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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 상장폐지 후폭풍…은행권 피해 1조 ‘총체적 모럴해저드’

[심층취재] 금융권으로 번지는 ‘성완종 불길’ 어디로 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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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4.21 13:32:50

▲고 성완종 전 회장 추모 현수막 걸린 경남기업. (사진=연합뉴스)

자원외교 비리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사망으로 촉발된 경남기업 사태의 후폭풍이 금융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경남기업이 상장폐지되면서 주가폭락에 따른 손실 등으로 금융사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남기업 관계사들마저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일각에서는 은행권 익스포저(위험노출 채권액)가 1조원에 달한다는 추정치까지 내놓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들의 모럴해저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CNB=도기천 기자)

‘성 의원’에 약했던 금융권, 특혜대출 의혹
채권은행, 상폐 앞두고 무차별 주식 매각
개인투자자들 추격매수 나섰다 큰 피해
“의원 겸직 금지에 주요주주도 포함해야”

금융사들이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으로부터 입은 피해는 크게 두 가지 맥락이다. 성 전 회장이 생전에 경남기업 및 관계사들의 은행대출을 위해 지급보증을 선 부분과 경남기업 상장폐지에 따른 주식가치 손실분이다.

경남기업의 감사보고서와 재벌닷컴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성 전 회장이 국내 은행들에 개인적으로 제공한 주식과 지급보증액은 모두 2535억원으로 집계됐다.

대다수 보증은 경남기업과 대아레저의 일반대출을 위한 것이다. 성 전 회장은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에 가장 많은 1293억6300만원의 담보를 제공했다. 대아레저 대출 지급보증 203억원, 경남기업 대출 지급보증 571억원, 경남기업 주식 담보 520억원 등이다.

국민은행에 잡힌 담보는 대아레저 11억8600만원, 경남기업 329억원 등 340억8600만원으로 두 번째로 많다.

기업은행에는 경남기업의 건설브릿지를 받으려고 265억3900만원의 지급보증을 섰다.

경남기업은 농협은행에 성 전 회장의 주식 146억4천만원어치와 100억5200만원의 지급보증 등 246억9200만원을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금을 끌어다 썼다. 성 전 회장이 수협은행에 제공한 지급보증액도 60억원에 이른다. 

성 전 회장이 국회의원 신분이던 지난해 국회에 신고한 재산은 75억4천만원 수준. 성 전 회장이 사망한 데다 경남기업과 대원건설산업, 대아건설 등 관계사가 줄줄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절차를 신청한 만큼 해당 은행들은 대출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경남기업 총매출의 93%를 차지하는 대아레저는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173억7400만원 많다.

42년 역사 경남기업…22만5000원에서 ‘113원’

경남기업 상장폐지를 위한 정리매매 과정에서 채권은행들이 경남기업 지분을 헐값에 팔면서 생긴 손실은 800억원 가량이다.

경남기업은 정리매매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113원에 마감됐다. 작년 말 4810원과 비교하면 휴지조각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경남기업의 역사적 최고가는 22만5천원이다. 이에 따라 주식을 보유한 채권은행 뿐 아니라 상당수의 개인투자자들도 손실을 봤다. 

채권 은행들은 거래소가 경남기업을 상장폐지키로 하자, 담보로 갖고 있던 성 회장의 주식을 앞다퉈 질권실행(채권 매각)해 주식시장에 내다 팔았다.

경남기업의 10%이상 주식을 갖고 있는 주요주주인 수출입은행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 463만4200주(10.93%)를 지난 6일 평균가 754원에 시장에 전량 내다팔았고 7일에는 전환사채권으로 획득하게 된 113만4200주도 평균가 436원에 모두 매각했다.

신한은행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 298만5800주(8.34%)와 성 회장에 대해 질권행사한 180만주 등 총 478만5800주를 지난 6일 평균가 674원에 전량 장내매도했다.

KDB산업은행도 갖고 있던 주식 291만6400주(8.15%)를 지난 6~9일 네 차례에 걸쳐 모두 처분했다. 산업은행 계열회사인 KDB대우증권도 보유중인 주식 68만7000주를 평균가 682원에 전량 매도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큰 손실을 봤다. 정리매매로 담보물(주식) 가치가 크게 폭락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은 약 200억원의 손실을 봤으며, 산업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120억원 안팎의 매각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농협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도 피해를 봤다.

▲경남기업에 대한 특혜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채권은행들. 대출규모가 수출입은행은 2172억원, 신한은행 1740억원에 이른다. (사진=연합뉴스)

채권은행 피해액 ‘눈덩이’

채권단의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기업의 은행권 익스포저는 최대 1조원에 이른다. 수출입은행이 5210억원으로 가장 많은데 이 중 대출채권이 2172억원이고, 나머지 3천여억원은 이행성 보증이다.

이어 신한은행(1740억원), 산업은행(611억원), 농협(522억원), 수협중앙회(455억원), 국민은행(421억원), 우리은행(356억원). 광주은행(326억원), 기업은행(235억원), 대구은행 순으로 많다. 서울보증도 경남기업이 시행하는 공사에 2970억원 정도의 계약이행보증을 섰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경남기업의 대부분 건설현장이 계속 공사를 하고 있는 만큼 최종적인 피해 규모는 사업성 여부를 따져봐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경남기업 보유지분과 성 전 회장 담보 주식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이를 떠안은 개미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봤다. 은행들은 정리매매 마지막 날 종가 113원보다 평균적으로 4~8배 가량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했는데, 이 매물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이 받았다.

특히 경남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보고 추격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의 피해가 컸다. 경남기업 주가는 정리매매 첫날인 지난 6일 88.64% 급락했다가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진 지난 8일 94.91% 급등했다가 다시 폭락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꾸준히 매도포지션을 유지했고 상당수 개인들은 큰 손실을 봤다.   

▲성완종 전 회장 금융기관 제공 개인담보 내역 (자료: 경남기업 감사보고서 및 재벌닷컴)

성완종 의원 신분 앞세워 금융사 압박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경남기업에 대한 특혜대출 의혹과 오버랩 되며 금융사들의 총체적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2013년 10월 말 경남기업이 3차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직전에 금융감독 당국을 포함한 금융권 인사들을 광범위하게 접촉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현역 국회의원이었던 성 전 회장은 금융당국을 피감기관으로 삼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신분이었다.

성 전 회장은 금융감독원은 물론 채권은행의 최고경영자급을 상대로 자금 지원을 포함한 경남기업에 대한 여러 협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의 접촉 대상은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등 최고위급이 망라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경남기업 유동성 위기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에 특혜 대출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실사를 맡은 A회계법인과 신한은행이 대주주 지분의 무상감자를 실시해야 한다고 보고했으나 금감원이 이를 거부한 채 자금지원을 요구하는 성 전 의원 측 의견을 받아들이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의혹의 핵심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2월 경남기업은 채권단으로부터 무상감자 없는 1천억원 출자전환과 3800억원의 신규자금 수혈을 포함해 6300억원대 자금 지원을 약속받았다. 금감원 측은 정상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남기업 채권이 많은 수출입은행도 특혜 대출 의혹에 휩싸여 있다. 수출입은행의 대출채권은 2172억원인데, 3년 전 160억원대에서 급격히 불어난 과정이 의문의 핵심이다.

은행들은 이와 관련, 특혜나 부실 신용평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고위관계자는 “모든 기업에 대출을 할 때 실제 담보 능력과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대표이사(CEO)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우고 있다”며 “따라서 연대보증을 세울 때 개인(대표이사)의 보증담보능력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수출입은행 측은 “경남기업에 대한 대출규모가 늘어난 것은 중소중견 건설사 지원을 강화하는 정부 정책 기조에 부응해 해외 건설프로젝트 지원차 승인한 정상적인 대출”이라고 밝혔다. 

반면 경제시민단체들은 금융권과 성 전 회장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경남기업 사태는 성 전 회장이 과거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며 실질적으로는 회사경영을 주도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성 전 회장은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 국회법에 따라 경남기업 등기이사직에서는 물러났지만 경남기업 지분 21.5%를 보유한 최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며 영향력을 행사했고, 은행들과 금융당국은 이에 휘둘렸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일반 기업인이 로비하는 것과 기업인 출신 의원이 해당 상임위에서 로비하는 것은 그 영향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이익상충의 문제가 있는 만큼 국회 차원의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973년 건설사 중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상장된 경남기업은 아파트 ‘경남 아너스빌’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중견 건설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건설 경기가 침체하면서 내리막길을 걷다가 결국 자본 전액 잠식 상태에 빠졌고, 지난 15일 상장 42년 만에 증권시장에서 퇴출됐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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