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조현아 재판, 유독 재벌에 엄격(?)…‘항로변경죄’ 적용 논란

항공법상 ‘항로 규정’ 모호…무리한 법적용 ‘죄형법정주의’ 어긋나

  •  

cnbnews 허주열기자 |  2015.04.07 11:50:01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관련 항소심 재판이 초고속으로 진행 중인 가운데, 항공보안법상 ‘항로 규정’이 모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조 전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12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조현아(41·여)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관련 항소심 재판이 초고속으로 진행 중인 가운데, 검찰이 항공보안법상 ‘항로 규정’의 범위를 넓게 적용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장기복역 중인 재벌 총수들에게 가석방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유독 재벌가에 재판부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NB=허주열 기자)

조현아, 항공보안법 외 대부분 혐의 인정
변호인 “활주로는 공항시설…항로 아니다”
검찰 “비행기가 움직인 경로는 전부 항로”
법조계 “애매할땐 죄형법정주의 우선돼야” 

“운항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해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항공보안법 제42조 항공기항로변경죄를 규정한 대목이다.

조 전 부사장이 지난 2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게 된 근거가 ‘항공기항로변경죄’인데, ‘항로’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나와 있지 않아 의견이 분분하다.

검찰 측은 ‘항로’를 ‘항공기가 운항하는 경로’라고 정의하고 있다. 항공보안법 제2조 1항에 따라 “운항중이라는 것은 승객이 모두 탑승하고 난 뒤 문을 닫은 때부터 도착해서 문을 열 때까지”라는 것. 이에 따라 문이 닫힌 후 활주로 이동도 항로로 봐야 한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1심 재판부도 검찰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 측은 지상으로 비행기가 다닌 길은 ‘항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사건 당시 항공기가 계류장 램프에서 탑승 문을 닫고 22초 동안 17m 이동한 것은 항로변경으로 볼 수 없다”며 “원심이 항로를 지상의 이동 경로까지 포함해 해석한 것은 헌법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항공기운항안전저해폭행 혐의와 관련해서는 “피고인은 자신의 폭행행위를 인정하고 피해자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그러나 항공보안법의 입법취지를 볼 때 피고인의 행동이 실제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할 정도라고 판단한 것은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다만 1심과 달리 “원심에서는 부사장의 담당 업무가 ‘지시’라는 성격을 강조해 업무방해와 강요가 아니라고 다퉜으나, 항공기 운항 상황에서 행동이 지나쳤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이 부분에 대한 무죄 주장은 철회한다”며 “이런 사정 변경과 피해 회복 노력 등을 양형사유에 참작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항공기항로변경죄’ 외의 다른 혐의는 대부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한 것이다.

과잉 판결 논란 ‘점화’

법조계 일각에서는 1심 판결이 여론에 떠밀려 내려진 과잉 판결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과 재판부가 ‘운항중’이라는 시간적인 개념에 묶여 항로변경죄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항로’라는 공간적인 개념을 확장해 해석했다는 것.

항공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르면 ‘항로’와 ‘항공로’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항로와 항공로는 ‘지상이 아닌 하늘에서 항공기가 다니는 길’이라는 의미로 함께 쓰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항공법 시행규칙에는 ‘항로’와 ‘공항시설’을 명백히 구분하고 있다.

항공법 시행규칙 제145조(항공안전 자율보고의 절차 등) 1항의 6호에 따르면 항공기 운항 중 공항시설 또는 항로 등에서 항공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상태를 항공안전장애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항시설’과 ‘항로’를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법 및 항공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항시설은 활주로, 유도로, 계류장, 착륙대 등 항공기의 이착륙시설이 포함된다.

따라서 조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은 활주로에서 발생했으므로, ‘항로’가 아닌 ‘공항시설’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법조계는 ‘피고의 행위가 법률에 명확히 명시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헌법과 형법에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법조문의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을 금지하고 있다”며 “지은 죄가 있다면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여론에 따라 처벌 수위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독 재벌에 엄격” 역차별 논란

한편으로는 이번 재판을 두고 유독 재벌가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전 부사장 재판에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장기복역 중인 재벌 총수들에게 가석방이나 사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재계 안팎에서 일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은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선물·옵션에 투자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지난해 1월 법정구속된 최 회장의 만기출소 시점은 2017년 1월이다. ‘형기의 3분의 1’을 채워야 한다는 가석방 요건을 충족한 상태지만 아예 심사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 

또 조세포탈 등 혐의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고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상고심을 기다리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우, 지난 2013년 7월 잉여의 몸이 된 이후 무려 7차례나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지만 구속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만성신부전증이 있던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부인 김희재 씨에게 신장을 이식받았으나, 신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고혈압, 저칼륨증, 단백뇨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구속된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은 징역 4년을 확정받고 900일 가까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벌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댓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재판부가 일반인들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너무 여론을 의식한 처사 아니냐”며 “재계 인사든 아니든 성실하게 죄값을 치르고 있다면 똑같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허주열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