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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삼성 vs 엘리엇 ‘운명의 날’ 초읽기…누가 웃을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총 코 앞…우군 만들기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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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5.06.26 11:33:58

▲삼성물산과 엘리엇 간의 우호지분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내달 17일 열릴 예정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에 세간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사는 주총을 거쳐 오는 9월 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물산 지분 7.12%를 소유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합병비율이 불공정해 삼성물산 주식가치가 떨어진다며 적극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총에서 합병안이 상정되면 표 대결로 가기 때문에 삼성측과 엘리엇과의 ‘위임장 대결’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엘리엇 대 삼성 사활 건 한판승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선택 주목
양사 합병 안 되면 경영승계 타격
 
지난 5월 26일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합병비율은 1대 0.35다. 제일모직은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할 계획이다. 

즉 삼성물산 주주는 1주당 0.35주의 제일모직 주식을 받게 된다. 합병가액은 보통주 제일모직 15만9294원, 삼성물산 5만5767원이며 우선주 제일모직 9만9432원, 삼성물산 3만4810원이다. 

삼성은 이번 합병을 통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힘을 싣겠다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구조를 탄탄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57%며, 이건희 회장 및 특수관계인을 전부 합해도 17%에 불과하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에 4.1%의 지분을 갖고 있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할 경우 통합 회사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으로 16.5%의 지분을 갖게 되며,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각 5.5%, 이건희 2.9% 등으로 오너 일가 지분 총합은 30.4%로 높아진다. 

통합회사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를 동시에 높이겠다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엘리엇 ‘수조원대 손실’ 주장

이 같은 움직임에 엘리엇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다는 입장인 엘리엇은 주주들의 이익에 반함은 물론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다며 저지에 나서고 있다.

엘리엇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양 회사의 총 장부가액은 18억2000억원으로 이중 74%인 13조4000억원은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 속하며, 나머지 26%(4조7000억원)은 제일모직 주주에 속한다. 하지만 삼성물산 주식 1주당 제일모직 주식 0.35주로 합병케 되면 5조6000억원(31%)의 통합 장부가액은 현재의 삼성물산 주주에게 귀속하고, 12조5000억원(전제의 69%)은 현재 제일모직 주주에게 귀속된다.

이는 삼성물산 주주들이 7조8000억원(13조4000억원-5조6000억원)의 장부가액을 제일모직 주식에게 보상 없이 이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합병을 추진하면 삼성물산 주주들이 7조8000억원의 손해를 입게 된다는 것으로, 헤지펀드 특성상 주식가치 증대 목적이 다분해 보인다. 

엘리엇은 현재 합병안이 진행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삼성물산과 이사진들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금지 및 삼성물산이 KCC로 매각한 자사주 전량(899만557주, 5.76%)에 대한 의결권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나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KCC는 삼성의 백기사로 나선 상태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안에 대해 내달 1일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엘리엇의 국내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CNB에 “엘리엇에서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에서 심리가 있었고 현재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삼성물산 소액주주들도 합병 반대 탄원서를 모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카페 ‘삼성물산 소액주주연대’ 측은 현 합병 비율로는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며 300만주(보통주 1.92%)가량의 소액주주 반대표를 모은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물산이 헐값에 팔리는 것은 주주의 재산권 침해로 보기 때문에 합병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도 반격에 나섰다. 주주권 행사를 이유로 타 주주들의 정당한 의결권 행사 기회를 원천봉쇄 하는 것은 불공정하며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부문 다각화와 성장성 제고라는 필요성에 따라 합병을 결의한 것으로 이는 합리적인 경영판단에 해당한다는 것. 

특히 합병비율과 관련해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한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비율을 선정한 만큼 공정하며, 주가는 복잡하고 많은 요소들로 형성되는 것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과소·과대 평가됐다는 엘리엇의 주장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즉, 합병비율은 국내 법의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산정, 오히려 이를 따르지 않는 것이 위법이라며 주가는 기업의 주식가치에 관한 가장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기준으로 주가가 아닌 다른 기준으로 정할 경우 투자자의 합리적 기대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은 아울러 법원에 엘리엇 측을 상대로 합병 관련 보고서인 서증 원본 제출의 명령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한영회계법인에도 사실조회·문서송부촉탁 신청서를 내도록 요청했다.

가처분 결정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엘리엇이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분석보고서를 문제 삼은 것이다. 엘리엇은 이 보고서를 인용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1대 1.6인 것으로 산출했다. 

그러나 한영회계법인 측은 엘리엇이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보고서를 무단 변조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한영회계법인 측은 엘리엇이 증거로 낸 가치평가보고서는 인수합병 용도가 아닌 일반투자 용도로, 미래 현금흐름 및 투자정보가 반영돼 있지 않고 공개된 데이터만을 이용한 순수 투자참고 목적이라며 초안 상태의 보고서를 엘리엇이 무단으로 증거로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자료=연합뉴스)

 
소액주주 누구 손들까

삼성물산과 엘리엇은 이 같은 법리적 다툼을 벌이면서 한편으론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법원에서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7월 17일 예정대로 주총이 열려 합병 찬반에 대한 표결에 들어간다. 한국투자증권 등 업계에서는 삼성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합병비율을 계산했고, 자사주를 KCC에 매각한 것도 법적으로 무리가 없어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당일 주총에 참석한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그동안 주주 참석률을 볼 때 내달 17일 주총 참석률을 70%라고 가정할 경우, 삼성은 47% 이상 찬성 지분을 확보해야 합병안이 통과된다. 반면 엘리엇은 24%의 지분을 모아야 부결 시킬 수 있다.

삼성의 우호 지분을 살펴보면 삼성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지분 13.8%, KCC지분 5.96%를 모두 더해도 19.8%이다. 엘리엇의 지분율은 7.12%로 양쪽 모두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우군이 절실하다.

국민연금(10.15%)을 포함해 국내 기관투자자 지분율은 21.5%로 추정되며,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의 지분은 26.5%다. 엘리엇은 지난 24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 결의안에 반대하거나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도 기관 등 주주들을 상대로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표심 얻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런 와중에 24일 국민연금은 SK C&C와 SK의 합병에 반대키로 결정했다. 그 여파가 삼성물산에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지 삼성 측으로서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SK와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국민연금에서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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