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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패션원조 입지 흔들

[시장탐방 ②] 위기처한 의류도매 ‘평화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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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정민기자 |  2006.09.01 12:18:11

▲우리나라 최초의 의류도매시장으로서 입지를 굳혀왔던 평화시장이 최근 계속되는 경기악화와 새로운 의류시장 형성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사진=김정민 기자)

한국 의류·섬유계를 주름잡던 평화시장이 위협받고 있다.

평화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주로 북한 피난민과 실향민들로 형성됐으며, 그 후 청계천 주변에 노점상들이 모이면서 상권이 형성됐다. 1958년의 대화재로 판자촌이 사라지고 1962년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패션의 원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한 때 우리나라 최초의 의류도매상가라는 위상에 힘입어 전국 의류상인들의 발길을 끌며, 의류산업 전체 매출의 80%이상을 차지했던 평화시장은 최근 불경기와 의류산업 불황, 새로운 의류시장의 형성으로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다.

평화시장의 위기는 △평화시장을 찾는 소매업체의 감소와 △구매층의 연령대가 50대 이후이며 주로 60, 70대 위주라는 것 △값싼 중국산 의류의 공세 △서비스와 인테리어 등 매장 관리 소홀 △주차난 등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실제로 평일 오후의 평화시장에는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들이었다. 2,30대의 젊은 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평화시장이 원래 중장년층을 주 구매고객으로 삼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에는 중장년층까지도 발길을 끊고 있는 실정이다.


■ 값싼 중국산·신흥시장 형성·경기 악화 등으로 평화 시장 입지 흔들려

▲평일 오후 평화시장 여성복 전문매장인 2층에는 50대 이상의 노인층 손님이 대부분이며, 이들도 실제 구매고객이 아닌 구경 또는 바람 쐬러 나온 손님이 대부분이다. (사진=김정민 기자)

30년째 평화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우래사의 이모씨는 “70, 80대 할머니들이 대부분 오시는데, 옷을 사러 오기보다는 구경하면서 바람쐬러 나오시는 분들이 많아 실제 구매고객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여기서 옷장사를 한지 30년이 넘었지만, 요즘처럼 장사 안될 때가 없었다”며 “중국산 옷이 가격적으로 우리나라 제품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국내산 옷만 취급하면 장사 못한다”고 밝힌다.

이씨는 “중국산 옷은 국내산의 1/3~1/4 가격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외관상 다른 점이 없기 때문에, 비교도 되지 않는다”며 “국내 의류 생산자들은 거의 손해보면서 옷을 만들거나 아예 문을 닫은 곳이 많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학생복이나 임산부복, 캐쥬얼복 등 다양한 의류를 취급하는 매장이 많았지만, 현재 평화시장 매장은 대부분 유행을 타지 않는 평상복과 비슷해보이는 디자인의 옷들만 다루고 있다.

유림패션의 유모 씨(33)도 “3~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국 각지의 소매점에서 옷을 대량으로 구매하기 위해 많이들 왔었는데, 지금은 의류시장이 워낙 불경기인데다가 다른 도매시장으로도 많이들 가기 때문에 소매업자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밝힌다.

그는 “인건비와 재료비가 비싸져도 중국산 옷들이 워낙 싸니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값을 내리는데도 소용이 없다”며 “평화시장의 임대료가 어느 때보다도 싸지만, 장사가 안되기 때문에 나가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손해 보더라도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가게세도 못내면서 장사하는 사람도 많다”는 유씨는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가게 내느라고 빚지고 들어온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문 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 장사 안돼 매장 주인 자주 바뀌고, 임대료도 바닥세

▲평화시장의 여성 매장을 찾은 할머니 손님들이 옷 구경을 하고 있다. (사진=김정민 기자)

실제 평화시장 주변에는 각종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이 형성돼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 신흥시장은 실구매가 높은 젊은층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행사와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등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동대문운동장의 맞은편에는 소매위주의 밀리오레·두타·헬로에이피엠·프레야타운 등이 있고, 동대문운동장 뒤쪽에는 도매위주의 뉴존·디자이너클럽·에이피엠·혜양엘리시움·에어리언6 등 그 수만 해도 엄청나다.

‘옷집’을 운영하고 있는 조명숙(55) 씨는 “과거 평화시장에서 장사하던 사람들이 소비자의 변화와 욕구에 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점점 더 낙후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위기극복 위해 디자인·품질·서비스 강화 등 필요

조씨는 “평화시장내 매장들 대부분이 유행을 안타는 무난한 옷들을 취급하고 있어서 세련되고 개성있는 옷을 원하는 중년층마저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주차난 해소와 서비스 개선 등 총체적인 재점검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류시장의 불경기는 평화시장 뿐 아니라 의류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이다. 에이피엠에서 2년간 장사하고 있는 강모씨는 “옷장사를 하면서 불황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프레야타운이나 두타, 밀리오레 등 다른 매장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 시장 주변에는 평화시장을 비롯해 밀리오레와 두타 등 각종 의류 도·소매 매장이 즐비하기 때문에, 이들 시장간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 (사진=김정민 기자)

이러한 가운데 서울통상산업진흥원과 동대문관광특구협의회는 9월 21일부터 10월 5일까지 ‘동대문 빅세일’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대문 시장이 전체적으로 세일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백화점과 대형 의류매장 등에 맞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품행사와 사은행사, 할인 이벤트등 뿐 아니라 패션쇼와 연예인 공연등으로 관심을 유도하고, 이를 매출로 연결시키기 위한 동대문 시장의 자구의 노력이 성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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