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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대기업 판도 바뀐다…사업 영토확장·미래 먹거리 ‘혈안’

[기업 돋보기] 성장한계 직면한 재계…돌파구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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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4.17 13:51:41

▲성장한계에 직면한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재계총수들의 최근 모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허창수 GS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위쪽 왼편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연합뉴스

국내 대기업들의 10년 후 모습은 어떨까? 성장한계에 직면한 재계가 새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나라 안팎으로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길어지자 투자를 줄이는 대신 미래 신사업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현재 사업만으로는 비전이 없다는 위기감이 이런 상황의 배경이 됐다. CNB가 주요 기업들의 미래청사진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대기업 넷 중 하나 ‘헛장사’…이자도 못갚아
‘주총데이’ 공통된 비전은 ‘미래먹거리 창출’
설비투자 줄이고 R&D·지재권 투자 확 늘려
LG가 자동차 만들고 CJ가 이통기업 될수도

CEO스코어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지난해 총 투자액이 149조원으로 전년보다 10조원(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그룹 계열사 274개사의 유·무형자산 및 R&D(연구개발·Research and Development) 투자 현황은 총148조5400억원으로 전년보다 6.4% 줄었다. 특히 투자액의 68%를 차지하는 설비투자액이 113조8천억원에서 101조2400억원으로 11%나 급감했다.

반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투자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30대 그룹의 R&D 투자액은 35조3천100억원으로 전년보다 1.6% 증가했고, 영업권·산업재산권·소프트웨어개발 등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는 11조9천900억원으로 전년보다 18.8% 급증했다.

삼성의 투자액이 50조4000억원으로 전체에서 33.9%의 비중을 차지했다. 설비투자액이 29조7000ᆞ억원이었고, R&D가 18조8000억원, 무형자산 투자가 1조9000억원 등이었다. 설비투자가 11.9% 감소한 반면 R&D와 무형자산 투자는 3.2%와 29.9% 증가했다. 총 투자액은 5.6% 감소했다.

다음으로는 SK가 지난해 25조2600억원을 투자했다. 전년보다 3.4% 증가했으며, 특히 무형자산 투자액이 1조34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배로 늘었다.

LG와 현대자동차는 투자액이 각각 16조4500억원과 15조500억원으로 그다음이었다. 전년과 비교해서는 6.6%와 5.7% 줄었다.

다음으로는 포스코(5조7600억원). KT(4조9400억원), 롯데(4조2400억원), CJ(3조6900억원), 두산(3조400억원), GS(3조360억원), 현대중공업(2조7200억원), 한화(1조68800억원), 신세계(1조6200억원), 한진(1조4000억원), OCI(1조1700억원), 금호아시아나(1조900억원), 효성(1조원) 순이었다.

투자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에쓰오일로 4600억원에서 9300억원으로 99.6% 증가했다. 이어 미래에셋(54.5%), OCI(53.6%), 대우건설(42.7%), 대우조선해양(31%) 등이 30% 이상 투자액을 늘렸다.

반면 현대는 8300억원에서 4100억원으로 50.2% 감소했고 포스코(42%), 대림(35.2%), 한진(31.8%) 등도 투자액이 크게 줄었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대기업들 간 전통적 사업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연합뉴스)

시장 포화상태…실적 내리막길

이처럼 기업들이 현재보다 미래에 더 많이 투자하는 데는 수익 악화가 배경이 되고 있다.

기업 실적의 바로미터인 ‘이자보상배율’을 보면, 지난해 매출액 1조원이 넘는 대형 상장사 네 곳 중 한 곳이 영업활동을 해 얻은 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로, 이 비율이 1배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값이 작을수록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나쁘다는 뜻이다.

재벌닷컴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4회계연도 기준 매출액 1조원 이상 157개 상장사(금융회사 제외) 중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상장사는 모두 37개사로 전체의 23.6%로 나타났다.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이자 비용이 감소했음에도 영업이익이 급감한 탓에 저금리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대기업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매출액 1조원이 넘는 기업들의 이자비용은 지난해 10조9534억원으로 전년의 11조4121억원보다 4.0% 감소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58조2188억원에서 52조7752억원으로 9.4%나 줄었다.

특히 조선사와 정유사들은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극심한 업황부진의 단면을 드러냈다.

지난해 1조9233억원의 영업손실로 최악의 실적을 낸 현대중공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2.4배로 전년 6.3배에서 급감했다. 이자보상배율은 현대미포조선이 -97.3배로 가장 낮았고 한진중공업도 -0.8배에 불과했다. 쌍용자동차(-68.5배)와 삼성전기(-31.5배)도 영업해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지난해 적자 전환한 에쓰오일(S-oil)은 -6.8배, 태광산업은 -6.4배를 각각 나타냈다. 적자를 지속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각각 -1.0배와 -0.1배로 집계됐다.

▲지난해 1조9233억원의 영업손실로 최악의 실적을 낸 현대중공업의 본사 전경.

전통적 사업영역 경계 무너져

이런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은 앞다퉈 신사업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달 주총 시즌 때 결의된 내용들을 보면 대부분 키워드가 ‘사업영역 확장’이다. 영토 확장은 IT 분야부터 정유·중공업 등 전통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업종을 불문하고 속도를 내고 있다.

이통사들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통신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간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미디어 영역으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수출입업 및 수출입 중개·대행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KT는 '‘미디어사업’ 정관을 ‘뉴미디어사업 및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으로 변경했다.

▲지난해30대그룹 투자현황. 대부분 기업들이 설비투자가 줄고 무형자산 및 R&D 투자가 늘었다. (통계=CEO스코어/그래픽=연합뉴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제 유가 하락으로 37년 만에 적자를 본 SK이노베이션은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정보전자·배터리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글로벌 영업망을 토대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 

건설·플랜트 시장 악화에 따른 수주 부진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두산그룹은 연료전지와 신재생에너지, 원격조정장치, 전력변환장치 등을 올해 주총에서 처음으로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R&D 비용을 대폭 늘려 주력 및 전략 제품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끊임없는 미래 투자만이 살 길이라는 게 전자·IT업계의 공통된 분위기다.  

CJ 역시 최근 주총에서 ‘미래성장 동력 확보와 사업구조 혁신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를 선언했다.
 
한화그룹 또한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사업을 확대하고 해외 전략거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삼성그룹은 미래사업으로 의료·바이오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의료시장 개방과 원격진료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한창이다.

유통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내수침체로 백화점과 마트가 몇 년 째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면세점 시장과 복합쇼핑몰 등 신성장 사업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는 6월 1일 마감되는 관세청의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모집에는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신세계·호텔신라 등 전통적인 유통공룡들 말고도 현대산업개발·SK네트웍스·한화갤러리아 등 유통 2군 기업들까지 도전장을 냈다. 기업 간 사업영역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앞다퉈 미래 먹거리 찾기에 힘을 쏟고 있어 수년 내에 주력 사업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불황 장기화와 시장환경 급변 등으로 기존 사업만으로는 뚜렷한 한계에 봉착한 상태”라며 “기존 영역에 투자하기 보다는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재편, 연구개발 분야 투자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10년 후에는 LG가 자동차를 만들고, CJ가 이통 전문기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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