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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더민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잡으려다 애먼데 헛발질?

김일성 일가 서훈 철회시킨 野…‘연좌제 늪’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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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6.30 16:05:41

▲박승춘 보훈처장이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야당은 이날 박 처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과거 보훈처가 김일성 일가에게 건국훈장을 서훈한 것을 문제 삼았다. 야권이 박 처장 사퇴에 혈안이 돼 해묵은 색깔론을 스스로 자처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국가보훈처가 북한 김일성 전 주석의 친인척을 독립운동 유공자로 인정한 과거 결정을 사실상 철회하기로 입장을 정하면서 야권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철회가 당연하다”는 입장인 반면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연좌제 적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CNB=도기천 기자) 

김일성 일가 건국훈장 주자 野 반발
압박 못이긴 보훈처, 결국 서훈 철회
“해묵은 색깔론 더민주 스스로 자초” 

이번 사태는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27일 “국가보훈처가 2012년 67주년 광복절을 맞아 애국지사 198명을 포상할 때 김일성 주석의 외숙부인 강진석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고 밝히면서 비롯됐다. 

보훈처는 김일성의 삼촌인 김형권에게 2010년, 외삼촌인 강진석에게 2012년 각각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었다.

소식이 전해지자 야권은 일제히 보훈처의 처사를 문제 삼았다. 가뜩이나 박승춘 보훈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 등으로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오고 있던 터였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등 야3당 원내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과 관련, “좋은 방법을 찾도록 국가보훈처에 지시 하겠다”고 답했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공개한 김일성 외삼촌 강진석의 애국장 서훈이 표기돼 있는 2012년 8월 30일자 정부 관보.

하지만 박 처장은 “보훈 단체들이 강력 반대한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은 물론 5.18기념식에서의 제창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달 초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진압 작전에 나섰던 제11공수특전여단을 광주 시가행진에 투입하는 내용의 6·25전쟁 기념행사를 계획했다가 야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2014년에는 예산이 삭감됐다며 소관 국회 상임위인 정무위원장을 찾아가 탁자를 내리치기도 했고, 그해 국정감사 때는 서면보고를 거부해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특히 박 처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 출신이란 점에서 야권의 타깃이 돼 왔다. 그는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보훈처장으로 임명된 후부터 진보 진영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노무현 정부 때 처음으로 제창 형식으로 불리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갑자기 합창 형식으로 바뀌는 바람에 해마다 논란을 빚어왔지만 박 처장은 일관되게 합창(부르고 싶은 사람만 부르라는 의미)을 고집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야당이 이번 김일성 일가에 대한 보훈처의 훈장 추서를 ‘박 처장 사퇴 카드’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박승춘 보훈처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보훈처가 과거 김일성 일가에게 건국훈장을 서훈한 것을 야당이 문제 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90년 10월 18일 남북총리 회담차 북한을 방문한 강영훈 당시 국무총리가 김일성 주석을 만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야당이 ‘연좌제’ 원한다?

하지만 야권의 압박에 보훈처가 29일 “국민정서를 감안해 김일성 주석의 삼촌 김형권과 외삼촌 강진석을 서훈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김일성과의 연계성을 떠나 실제 독립운동 기여도로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는 과거 사회주의 계열 항일운동가들을 대한민국 정부가 훈장 추서할 것이냐를 놓고 지난 수십년 간 벌여온 논쟁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가 몽양 여운형 선생에 대한 건국훈장 추서 논란이었다. 한평생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몽양은 1947년 의문의 흉탄에 사망했는데, 이후 60여년 간 우리사회는 훈장 서훈을 놓고 진보-보수 간 갈등을 빚어 왔다. 결국 2005년이 돼서야 독립유공자로 지정됐는데, 건국훈장 중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이 아닌 2등급 대통령장에 불과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강진석의 경우, 김일성의 모친 강반석의 큰오빠로 평양청년회와 백산무사단 제2부 외무원으로 활동하며 독립군 자금을 모집하다 1921년 일제 경찰에 체포돼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8년간 옥고를 치렀다. 김일성의 삼촌인 김형권 또한 항일운동 과정에서 일본 군경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이에 대해 “2012년 당시 공훈심사위원회 공적심사위원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됐고 본인 행적만 가지고 심사할 뿐 (김일성과의) 연관성을 따지지는 않는다”며 “더구나 (강진석은) 해방 이전에 사망해 연관 지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의 훈장 추서를 문제 삼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도 “보훈처가 서훈 사유로 적시한 강진석의 독립운동 공적은 대체로 사실과 부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연구소는 북한 정권 참여자는 물론 최고 권력자의 친인척에게 서훈한 전례가 없었던 점을 들어 보훈처의 ‘검증 사고’로 추정하고 있다. 

▲야권이 박승춘 보훈처장 사퇴에 혈안이 돼 민주주의적 가치를 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김일성 일가의 서훈을 철회하라는 야당 주장에 대해 “김일성의 친인척이라도 독립과 건국에 기여했으면, 그건 그거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중권 트위터)

더 나아가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김일성 일가의 훈장추서 철회가 연좌제를 반대해온 민주주의 정신과 합일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건 좀 이상하다. 외려 진보 쪽에서 연좌제를 적용하다니… 김일성의 친인척이라도 독립과 건국에 기여했으면, 그건 그거대로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원래는 보훈처에서 김일성 친인척이라고 서훈에서 배제시키면, 진보에서 연좌제 반대를 외치는 게 정상으로 보이는데, 뭔가 뒤집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앞뒤 상황을 종합해보면, 야당이 박승춘 보훈처장의 사퇴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해묵은 색깔론의 프레임에 스스로 갇힌 셈이 돼 버렸다. 

박정희 정권 때 간첩조작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던 한 인사의 가족은 30일 CNB와 통화에서 “아버지가 억울한 간첩 누명을 쓴 것도 모자라 일가친척이 모두 연좌제에 걸려 취직도 안 되고 수십 번 이사를 다녀야 했다”며 “김일성과 연계된 사람이라고 해서 항일운동에 헌신한 점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이게 연좌제가 아니고 뭐냐. 소위 진보진영(야당)이라는 사람들이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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