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기의 각 부위에 대한 명칭. 이 도해는 지-스팟의 존재를 표시하고 있지만, "지-스팟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새로 제시됐다. (그림 출처=www.wikipedia.org)
여성의 최고 성감대라는 ‘지-스팟(G-Spot)’이라는 부위가 있다. 질벽 위쪽에 분포하며, 신경 다발이 뭉쳐 있어 이 부위를 자극하면 극도의 절정에 이른다는 것이 지-스팟의 존재를 지지하는 의학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대학 유전병학과의 연구진이 최근 여자 쌍둥이 1804쌍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유전적으로 완전히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 여성일지라도 양쪽이 모두 지-스팟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스팟이 신경다발이 뭉친 성감대라면, 완전히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일란성 쌍둥이 여성의 경우 한 쪽이 지-스팟을 갖고 있다면 다른 한 쪽도 갖고 있어야 한다.
유전적으로 100% 동일한 여자 쌍둥이 등을 조사
그러나 연구진이 이들 일란성 또는 이란성 쌍둥이 여성들을 조사한 결과, 한 명만 “지-스팟을 갖고 있다”고 대답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유전자가 100% 동일하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한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는 유전자의 50%만이 일치한다.
이 연구에 참여한 앤드리아 부리 교수는 “일란성 쌍둥이라도 어느 한 쪽만 지-스팟을 갖고 있다고 대답한 것을 보면 지-스팟이란 여성의 상상 속 부위에 불과하다”며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지-스팟을 과학적 근거 없이 실제로 존재하는 듯이 주장하는 의학자들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나 스스로 지-스팟을 갖고 있는지 아는지 항상 고민거리였다”며 “만약 다른 여자들은 ‘폭발적 성감’을 느낄 수 있는 지-스팟을 갖고 있는데 나만 없다면 나는 뭔가 모자란 여자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스팟 존재 믿는 의학자들은 "연구 충분치 않다"
지-스팟은 1981년 독일 의학자 에른스트 그레펀베르크(Ernst Grafenberg)가 발견했다고 주장했으며, 그의 성을 따 이름붙여졌다. 그러나 그간 지-스팟의 존재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반론이 제기돼 왔다. 21명의 여성에서 110건의 질 조직 검사를 통해 신경다발의 존재 여부를 점검한 연구 결과, 질 벽에 특별히 신경다발이 뭉쳐 있는 장소는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스팟의 존재를 믿는 의학자들은 여성의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요도해면체(urethral sponge)에 신경이 많이 분포돼 있고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하면 이 부위가 발기한다는 증거를 들어 “이 부분이 지-스팟”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킹스 칼리지 런던 대학의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이들은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도 남자 파트너는 다 다르고, 또 남자마다 테크닉이 다른데 이번 연구는 이런 측면을 도외시했다”며 “또한 동성애자-양성애자 여성에 대한 조사도 이번 연구에서 빠져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지-스팟이 “실제로 존재한다” “아니다”라는 논쟁이 또 한 차례 뜨거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