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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살찌는 은행, 말라가는 은행원들…그들이 직장 떠나는 이유

피말리는 경쟁, 내가 영업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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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강훈기자 |  2016.08.26 11:14:41

▲올해 상반기 깜짝 실적을 내는 등 은행은 잘나가고 있지만 은행을 등지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는 직원들 수는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중한 업무량과 핀테크(금융+IT) 환경에 밀려 스스로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나는 은행원들이 늘고 있다. ‘신의 직장’이라는 타이틀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주요 은행들은 상반기에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은행은 잘 나가는데, 은행원들은 왜 직장을 등지는 걸까. (CNB=손강훈 기자) 

시중 은행들 상반기 ‘깜짝 실적’
은행원들은 새 인생 찾아 떠나 
핀테크·스트레스…신의 직장 옛말

시중 13개 은행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 직원은 지난해 말 9만9774명에서 올해 6월말 9만9076명으로 698명이 줄었다. KB국민은행이 407명, 우리은행 167명, 신한은행 123명, IBK기업은행 100명, KEB하나은행 89명 순으로 직원 수가 감소했다.   

특히 6개월 동안 정규직은 828명이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이 130명 늘었다. 크게 보면 최근 3~4년 새 인력이 평균 10%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호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3조3192억원을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 증가한 수준이다. 금융업계는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직원들의 수가 줄어 비용이 감소함에 따라 순이익이 늘어난 측면이 크다. 

한 은행 관계자는 25일 CNB와 통화에서 “올해 상반기 점포 통·폐합, 희망퇴직 등 조직 슬림화를 진행하면서 비용이 줄었고 그에 따라 순이익도 늘어나게 된 것”이라며 “순이익이 늘었음에도 직원 수를 줄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상반기 실적이 개선된 만큼 하반기 채용이 늘어날까? 은행들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적은 규모의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말 공채를 시작하는 KB국민은행은 300명, 우리은행 200명, 신한은행 200명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은 아직 미정이다. 올해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은 은행도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작년보다 채용 인원이 확실히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핀테크 환경에 밀리고 실적 압박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량 스트레스 때문에 은행은 더이상'신의 직장'이라 불리지 않는다. 한산한 은행창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변해도 너무 변해

이처럼 은행원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변화된 환경 때문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대손비용 증가, 금융당국의 구조개혁 압력, 인터넷·스마트폰뱅킹에 따른 금융환경변화, 과중한 업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때 ‘꿈의 직장인’이었던 ‘은행원’의 위상은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우선, IT기술의 발달로 점점 사람의 역할이 사라져가고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핀테크 열풍에 힘입어 인터넷·모바일 뱅킹이 대중화되면서 통장 개설, 입금, 출금, 대출, 환전 등 대부분의 업무를 은행에 가지 않고 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인터넷·모바일 뱅킹 이용금액은 42조377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입출금 거래 시 비대면거래 비중은 86.5%나 됐다. 10명 중 8~9명은 은행을 방문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IT기술의 발달로 은행 뿐만 아니라 금융업 전반에 사람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며 “점포와 직원 수는 앞으로도 계속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중한 업무와 실적 스트레스도 직장을 등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각종 실적으로 인해 영업 압박을 받다보니 은행원이 아니라 ‘잡상인’ 같다는 내부의 자조적인 목소리가 크다.

최근 들어 통장 개설이나 대출 상담 등을 위해 은행을 방문하면 직원이 신용카드 발급, ISA 개설, 은행 앱 설치 등을 유도하는 경우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는 ‘통합멤버십’, 신한금융지주는 ‘신한판(FAN)클럽’, 우리은행은 ‘우리멤버스’를 출시했는데 고객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점포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고객에게 접근하거나, 심지어 일반 사무실을 방문해 멤버십에 가입해 달라고 사정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은행들은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마다 일정 가입자 수를 할당 받는 등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지점에서 근무하는 한 은행 부지점장은 CNB에 “다른 이들은 부지점장이라고 부러워하지만 은행을 방문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업무와 상관없는 신용카드 가입을 요청해야 할 때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며 “대부분 은행원들의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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