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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동원·인성 불법어업·인권침해 ‘국제적 망신살’ 위험수위

[신년기획②]좌절된 장보고의 꿈…원양기업 불법어업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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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15.01.19 15:18:09

▲지난해 10월 7일 오후 부산 감천항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활동가들이 불법어획물 60톤이 실려 있는 인성3호에 “불법어업(Illegal) 그만!”이라는 메시지를 페인트칠하는 액션을 진행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이 날 최근 귀항한 불법어업선 인성3호의 불법어업을 고발하고, 해양수산부에 조속한 원양수산발전법 개혁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사진: 그린피스)

우리나라는 한때 ‘해상대국’이었다. 1200여년전 신라의 장보고는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해 당나라 해적을 소탕하고 당나라와 신라, 일본을 잇는 해상무역을 주도했다. 하지만 2015년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해적국가(불법어업국)로 지정될 위기에 몰렸다.

CNB는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의 도움을 받아 언론최초로 불법어업의 실상과 대안을 7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인성실업과 사조그룹, 동원산업 등 국내 원양어업 대표기업들의 불법어업·인권침해 사례들을 다뤘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불법어업 규제법안 국회 통과…해적국가 지정 피할까?
② 인성·사조·동원 불법어업·인권침해 ‘국제 망신살‘
③ 참치통조림의 숨겨진 비밀
④ 러시아 국적 선박 Yantar 31호와 35호의 정체
⑤ 인성·사조·동원·오뚜기의 이유있는 항변
⑥ 그린피스 동아시아(서울사무소) 프로그램매니저 단독 인터뷰
⑦ ‘싹쓸이 어업’에서 ‘지속가능한 어업’으로…대안은 없나?

수십년간 전세계 바다를 누비며 ‘원양어업 강국’을 일궈온 대한민국 원양어업계가 언제부턴가 불법어업과 인권침해의 온상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인성실업과 사조그룹, 동원산업 등 대한민국 원양어업계를 대표해온 대기업들이 연루된 다양한 사건·사고들은 국제사회로 하여금 대한민국을 불법어업국으로 지목하게 만들고 있다.

과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국제사회가 이토록 대한민국 원양어업을 백안시하게 됐을까?

인성실업은 수심 1500m 정도의 남극해에서만 서식하는 고급 어종 ‘메로(파타고니아 이빨고기)’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들여온 것으로 유명하다. 남극해에서의 메로·크릴새우 조업에 힘입어 2012년에는 수출액을 기준으로 동원, 사조에 이은 원양업계 서열 3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메로가 대표적인 멸종 위기종이라,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등 국제기구에서 어획량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 소속 어선들은 수차례 불법어업 사건에 연루되어 대한민국의 국격 추락에 일조했고, 2013년초 미국 상무부가 대한민국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한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업체가 됐다.

인성실업, 남극해 이빨고기 남획…수차례 ‘불법어업’ 자행

2010년 12월 13일 인성실업 소속 인성1호는 남극 로스해에서 조업 도중 갑자기 침몰했다. 한국인을 비롯해 다국적 선원 42명이 타고 있었는데 이 중 20명만 생존했다. 남극해 조업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인명 손실에 CCAMLR 회원국들은 경악했고, 한국은 문제국가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인성7호가 같은 해역에서 CCAMLR이 정해놓은 이빨고기 어획 제한량의 약 4배를 남획해 불법어업선으로 지정될 위기를 맞았다. 당시 CCAMLR은 인성7호의 불법어업선 지정을 추진했으나, 위원회 소속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 정부가 반대표를 행사함으로써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하지만, 그 후과는 대한민국이 끌어안았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2013년 초 미국이 한국을 불법어업국(IUU)으로 지정한 것은 이전의 누적된 불법어업 사례에 더해 인성7호의 불법어업선 지정을 막기 위해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성실업의 불법어업은 계속됐다. 2013년 6월부터 10월 사이 인성3호와 7호는 아르헨티나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침범해 각각 60톤과 113톤에 달하는 이빨고기를 어획했다.

이렇게 되자 정부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하게 된다. 정부는 인성3호와 7호에 각기 어업허가정지 30일/60일, 해기사면허정지 30일, 과태료 150만원을 부과했다. 특히 지속적으로 불법어업을 저지른 인성7호는 원양어업허가를 취소하고 퇴출시켰다. 두 어선이 잡은 약 35억원 상당 174톤의 어획물을 모두 몰수하고, 인성7호는 폐선조치했다.

인성3호는 지난해 10월 7일 오후 부산 감천항에 귀환했고,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이 배에 “불법어업(Illegal) 그만!”이라는 메시지를 페인트칠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편, 인성실업측은 위 사안들과 관련한 CNB의 취재요청에 “별다른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의 원양어선 오룡호의 선원 가족들이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사조그룹, 불법투기와 인권침해, 인명사고 ‘빈발’

사조그룹은 사조산업을 중심으로 18개 계열사를 보유한 원양어업 분야의 대표적인 대기업이다. 그린피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 소속 선박들은 다양한 인권침해 사건들과 연루됐다.

먼저, 2010년 8월 사조그룹 소속 선박 오양70호가 뉴질랜드 해역에서 침몰하면서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다. 침몰에서 살아남은 선원들은 사고 원인을 “과도한 어획물을 그물로 잡아올리려다 배가 기울어진 때문”으로 설명했다. 무리한 조업 외에 선원들은 폭언과 구타가 난무하고, 식량이 부족해 어획한 물고기로 끼니를 때우는 등 최악의 대우를 받았다고 고발했다. 

2011년 6월에는 뉴질랜드에 정박한 오양75호에서 39명의 외국인 선원들이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오양75호에서 심각한 노동착취와 임금체불, 폭력 등이 있었다고 뉴질랜드 당국에 호소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사조산업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성추행, 폭력 등 개개인의 고발 내용이 다양했고, 회사측은 이를 대부분 인정했다. 법원의 판결이 아직 최종적으로 나오지 않았는데, 판결이 나면 이를 존중하고자 한다”고 해명했다.

2012년에는 오양75호와 오양77호가 뉴질랜드 법정에서 무단투기 혐의로 벌금형을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무단투기는 이미 잡은 물고기들을 바다에 버리고 비싼 물고기들로 창고를 채우기 위한 행위로, 오양75호는 405톤에 달하는 대량의 물고기를 바다에 쓰레기처럼 버렸고, 오양77호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두 어선은 각기 42만달러와 12만500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사조산업이 벌금을 납부하지 않아 선박 몰수 판결을 받았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이에 대해 사조산업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판결로 인한 벌금은 이미 납부했다. 선박 몰수 판결은 아직 진행 중으로, 배는 여전히 포클랜드 인근에서 조업 중이다. 상반기 중 판결이 확정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무단투기 사건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과거엔 조업 도중 어획물을 투기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었으나, 법이 바뀌었는데 이를 선원들에게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했다”라며 “상반기에 재판 결과가 나오면 이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사조산업은 지난해 12월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명태잡이 원양어선 ‘501오룡호’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이 사고로 전체 승선 인원 60명 가운데 7명만 구조되고, 한국인 6명 등 27명이 숨졌으며, 한국인 5명 등 26명이 실종 상태다.

오룡호 선원 유족들은 “오룡호가 예정에 없다 추가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악천후 속에서 무리한 조업을 하다 사고가 났다”며 회사측에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사조산업측은 “다른 선사들의 조업 부진으로 내놓은 쿼터 1500톤을 원양산업협회 결의로 떠넘겨 받았으며, 이를 소진하지 못하면 명태 값보다 입어료(톤당 350달러)가 더 많이 드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13년 4월 21일 모리셔스에서 불법어업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동원산업 원양어선 프르미에호에 ‘불법(Illegal)’이라고 페인트칠을 하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사진 제공: 그린피스)

동원산업 “프르미에호 불법어업사건, 우리도 피해자다”

동원산업은 세계 1위 참치 어업 기업이자 세계 2위 참치 통조림 기업이다. 단일 기업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참치 선망어선을 운영 중이며, 한국 식품업계 최초로 출시한 참치 통조림의 히트에 힘입어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국내 원양어업계 1위 기업인 동원산업조차 ‘불법어업’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점이다.

동원산업은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자사 소유 선망어선 프르미에호와 동원과 관련된 솔레반호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해상에서 불법어업을 한 혐의로 라이베리아 정부의 조사를 받았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이 사건의 합의를 위해 라이베리아 정부와 협상 끝에 두 선박에 각기 100만 달러씩 200만 달러의 벌금을 지불했다.

이 사건에 대해 동원산업 관계자는 CNB에 “라이베리아 정부는 외국 선박 및 현지 선박 라이선스(어업권) 업무를 일괄적으로 현지 대리점(agent)을 통해서 진행하도록 정하고 있고, 동원산업 역시 현지 대리점을 통해 ‘프르미에’에 대한 라이선스비를 지불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이행하여, 어업권을 발급받아 조업을 진행했다”며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 관계자는 “당시 같은 수역에서 허가를 발급받고 조업한 선박들에 대해 공통적으로 발생된 문제로, 프르미에만 불법조업을 한 것처럼 언급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문제가 된 솔레반호, 또 지난 2010년 남태평양에서 침몰한 마제스틱블루호에 대해서는 “동원산업 소속 선박이 아닌 동원이 선원 구인 및 선박 수리, 보급 등과 관련해 대리점 계약을 맺고 관리하는 선박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EU·미국의 불법어업국 지정, 2월로 연기돼…

인성, 사조, 동원 등 3대 기업 외에도 한국 어선들의 불법어업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일례로 2011년에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근해에서 대현수산, 부강인터내셔널, 동양수산, 인터미소 S.A, 광일수산, 금명수산, 서경, 해정 등 여러 한국회사 소속 어선들이 대규모로 불법어업을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렇듯 전세계 바다에서 불법어업 사고가 터질 때마다 한국 어선들이 빠짐없이 끼어있다보니, 국제사회에서 한국 원양어업을 보는 시선은 날로 매서워지고 있다.

한편, 1월말로 예정됐던 EU의 불법어업국 최종 결정은 2월로 연기됐다. 미국도 비슷한 시기에 불법어업국 지정을 다시 확정할 예정이라, 관련 기업은 물론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은 지난해에 EU가 한국에 유예기간을 줬고, 우리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은 물론 강도 높은 불법어업 단속에 나섰기 때문에, 2월에 EU가 한국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많이 낮아졌다는 것이 업계의 예측이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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