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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개정 ‘산넘어 산’…여야 정쟁·이통사 반대에 ‘낮잠’

[심층취재] 일명 국민호갱법… ‘뜨거운 감자’서 ‘식은 피자’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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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5.02.27 11:00:43

▲단통법이 ‘전국민 호갱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자료=CNB포토뱅크)

지난해 10월 시행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 ‘전국민 호갱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회에 여러 건의 재개정안이 제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여야 의원들과 시민단체는 앞다퉈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인사청문회 등 정쟁에 휘말리면서 민생법안 심의가 올 스톱된 상태다. (CNB=이성호 기자)


시민단체·여야의원 앞다퉈 개정안 내놔

단통법 후 가계통신비 줄자 논의 ‘주춤’

KT·SKT·LG유플러스, 눈치 보며 속앓이


현 단통법은 단말기 구매 시 지원받는 보조금이 천차만별로 달라 이용자간 차별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보조금(지원금) 상한액을 30만원으로 묶은 게 핵심이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들은 단말기 구입부담이 커져 중고폰을 매입하거나 비싼폰을 사서 중저가 요금제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올 2월에 국회에 제출된 단통법 개정안은 총 5건에 달한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보조금상한제를 폐지하고,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 및 이동통신사업자가 지원금에 관한 공시를 변경하려는 경우, 공시 7일 전까지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토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같은 당 배덕광 의원이 낸 안도 보조금 상한 규제를 폐지토록 했고 이통사와 단말 제조업자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분리공시토록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은 이통사 또는 판매점이 지원금을 이용자의 가입 유형 및 요금제 등에 따라 차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역시 상한제 폐지와 지원금을 단말 제조업자와 이통사가 분리토록 하는 내용은 빠지지 않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도 “공시되는 지원금 중 이통사와 단말 제조업자간 기여분의 출처가 불분명해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이라는 단통법의 취지나 목적에 맞지 않다”며 지원금 분리공시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중 심재철·배덕광·한명숙 의원안은 공통적으로 현 단통법의 핵심인 상한제를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현행 단통법은 상한제에 묶여 대리점·판매점 추가 지원금을 합쳐도 34만5000원이 최대다. 소비자가 8만원 이상의 값비싼 요금제를 선택해도 보조금은 30만원에 못 미친다. 4만원 이하 요금제는 10만원도 안 되는 지원금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 여러 의원들이 상한제를 없애자고 나선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더 나아가 통신비 자체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최근 가계통신비 인하를 골자로 하는 단통법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입법을 국회에 청원했다.


참여연대는 분리공시제 도입은 물론 이용약관심의위원회 설치, 외국과 국내의 단말기 판매가격 차별 금지,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미래부 장관의 통신요금 인하 권고권 도입, 알뜰폰 요금 인하 방안 등을 담았다.


특히 이용약관심의위원회가 눈에 띈다. 이통사들의 요금인가 신청건수는 2005년 이후 총 353건이지만 정부가 100% 허가해주고 있다. 즉 통신요금의 적절하고 투명한 책정을 위해 소비자단체 추천인물이 포함된 위원회에서 심의를 하자는 것이다.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관계자는 CNB에 “아파트분양심의위원회에서 착안, 통신관련 법에서는 최초로 이용약관심의위원회 설치를 담았다”고 밝혔다.


수요자가 공급자의 가격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시장경제 시스템과 배치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심 간사는 “2012년부터 통신비 원가공개 소송을 진행, 통신은 공공의 영역이고 영업의 자유보다 앞선다는 법원의 결정으로 현재 항소심까지 승소했다”며 타당성을 부여했다.


▲단통법 개정안 주요 내용 비교. (자료=국회 미방위)


보조금 출혈경쟁 우려 목소리


하지만 개정안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단통법 시행 이후 경쟁의 핵심 전략이 지원금에서 요금이나 서비스 중심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는데 상한제를 폐지할 경우, 이통사들이 소모적인 지원금 경쟁 중심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단말기 출고가 인하와 이통사의 서비스·요금 경쟁 활성화 여부 그리고 왜곡된 지원금 경쟁을 교정할 수 있는지, 현행 일몰기간인 3년이 이러한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기간으로서 적정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한 접근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분리공시제 도입에 대해서도 찬·반으로 나뉜다. 찬성 쪽은 소비자로 하여금 단말기 출고가의 인하 여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선택에 필요한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어 분리공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분리공시로 제조사가 국내 이통사에 지급하는 장려금 규모가 공개되면, 해외 시장에서도 동일한 규모로 요구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외 제조사는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제조업체의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같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안에서도 의원들마다 시각차가 있다. 이처럼 상반된 의견을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아 향후 국회 심의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는 단통법 시행 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며 개정 논의에 발목을 잡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4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가계통신비는 14만8422원으로 3분기 15만1132원 대비 1.8% 줄었다. 전년 같은 분기 15만4773원과 비교시 4.1% 감소했다.


단통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7월~9월 3만원∼5만원대 중저가요금제 비중은 66.1%였는데 법이 실시된 10월~12월에는 84.6%로 18.5%포인트 증가했다. 6만원대 이상 고가요금제 비중은 33.9%에서 15.4%로 감소추세를 나타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미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단통법을 계기로 국민들이 좀 더 자기에게 맞는 적합한 요금제로 이동하는 것은 가계통신비를 줄이는 데 일부 기여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도 이날 “단통법의 기본적인 목표는 지원금 차별 등을 정상화하는 것에 있었고 또 가계통신비 인하도 같이 추구했다”며 “법에서 지원금을 저가요금제에도 어떻게 줘라는 등 정해져 있어 저가제로 이동한 효과도 반드시 무시할 수는 없다”며 개정논의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단통법 개정안들이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자료=CNB포토뱅크)


이통사들, 단통법 큰 틀 유지 희망


한편 이통사들은 단통법 개정 움직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민감한 이슈라 손사래를 치면서도 현 단통법을 유지하는 골격에서 세부적으로 필요한 부문만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이통사들의 ‘통신사 가입자 1인당 매출액(ARPU)’은 상승했다. SK텔레콤의 무선서비스 ARPU는 3만6417원으로 전분기 대비 0.7% 올랐다. KT는 3만5283원, LG유플러스 3만7448원으로 각각 1.3%·3.6%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짧은 기간만을 따져 이통사들이 단통법 수혜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A사 관계자는 “최근 누가(대리점이) 보조금을 얼마 썼네, 얼마 더 썼네 하는 얘기가 쏙 들어가는 등 과열경쟁은 많이 사라졌고 시장이 안정되고 있는 것 같다”며 단통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떤 요금제를 가지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를 보고 소비자들이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B사 관계자는 “분리공시는 이통사에서 반대할 이유는 없고 보조금 상한제 폐지는 현 단통법 자체를 없애자는 것으로 무리가 있다”며 “이용약관심의위의 경우 제조사가 상품을 만드는데 원가가 얼마인지 들여다보고 가격을 정해준다는 것인데 현 시장논리상 맞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보조금을 통한 과열경쟁은 사라졌지만 동시에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활력소가 떨어진 측면도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전체적으로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에 신규와 기변 지원금을 동일하게 지급하기 보다는 차별을 두는 등 단통법을 유지하면서 활성화를 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개정안이 실제 통과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여러 개정안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작업에 시일이 걸리는데다 의견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통신사들도 전면 개정을 원치 않고 있다.


단통법 시행 초기와 달리 5개월 가량 지난 현재, 정부 등 일부에서 정착화 단계를 밟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제기되면서 보조금 상한제를 뒤집자는 목소리가 주춤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뜨거운 감자’에서 ‘식은 피자’가 된 것이 아니냐는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배덕광 의원실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분리공시와 보조금 상한제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개정안이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미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돼 계류중”이라며 “향후 소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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