 설치하고 당원 가입 신청을 받기도 했으며, 좌석을 꽉 채운 지지자들은 야광 응원봉과 ‘대통령’(ㄷㅌㄹ)을 의미하는 은어인 ‘도토리’ 인형 등 굿즈를 흔들었고, 대중가요 ‘붉은 노을’을 떼창으로 따라 불렀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