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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금호산업 되찾기’ 사활…김빠진 인수전 되나

[심층취재] 금호아시아나 인수 ‘0순위’…경쟁기업들 ‘상도의’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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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2.24 10:02:16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한일 우호 관광 교류의 밤’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제공)

건설·물류업계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금호산업 인수전이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채권단은 오는 25일까지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 올 상반기 안에 새주인을 찾을 예정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대기업군에서는 유통·물류 계열사가 있는 삼성(호텔신라), CJ, 롯데, 신세계 등이 인수후보군에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금호산업 주가가 최근 두 배 이상 폭등한데다,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인수의지가 워낙 강해 다른 기업에겐 ‘그림의 떡’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박삼구 회장에 기 눌린 경쟁사 ‘신중 또 신중’
호텔신라·CJ·롯데·신세계…인수 후보군 하마평
호반건설 다크호스 부상…주가 차익 꽃놀이패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는 지난달 30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57.48%(약 1955만주)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내고 입찰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25일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다. 매각 가이드라인은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인수금액, 경영의지, 사업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큰 틀은 금호산업을 되찾으려는 박삼구 회장과 다른 기업들 간의 인수 경쟁이다.

박 회장은 채권단 보유 주식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채권 소유자가 주식을 제3자에게 매도하기 전에 채무자(박 회장)가 같은 조건으로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인수전에 뛰어든 경쟁자들이 제시한 가격을 보고 1원이라도 더 많은 값을 써내면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가져가게 된다.

박 회장은 인수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23일 “전사적으로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룹의 존폐가 달린 사안인 만큼 반드시 되찾아 와서 재도약 발판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금호산업이 그룹의 모태기업인데다,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계열사들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어 자칫 남의 손에 넘어갈 경우 그룹 경영 전반에 위기가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은 1946년 광주택시로 창립해 60~70년대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버스 사업에 뛰어들어 ‘금호 신화’를 창조한 기업이다. 토목·건축을 비롯해 공항․물류시설, SOC, 환경, 주택 등 건설 전 분야에서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금호산업은 대우건설 인수 등 무리한 M&A(인수합병)로 유동성 위기를 겪다 지난 2010년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 사실상 주인 없는 기업이 됐다. 현재 채권단은 산업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과 재무적 투자자 등 50여 곳에 이른다.

박 회장 “모기업 되찾아 도약 발판“

박 회장의 인수 의지에는 금호의 모 기업을 되찾겠다는 상징성과 더불어 그룹의 경영지배력을 높이겠다는 복심이 깔려있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금호터미널, 금호리조트 등 금호가(家) 10개 계열사의 상당 지분을 갖고 있는 주요 주주다.

특히 금호산업은 그룹 경영의 꼭지점에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30.08%를 가진 최대주주다. 아시아나는 다시 금호터미널의 지분 100%,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의 지분 46%, 금호사옥 지분 79.9%, 아시아나개발 지분 100%, 아시아나IDT 지분 100% 등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가져오면 계열사 경영에 상당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 아시아나가 최근 워크아웃을 졸업한 점도 매력을 더한다.

반대로 금호산업이 남의 손에 들어가면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여타 계열사 경영에 있어 박 회장의 입지가 급속히 쪼그라들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사실상 한 그룹이 매물로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과거 현대가(家) 기업들이 앞다퉈 모기업인 현대건설을 인수하는데 공력을 들인 것과 비슷한 경우로 읽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모태기업인 금호산업을 되찾아 그룹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5 한일우호 관광교류의 밤’ 행사에서 박삼구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전국여행업협회 회장 등과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재 털어 ‘실탄’ 준비

박 회장 일가는 현재 금호산업 지분 10.1%를 갖고 있다. 박 회장이 5.13%, 박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4.94%, 그 밖의 특수관계인 지분이 0.03%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박 회장 일가 지분이 10.6% 가량이었는데, 호반건설이 지분을 사들이며 매각 분위기가 가열되자 박 회장 일가와 그룹 임원들이 주식 일부를 시장에 던졌다. 몸값이 치솟는 게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으려면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중 최소 39.9%의 지분을 가져와야 한다. ‘50%+1주’ 이상이 확보돼야 경영권을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

문제는 인수자금이다. 박 회장은 채권단 보유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지만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점이 부담이다.

지난해 1만원대에 머물던 금호산업 주가는 매각소식이 전해지며 한때 3만원선을 넘어서다 현재 270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 금호산업 채권단 지분 가치는 대략 5000억원을 넘는다. 증권가에서는 인수전이 가열될 경우 최대 1조원까지 실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과거 금호석유화학 지분 5.3%를 매각해 확보한 2000억원 가량과 금호타이어 지분 7.99% 등이다. 여기다 재무적 투자자(FI) 또는 전략적 투자자(SI)를 동원하는 한편 사재를 털어 인수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자로는 금호가(家)와 오랜 세월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대상그룹과 군인공제회 등이 유력하게 꼽힌다. 

동생 박찬구 회장이 이끌고 있는 금호석유화학도 우호적 투자군에 거론된다. 금호석유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1%를 보유한 2대주주다.

과거 박삼구-찬구 형제는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지만, 금호산업이 제3자 손에 넘어갈 경우 사실상 그룹이 분해되는 것인 만큼 결정적인 순간에 박찬구 회장이 ‘백기사’로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회사 사정상 인수전에 참여할 여력이 전혀 없다”며 손사레를 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금호석유가 직접 자금지원에 나서거나 호반건설 등 주주들을 설득해 금호산업을 금호가(家) 품에 안착시키는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이 돌고 있다.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관 전경. (사진=박현준 기자)

경쟁사들 “알짜지만…” 그림의 떡?

한편 금호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기업들은 이해타산을 면밀히 따지고 있다.

금호산업은 항공물류 분야의 아시아나항공, 기내 면세점 운영권, 시공능력 평가 20위대 건설사업, 전국의 고속버스터미널을 운영하는 금호터미널 등 알짜 사업을 운영하는 노른자위 기업이다.

하지만 박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 기업간 상도의 등이 부담돼 아직 공식적으로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 자칫 ‘대기업이 자본력으로 튼실한 중견기업을 삼켰다’는 도덕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물류·유통 계열사를 둔 대기업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 롯데 CJ 신세계 등이다.

삼성가(家)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는 최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롯데 측에 밀려 자존심을 구긴 바 있다. 금호산업의 면세점 사업이 항공업(아시아나항공), 호텔 등과 긴밀히 연계돼 있어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신세계는 아시아나항공이 100%지분을 갖고 있는 금호터미널과 얽혀있다. 광주신세계 백화점 부지가 금호터미널 소유다. 신세계는 이 부지를 5천억원에 임대해 쓰고 있다. CJ의 경우 대한통운과 아시아나항공을 연계한 물류 사업의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지난해 금호산업 지분을 사들인 호반건설의 행보도 주목된다. 호반건설은 한때 금호산업의 지분을 6.16%까지 높이며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됐으나, 이후 지분율을 4.95%로 낮췄다. 이 과정에서 200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CNB에 “(금호산업) 주가가 올라서 부담이며, 특히 대기업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인수의향서 제출이) 구체적인 인수 금액을 제시해야 하는 단계는 아니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금호그룹과 마찬가지로 광주에 뿌리를 둔 중견건설사인데다, 박삼구 회장이 최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과 사이가 좋다”고 말한 점으로 볼때 이번 인수전에서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몸값을 한껏 높인 뒤 박 회장 측에 지분을 넘기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어 호반에게는 이번 인수전이 ‘꽃놀이패’가 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 물류, 항공, 관광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은 누구나 관심이 있지만 그렇다고 (금호가와의) 상도의 상 선뜻 나서기는 힘든 분위기”라며 “의외로 싱겁게 인수전이 끝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호텔신라를 비롯한 인수 물망에 오른 기업들도 “금호산업 인수에 관심이 없다”며 섣부른 관측을 경계했다.

현재로선 박삼구 회장이 순리대로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기업들의 참여 기대감에 한껏 올랐던 주가도 인수의향 접수 마감일이 다가오자 2만7000원대까지 내려가며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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