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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기욱 금소연 사무처장 “재해사망보험금이 자살 조장? 억지 주장”

9부 능선 넘긴 자살보험금 재판…망자(亡者)의 한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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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6.05.20 10:51:24

▲대법원은 지난 1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의 부모가 B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재해사망특별약관을 무효라고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진=대법원)

대법원이 지난 12일 자살보험금(재해사망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원고(소비자) 패소한 사건을 파기환송해 주목된다. 

보험 가입자가 자살한 경우에도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대법의 판단은 비슷한 소송건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자살보험금 문제는 생명보험업계의 뇌관이자 아킬레스건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4월 기준 생명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하지 않은 자살보험금 규모는 2179억원이다. 생보사들은 약관상 실수이며 자살을 방조한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멸시효 2년(2015년 3월 이후부터는 3년)을 훌쩍 넘긴 건도 상당수다. 김기준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11년~2015년 4월까지 소멸시효가 완료된 자살보험금은 1564건, 약 1011억원이나 된다.

이에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에서는 피해자들을 모아 생보사들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공동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금소연의 이기욱 사무처장을 지난 19일 만나봤다. (CNB=이성호 기자)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 (사진=이성호 기자)


-‘자살보험금’ 왜 논란인가.

지난 2010년 4월 이전 생명보험사들은 재해사망특별약관에서 일반사망보험금 외 추가로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 이후에 자살할 경우 자살보험금(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적시했다. 2003년부터 7년간 약 281만건이나 팔아왔다.

같은 해 4월 이후에는 이 특별약관을 수정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2010년 4월 이전에 판매하고 유지하고 있는 보험에 대해서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ING생명·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동양생명·동부생명·알리안츠생명·농협생명·메트라이프생명·신한생명 등은 금융당국에서도 지급을 권고했고 국회에서도 질타를 받았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금소연에서는 피해자 100명과 함께 생보사를 상대로 20개의 재판부에서 공동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이 났는데.

이 건은 금소연이 제기한 공동소송은 아니지만 비슷한 사안이다. 지난 12일 대법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의 부모가 B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재해사망특별약관을 무효라고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약관에 명시됐으니 주라는 의미다. 이 같은 대법의 결정에 환영한다. 대법은 다음날인 13일에도 금소연 측에서 제기한 청구소송 역시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대법의 판례가 나온 이상 향후 나머지 재판에서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자살보험금을 원칙대로 지급하라는 최종승소판결이 곧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 지켜진 것인가.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다 보니 대법의 이번 판결을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당연히 상식적으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계약자에게는 유리하게, 약관을 작성한 보험사에게 불리하게 적용하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이 원칙에 따라 고객에게 응당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것이 이번 대법의 판단이다. 

-향후 쟁점은 소멸시효 부문인데. 

▲(사진=금소연)

보험사들에게 소송은 유리하다. 대법원까지 가는 과정에서 소멸시효 완성을 노린 것이다. 소송을 건 사람들은 재판이 진행 중임에 따라 소멸시효가 정지되지만 소송을 걸지 않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던 대다수 계약자들은 자동적으로 시간이 흘러 소멸시효가 지나게 된다. 향후 소송을 걸 수도 없게 된다는 얘기다. 

현재 대법에서 약관에 따라 소비자에게 자살보험금을 지급토록 했지만 100% 해결된 것은 아니다. 금소연 공동소송에서도 소멸시효가 지난 건은 20여건이다. 이중 1·2심에서 승소한 것은 6건에 불과하다.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소멸시효를 넘긴 것은 계약자들의 탓이 아니라는 점이다.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해당 보험사에서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는 등 이유를 대며 거절했다. 이에 일부 하급심 재판부에서는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가 거부한 것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며 지급토록 판결했다.

청구를 안 해 소멸시효를 넘긴 것은 당연히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보험금을 달라고 했으나 보험사가 안주고 버티다 소멸시효가 지난 것은 사정이 전혀 다른 것이다.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없기에 앞으로 있을 대법원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살을 방조한다는 주장이 있다.
 
고객과 약속한 대로 마땅히 줘야할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 생보사들은 두 가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약관상 단순 실수라는 것과 자살을 조장할 것이라는 논리다.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나야 보험금을 주는데 그 기간을 기다렸다 죽는다는 게 말이 되는 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살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모독이며 지나친 비약이다. 무지한 것으로 본다. 양극화로 인한 생활고와 우울증 등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많아졌다. 왜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지 이유를 찾고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핀란드·일본 등에서는 자살자가 많았지만 정부가 나서고 사회적으로 원인을 찾고 연구를 해서 크게 줄였다. 우울증 치료 등 자살 발생 원인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자살방지법과 관련한 연간 예산은 연간 약 80억원이다. 

일본 3000억원에 비해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즉 범사회적으로 예방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지원이 요구되고 있는 것으로 자살 방지와 보험금을 안주는 문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솔직히 생보사들이 자살 예방을 위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
 
-생보사들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나.
 

▲(사진=이성호 기자)

일본 A보험사의 경우 보험설계서상의 보험금 지급액이 약관에 명시된 액수보다 2배나 많게 기재된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보험설계서가 아닌 법상 효력이 있는 약관에 따라 지급하면 되지만 기재 오류를 전적으로 A보험사가 책임지기로 결정하고 미청구 계약자 모두에게 설계서상의 금액대로 보험금을 지불했다.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을 진 것인데 고객과의 신뢰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계약자가 낸 보험금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구조에서 이를 지킨 것이다.

우리네 사정을 보자. 생보사가 시작부터 잘못했다. 일단 사과부터 했어야 했지만 전혀 없었고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문제가 불거지니 법원으로 갔다. 초기에 전액은 아니더라도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성의를 보였다면 서로 원만하게 해결될 수도 있었다고 본다. 

상품을 팔아놓고 금융당국·소비자원·국회까지 나서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소송까지 간 초유의 사건이다. 계약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보험사가 주주의 이익만 따지고 소비자와의 약속을 걷어 차버린 행위로 명백한 사기다.

일본 사례 정도는 아니더라도 사과 한마디도 없이 소송으로 갔다는 자체는 비도덕적인 행태고 비난을 받아야 한다. 보험사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생보사에 보험 들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다. 정히 하려면 보험계약 체결 시 변호사를 대동해 약관을 잘 들여다보고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게 못마땅하면 손해보험사 보험을 들라고 말하고 있다. 

-자살보험금 관련 소비자들은 소송 밖에 답이 없나.

최종적으로 각 소송건에 대해 보험금을 주도록 판결이 나더라도 우리나라 법체계는 같은 대상자가 있어도 소송을 건 사람들에게만 적용된다. 선진국의 경우 집단소송제로 일부 소수가 이기면 그 판례로 나머지 피해자들도 구제받을 수 있지만 우리는 이러한 제도가 없다. 일일이 소송에 들어가야 하는데 한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는 힘들다.

지금이라도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보험사들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계약자들이 소송해 이기면 지급하고 아니면 안주려고 하는 태도를 고수한다면 이는 끝까지 소비자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못다 한 말이 있다면

금융당국에게 책임이 있다. 그동안 법원에게 공을 넘기며 뒷짐을 져왔기 때문이다. 사회적 문제가 되도록 방치를 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책임자 엄벌은 물론 보험사에게는 단순한 과징금이 아닌 영업정지 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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