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신청사 이전 논란이 다시금 시정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선 7기 확정된 주교동 원안을 뒤집고 백석동 업무빌딩 이전을 추진해온 고양시는 예산 절감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시의회 및 상급 기관과의 협의 난항으로 사업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의 투자심사 반려와 시의회의 예산 삭감이 이어지면서 신청사 문제는 고양시정의 대표적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 논란의 핵심은 정책 변경의 명분과 결정 과정의 정당성이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3700억 예산 절감 내세운 고양시의 '연역적 명분'
논란의 시작은 지난 2023년 이동환 시장이 취임 후 백석동 업무빌딩으로의 청사 이전 방침을 공식화하면서부터다. 앞서, 고양시는 2021년 신청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확정하며 주교동 신청사 건립 사업을 본격화한 바 있다.
고양시는 당시 기존 주교동 신청사 건립에 필요한 4,300억 원의 예산을 599억 원 수준으로 줄여 약 3,7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경제적 실익을 강조했다. 이동환 시장 역시 주민과의 대화에서 주교동 건립비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어 재정 부담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고양시가 내세운 명분은 분명했다.
이미 확보한 공공자산을 활용해 대규모 건립비를 줄이고, 원당 현청사는 복합문화청사 기능으로 남기는 방식이다. 감사원도 지난 1월, 청사 이전 결정 과정이 지방자치법 등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익감사 청구를 기각·종결했다. 법적 위법성만 놓고 보면 고양시 판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갈등의 핵심은 비용보다 절차에 있다.
경기도는 지방재정 투자심사 과정에서 주민 설득과 시의회 협의 부족 등을 이유로 재검토와 반려 결정을 반복했다. 지난 24일, 이동환 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행정을 발목 잡기라고 비판했지만, 상급 기관이 일관되게 지적한 숙의 과정의 부재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쟁점으로 남아 있다.
경기도 투자심사 4회 반려...숙의 과정 부재 묻는 '귀납적 반론'
이 때문에 신청사 논란은 단순 찬반 구도로 정리되기 어렵다. 백석동 이전에는 예산 절감과 기존 자산 활용이라는 정책 명분이 있었다.
반면, 이미 국제설계공모까지 마친 기존 사업을 접고 새 방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그만큼 높은 수준의 설명과 협의, 정치적 조율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경기도 투자심사에서 반복적으로 걸린 사유가 주민 설득과 의회 협의 문제였다는 점은, 이 사안이 정쟁이 아니라 행정 절차의 정당성 문제임을 보여준다.
최근 동향도 초기 구상이 그대로 관철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해 들어 고양시는 백석업무빌딩 전체를 청사로 활용하는 기존 방침에서 벗어나, 일부 공간은 벤처집적시설로 활용하고 일부 부서만 이전하는 방향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초기의 전면 이전 구상이 행정적, 정치적으로 그대로 실행되지는 못했다는 뜻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 사안을 종합하면 신청사 이전은 백석동 이전 자체의 찬반보다 정책 변경 과정의 절차와 소통 방식이 더 큰 쟁점이 된 사안으로 볼 수 있다. 감사원 판단으로 위법성 논란은 일정 부분 정리됐지만, 시의회 협의와 주민 설득이 충분했는지를 둘러싼 절차적 정당성 논란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다.
고양시는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경기도 역시 심사권자로서 단순 반려를 넘어 갈등을 조정할 해법 마련에 더 적극적이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백석동 이전이 재정 측면에서 일정한 명분을 가졌다는 점과 별개로, 시의회 협의와 주민 설득을 충분히 거쳤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신청사 논란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