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광복절 맞아 CNB 단독보도 ‘일본군 관사’서 항일 퍼포먼스

서울 한복판 흉물 ‘일본군 관사’, 4년만에 ‘역사교육 현장’으로 재탄생

  •  

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8.14 13:58:42

▲광복절을 맞아 일제강점기 ‘일본군 관사’ 앞에서 독립운동가 어록쓰기 등 ‘항일 퍼포먼스’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유관순 열사 유언)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문화재지정이 무산된 일제강점기 ‘일본군 관사’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몸바친 열사들의 유지(遺志)가 캘리그래퍼(붓글씨예술가) 강병인 작가의 손글씨로 되살아났다.

서울 마포구(구청장 박홍섭)는 14일 8.15광복 69주년을 맞아 상암동에 자리잡은 옛 일본군 장교 관사에서 특별전시회 ‘독립열사의 말씀 강병인의 글씨로 보다’의 시작을 알렸다. (CNB=도기천 기자) 

수십억 들여 복원…주민반발로 4년간 방치
CNB보도 후 문화재 지정 반대여론 들끓어
마포구, 아픈 역사 딛고 청소년교육에 활용

이번 전시회에서는 유관순 열사의 유언을 비롯해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유묵인 ‘경천(敬天)’, 도산 안창호 선생의 어록비에 새겨진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는 글귀 등 독립운동가들의 유지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전시 첫날인 14일 시민 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독립운동가 어록쓰기, 일본군 만행이 담긴 자료전시 등 ‘항일 퍼포먼스’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기업으로는 효성그룹이 동참해 행사비용을 전액 부담했다. 
 

▲강병인 작가(오른쪽 사진)가 ‘통일조국’이라고 쓴 붓글씨 밑에 시민들이 독립 열사들의 정신을 기리는 글을 쓰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이곳에서 전시회가 열리기까지는 지난 수년간 여러 곡절이 있었다. 2005년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상암동에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면서 일제강점기 일본군 주거 시설을 발견, 문화재청에 신고하면서 주민들과 당국 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문화재청은 지표조사를 통해 “일본군 관사 마을이 역사적인 보존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고 이축·복원을 결정했으며, 2010년 10월 아파트단지 내 공원 한복판에 관사 단지를 복원했다. 

복원된 관사 단지는 소위·중위급 장교숙소 1곳과 대위급 숙소 1곳 등 모두 2개동과 전시관, 마당, 방공호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장교숙소에는 당시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각종 도구와 살림살이가 그대로 복원돼 있다. 또 마당에는 우물과 두레박, 정원 등을 조성, 당시 모습을 되살렸다. 동과 동 사이에는 방공호가 복원돼 당시 전쟁 상황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문화재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군관사는 1930년대 일본군 경성사단이 위관급 장교들을 위해 지은 숙소로 확인됐다. 당시는 중일전쟁 때인데, 상암동과 인접한 수색일대에 경의선을 통해 전쟁 물자를 수송하던 대규모 병참기지가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재청은 관사 단지를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려 했다. 근대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회 검토를 거쳐 2011년 4월 문화재 등록예고를 강행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문화재 등록을 반대하는 연명을 받아 문화재청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한편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결국 문화재청은 문화재 등록 보류 결정을 내렸다. 관할 지자체인 마포구청 또한 문화재 지정 추진을 사실상 접었다. 2011년 국정감사와 그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일본군관사 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일본군관사 뒤쪽으로 일본인학교가 보인다. ‘독립열사의 말씀’이라고 적힌 프랭카드와 일본인학교가 묘하게 겹쳐진다. 주민들은 SH공사가 일본군관사를 미끼로 일본인학교를 유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주민들은 특히 일제강점기 잔재물을 아파트 단지 내에 버젓이 복원해 놨다는 사실에 격분하고 있다. 일본군관사는 1만여 세대가 거주하는 상암2지구 아파트단지 내 통학로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관사 바로 옆에 하늘초등학교가, 인근에 상지초, 상암중, 상암고가 위치해 있어 학생들은 등·하굣길에 관사 옆을 지나야 한다.

더구나 관사 바로 맟은 편에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일본인 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SH공사가 관사를 미끼로 일본인 학교를 유치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또 관사 복원 비용이 아파트 분양대금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고분양가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문화재 지정 사실상 물건너가

CNB는 이같은 과정을 낱낱이 취재해 지난해 7월 9일 <서울 한복판 ‘일본군 관사’ 4년째 흉물방치 ‘왜’> 제하의 기사로 단독보도 한 바 있다. 보도가 나간 뒤 반대여론이 더 들끓었고, 마포구청, 서울시, 문화재청은 사실상 문화재 지정 추진을 철회한 상태다.

마포구청 문화체육과 한성구 팀장은 14일 CNB에 “주민들의 반대 정서를 고려할 때, 마포구가 일본군관사를 문화재로 다시 추진할 의사는 전혀 없다”며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문화재청에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팀장은 “문화재청이 수년간 결론을 못내리고 있어 (일본군 관사가)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는데, 더 이상 그냥 둘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마포구 차원에서 이번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며 “일본이 지배했던 아픈 역사의 현장을 통해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회 현장서 만난 강 작가는 “독립열사들의 분노와 눈물,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한 점 한 점 써나갔다”며 “깨어 있지 않으면 또다시 나라를 잃게 된다는 사실,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신종갑(41) 마포구의원은 “마포구가 일본군 숙소를 보존하고 있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딛고, 주민들과 함께 항일 정신을 되새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이곳이 주민들의 열린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8월 14일부터 9월 14일까지 한달 간 열린다. 토·일, 공휴일은 휴관한다.

(CNB=도기천 기자) 

▲17살의 나이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유관순 열사가 남긴 유언을 강병인 작가가 붓글씨로 되살렸다. 유관순 열사는 “내 손톱이 빠져 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강 작가는 “말씀 하나하나를 가슴에 안고 칼날 같은 마음으로 글씨를 썼다”고 밝혔다. (마포구청 제공)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