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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나선 대기업…순환출자 고리 끊고 순항할까

[심층취재] 경영승계·사업혁신 ‘두 마리 토끼’ 잡을 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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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11.25 13:55:01

▲주요 재벌기업들이 앞다퉈 지배력 강화와 사업개편에 나서면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재계 핫이슈로 부상했다. (사진=CNB포토뱅크,연합뉴스)

최근 들어 주요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사업재편에 나서면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여부가 재계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지주사는 대기업집단 내에서 모태가 되는 회사로 금융당국이 최근 계열사간 신규순환출자를 전면 금지하면서 경영혁신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다.

재벌기업들은 지주사를 통해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한편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냄으로써 투명한 경영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CNB=도기천 기자)

삼성·현대차, 지배구조 혁신이 ‘신경영’
롯데·한진·한솔 등 앞다퉈 지주사 전환 
투명경영 최종 방점은 ‘순환출자 포기’
일각에선 “경영권 상속 물타기” 의심 

지주회사는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내에서 계열사들을 자회사로 두고 부모 역할을 하는 회사다. 한마디로 자회사를 관리하는 회사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계열사와의 자금거래, 출자, M&A(인수·합병) 등이 이뤄지므로, 지주사만 잘 들여다보면 그룹 전체 순환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 정부는 경제민주화 주요 과제로 지주사로의 전환을 적극 유도, 독려하고 있다. 

‘순환출자’는 지주사 체제와 상반되는 개념이다. 순환출자란 한 그룹 안에서 계열사들끼리 돌려가며 출자규모를 늘리는 것을 이른다. A계열사가 B계열사에, B계열사가 C계열사, C계열사는 다시 A계열사에 출자하는 식으로 상호 지배하는 구조다.

계열사간 수십~수백개의 출자 연결고리가 생기다보니 어디까지가 위·편법이고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계열사간 거래인지 가늠하기 힘든 지경이 돼왔다. 출자 고리가 복잡할수록 세금을 제대로 매기기도 어려웠다.

이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자 정부는 경제민주화 주요 과제로 신규순환출자 금지제도를 도입, 지난 7월부터 시행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재계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를 비롯, 주요 대기업들은 지배구조 혁신에 나선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월 공개한 ‘대기업집단 계열사간 순환출자 현황’을 보면, 상호출자제한 63개 기업집단 가운데 순환출자를 보유한 14곳의 순환출자 고리 수가 지난해 9만 7천여 개에서 올해 483개로 무려 99.5%나 급감했다.

삼성, 구조 개혁 종착역은?

삼성은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화된 주요계열사간 인수합병이 전광석화(電光石火)에 비유된다.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사업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최종 방점이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그룹 사업재편에 시동을 걸었다. 올들어 삼성SDS, 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 삼성SDI, 삼성종합화학, 삼성석유화학 등 핵심계열사들이 채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줄줄이 합병·이전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제일모직의 직물·패션 사업을 떼어내 삼성에버랜드에 넘겼으며, 남은 제일모직의 소재 사업은 삼성SDI와 합병했다. 이후 삼성에버랜드는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꿨다.

또 삼성에버랜드의 건물관리업을 삼성에스원에 양도하고 급식업을 삼성웰스토리로 분리했다. 삼성SNS는 삼성SDS와 합병하고,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미국 코닝사에 매각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을 통해 화학 계열사도 어느 정도 정리됐다.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하는 금융부문의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도 이어졌다. 금융계열사들이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하는 한편 삼성생명 밑으로 금융계열사들을 모으고 있다. 반면 비금융계열사들은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지배관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삼성과 현대차는 경영승계 작업과 지주사 전환이 맞물리면서 대대적인 사업재편이 진행 중이다. 두 그룹의 유력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특히 최근 눈길을 끈 것은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이다. 지난 14일 삼성SDS가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은 단숨에 수조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어 ‘세계 300대 부자’ 반열에 올랐다.

제일모직은 다음달 18일 상장할 예정이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부회장이 25.10%,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8.37%, 이건희 회장이 3.72%를 보유해 오너 일가 지분이 45.6%에 달한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계열사다.

제일모직은 1954년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설립한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이다. 그만큼 삼성의 애정이 각별하다. 제일모직이 1990년대부터 화학과 전자재료 사업에 뛰어든 이후 사실상 소재 위주의 기업으로 탈바꿈했음에도 삼성은 원래 사명을 고집해왔다.

삼성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최대 걸림돌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21%)이다. 금산 분리 관련 법령에 따라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상당부분을 내놔야한다. 

또 수년째 투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고 이 부회장에게 계열사 보유지분을 넘길 경우, 막대한 증여세도 문제다. 

삼성전자는 그룹의 최대계열사인 만큼 삼성이 지주사 체제로 가려면 삼성전자를 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자회사로 나누는 작업이 뒤따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제일모직이 상장된 뒤 삼성전자홀딩스(가칭)와 합병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사실상 지주회사격이 될 삼성전자홀딩스의 지배력을 높이려면 삼성생명을 비롯한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합병, 주식 맞교환(스왑), 증여 등을 통해 넘겨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주식이 실탄 창구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부회장이 의무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내년 5~6월경 삼성SDS 보유 주식의 상당부분을 처분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삼성SDS 주식으로 수조원대의 재원을 마련하고, 다음 달 제일모직 상장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상당부분 끊어낸다면 지주사 체제로 가기가 한결 수월해 질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 붙이고 떼고…사업재편 속도

삼성과 더불어 재계 양대산맥인 현대차그룹도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 형태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정몽구 회장이 1938년생으로 고령인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외아들이라는 점에서 정 부회장에게 경영권이 승계될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 부회장이 순환출자 고리의 주요 3개 계열사 중 지분을 보유한 곳은 기아차(1.75%) 정도다. 현대글로비스(31.88%)와 이노션(40.00%), 현대위스코(57.87%) 등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만 지배구조와 당장은 큰 연관이 없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그룹을 승계하려면 순환고리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열쇠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 16.8%를 사들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를 위해 5조∼7조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정 부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가 경영 승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재벌닷컴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정 부회장이 보유 중인 전체 계열사 지분의 가치는 3조4천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만 약 2조7천억원에 이른다.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가치를 한껏 높인 뒤,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면 ‘기아차→현대모비스’로 연결된 순환출자 고리도 끊을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거나,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과 정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의 맞교환 등 다양한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여부도 큰 관심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을 합병하며 자동차 강판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데 이어, 올 4월에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품에 안으며 건설사업 부문도 정리했다.

새 합병법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지분 38.6%를 보유한 현대건설이며, 2대주주는 11.7%를 보유한 정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6%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증권가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되면 현대글로비스와 더불어 정 부회장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의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지분이 워낙 미미한 만큼, 이들 회사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룹 지배권의 근간인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의 최대 관건”이라며 “정 부회장이 지분이 가장 많은 현대글로비스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건희 삼성 회장(왼쪽)과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의 뒤쪽),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현대차 제공

지주사 전환 ‘피할 수 없는 운명’

재계 1,2위인 삼성과 현대차 외에도 여러 대기업군들이 순환출자를 정리하고 지주사 체제로 향하고 있다.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KT, 금호아시아나, 대림, 현대, 현대백화점, 영풍, 한라, 현대산업개발, 한솔그룹 등이 순환출자 고리가 복잡한 기업들인데 최근 들어 정리 작업이 한창이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8월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한진칼홀딩스와 항공운송사업을 하는 대한항공으로 인적분할해 지주사 체제의 틀을 갖췄다.

관계법령상 지주사(한진칼) 출범 이후 2년 내에 순환출자를 끝내야 하는데다,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해서는 한진칼이 자회사 지분율을 20% 이상 확보해야 하는 만큼 사업재편을 통한 주식 맞교환, 부실계열사 지분 매각 등 다양한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한진그룹은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한진칼을 중심으로 모든 계열사를 거느리는 형태로 가고 있다. 한진칼→정석기업→한진→한진칼로 이어지는 고리를 지주사인 한진칼로 일원화하겠다는 것. 대한항공은 지난 10일 지주사 전환을 위해 공개매수에 응한 주주들에게 한진칼 보통주 신주를 교부한다고 공시했다.
 
한솔그룹도 주력인 한솔제지를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한솔제지는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를 0.62대 0.38 비율로 분할하고, 투자회사를 지주사(가칭 한솔홀딩스)로 세울 계획이다. 한솔제지는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열어 회사 분할안을 승인한다.

한솔그룹은 한솔로지스틱스→한솔제지→한솔EME→한솔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지주사가 만들어지면 순환출자 구조는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단순화 된다.

한라그룹은 올해 초 지주회사 체제 도입을 공표한 이래 전환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내년 초까지 지주회사 설립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지주회사격인 한라홀딩스는 지난 6일 한라가 보유한 만도 주식 전량인 162만4079주(17.29%)를 3630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관련 법률에 따라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보유 요건을 갖추기 위해 만도의 주식을 취득한 것이다.

롯데, 현대중공업, 금호, 현대백화점 등 나머지 대기업들도 지주사 전환 또는 출자고리 단순화를 서두르고 있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재벌그룹들의 지주사 전환을 ‘올 것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순환출자를 금지하겠다는 정부의지가 확고한데다, 전반적인 기업환경이 계열사간 밀어주기로 성장하던 시절은 지났다는 의식이 자리 잡으면서 지주사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것.

또 투명경영이 사회적 화두가 된 만큼 순환출자 구조를 정리하지 않고는 경영승계, 사업재편을 추진하기가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벌들의 경영권 상속(승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는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은 투명한 기업이미지를 주게 돼 경영상속이 자연스럽게 희석되는 효과가 있다”며 “결국 지배력 강화와 사업구조 개편이라는 두 마리 토끼잡기가 지주사 전환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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