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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금융인' 상고출신 윤종규, KB ‘인사태풍’ 몰아친다

[심층분석]관피아에서 자유로운 새 수장, 낙하산 자리 ‘내부 인물’로 채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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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10.24 12:39:37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된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이 22일 서울 명동 KB금융 본점에서 기자들에게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피아(관료+마피아), 모피아(재정경제부 출신+마피아), 낙하산 인사 등의 논란에서 자유로운 윤종규(59) 전 KB금융 부사장이 KB금융그룹의 새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국민은행과 각 계열사에 조만간 대규모 후속 인사가 이어질 전망된다.

KB에서 잔뼈가 굵은 윤 내정자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촉발돼 지난달 임영록 전 회장이 사퇴할 때까지 3개월 넘게 계속돼온 KB사태를 누구보다 안타까워 한 것으로 전해진다. KB사태가 임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 간의 주도권 다툼, 금감원·금융위를 앞세운 외풍 등 고질적인 병폐와 직결됐다는 점에서 윤 내정자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CNB=도기천 기자)

국민은행장 비롯, 각 계열사 임원 물갈이 예고
“임영록 라인과 코드 안 맞아” 교체 불가피
‘금융권 40년 잔뼈’ 윤 내정자, 화합·소통 ‘시동’

은행장이 물러나고 지주사 회장이 이사회에서 해임 당한 국내 금융사상 초유의 KB사태는 회장과 행장 간에 끊임없이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후진적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KB금융은 국민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국민은행은 그룹 전체 자산의 90%를 갖고 있어 한 조직이나 다름없지만, 경영권은 지주회장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KB의 한 고위인사는 “이 전 행장은 KB금융의 순이익을 대부분 내는 국민은행의 수장임에도 지주사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데 대해 답답한 심경을 자주 드러냈다”며 “이런 구조가 임 전 회장과의 갈등의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뒤집어 해석하면 이 전 행장이 이사회에 참석해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 등을 놓고 임 전 회장 측과 충분한 논의를 나눴다면 KB사태는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외풍 시비도 끊이지 않아왔다. 국민은행은 서민금융을 총괄하는 국책은행으로 출범했지만, 1995년 국민은행법이 폐지되면서 일반상업은행으로 탈바꿈했고, 2003년 정부가 지분 9.1%를 모두 매각하면서 완전 민영화됐다. 

하지만 CEO 교체 때마다 외풍이 불었다. 2008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이후 회장은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워져 왔다. 행장과 지주회장은 정권 실세나 ‘모피아’(재무부+마피아)의 몫이라는 관행이 굳어져 갔다.

낙하산·외풍 시비가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KB금융의 5%이상 주요주주는 국민연금(9.96%)과 The Bank of New York Mellon(8.37%)이다.

KB계열사 임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우리사주조합 지분은 0.72%에 불과하다. 나머지 80%이상을 개미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관장하는 정부(보건복지부)가 대주주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외풍에 약할 수밖에 없다.  

▲KB금융지주 빌딩 로비 전경. (사진=연합뉴스)

근본부터 다른 윤종규, 혁신 예고

하지만 새 수장에 선임된 윤 내정자는 전임 회장·행장들과 뿌리부터 다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금피아 척결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형성된 데다, 100일 동안 KB사태를 겪으며 ‘더 이상 낙하산은 안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KB에서 잔뼈가 굵은 ‘내부 인물’이라는 점이 노사 모두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윤 내정자는 광주상고를 졸업 후 1973년 외환은행에서 행원 생활을 시작한 사실상 ‘고졸 출신’ CEO다. 은행 일을 하며 밤에는 대학(성균관대, 서울대)을 다니며 경영학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해 삼성, LG, 금융기관을 비롯한 국내외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와 세무 및 컨설팅을 했다.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를 지내던 2002년에 김정태 전 행장의 러브콜을 받고 국민은행에 들어왔다. ‘1채널’(옛 국민은행)이나 ‘2채널’(옛 주택은행) 출신에 속한 토종 ‘KB맨’은 아니지만, 국민은행 부행장과 KB금융 부사장 등을 거친 경력으로 이번 내정 과정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윤 내정자는 화합과 소통에 인사의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낙하산·내부갈등 등으로  KB의 경쟁력이 크게 실추된 데다 노사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등을 달리던 국민은행의 실적은 올해 상반기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예금·대출 시장 점유율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윤 내정자는 회장 내정이 확정되자 “믿고 사랑하는 우리 KB가족과 함께 한 마음 한 뜻으로 화합을 이뤄 고객님들의 신뢰를 되찾고 KB금융의 경쟁력을 회복해 선도금융그룹으로 재도약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모 지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피아’ 대거 물갈이 가능성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후임 국민은행장 후보로 외부인사보다는 현 국민은행 부행장들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현 국민은행 부행장은 현재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지우 부행장(영업본부)을 비롯해 홍완기(신탁본부)·백인기(고객만족본부)·이홍(기업금융본부)·오현철(여신본부)·민영현(HR본부)·박정림(리스크관리본부)씨 등이다. 현 KB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윤웅원 KB지주 부사장도 유력 행장 후보로 거론된다. 국민은행 재무관리본부장과 지역본부장을 지낸 김진홍 KB생명보험 대표이사도 은행 내부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장 외에도 KB금융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들도 대거 물갈이될 전망이다.

지난 8월말 임기가 만료됐던 정회동 KB투자증권 사장 등 KB금융 계열사 대표이사 4명은 KB사태로 리더십이 불안정한 상태여서 대부분 유임된 바 있다.

조직이 안정을 찾게 되면 이들에 대한 평가가 다기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내년 8월까지 임기를 앞두고 있지만 윤 내정자의 의지에 따라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KB인베스트먼트(사장 남인), KB데이타시스템(사장 박중원)이 연말 대표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KB저축은행(사장 차순관), KB국민카드(사장 김덕수)의 대표이사가 각각 내년 1월과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계열사 대표이사들 외에도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임원 보직도 대거 ‘물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료 출신인 임 전 회장 등이 영입한 인사들이 행원에서 시작해 40년 넘게 금융계에 몸 담아온 윤 내정자와 코드를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KB의 한 관계자는 “은행과 지주는 물론 주요계열사의 임원들 상당수를 임 전 회장이 직접 기용했기 때문에 신임 회장(윤 내정자)가 새 진용을 꾸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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