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7.01.17 14:26:43
그러나 정치적 기반이 전혀 없는 반 전 총장 입장에선 자금과 조직이 당선에 필수적이라는 선거의 기본 공식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결국은 기존 정당의 힘을 빌리는 게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반 전 총장은 16일 오후 취재기자들과 가진 ‘치맥’ 자리에서 “정당 없이 홀로 하려니까 힘들다. 특히 금전적으로도 빡빡하다”고 독자 행보의 고충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결국 어느 정당이든 함께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대통령 된 사람 중에 당이 없었던 사람이 없었다. 당적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해 무소속 후보로 뛰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내비친 바 있다.
이에 반 전 총장의 기존 당 입당설이 증폭되자 반 전 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은 17일 언론과의 통화에서 “어제 기자들과의 ‘치맥’ 자리에서도 반 전 총장은 본인 입으로 입당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아직 입당할지, 입당하면 어디로 할지 등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일축했다.
그리고 반 전 총장의 한 핵심 측근도 “반 전 총장이 자신의 가치와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기존 정당들과 손잡는 ‘연합 후보’ 방식도 있다”며 “‘당외 후보 경선’ 형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선두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정당들의 틀은 유지하되 자신이 내세웠던 ‘패권주의 척결’을 기치로 ‘반(反) 문재인 연합 전선’을 구상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이 손을 잡을 정당으로는 가장 먼저 스스로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주장한 반 전 총장의 노선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바른정당이 거론되고 있으며, 바른정당 역시 반 전 총장 영입에 적극적이다.
바른정당은 전날 문 전 대표를 향해 “말 바꾸기로 국민을 혼란하게 하고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을 가중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이날도 “통솔력이나 화합 의지가 부족하다”(정병국)거나 “잘못하면 ‘남자 박근혜’가 된다”(김영우)는 등 맹비난을 이어갔다.
국민의당 역시 박지원 대표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반 전 총장 측이 2년 반 전부터 저희를 접촉했다”며 “약 한 달 전에는 (반 전 총장 측이) ‘새누리당, 민주당으로는 가지 않겠다’며 뉴 DJP 연합을 희망하더라”고 주장하는 등 ‘반 문재인’과 ‘뉴 DJP(김대중·김종필)’를 고리로 반 전 총장이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반 전 총장을 외곽에서 돕고 있는 박진 전 의원은 연대 가능 그룹으로 ‘개혁적 보수 세력’과 ‘합리적 중도 세력’을 제시하며 “호남 민심도 보듬고 ‘경제민주화’ 의지가 있는 세력도 연대 대상”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참배 뒤 방명록에 “따뜻한 가슴과 열정으로 ‘사람하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헌신하신 노무현 대통령님께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미력하나마 진력하겠습니다. 노 대통령님 대한민국의 발전을 굽어살펴주소서”라고 글을 남겨 노 전 대통령이 지향하던 ‘사람사는 세상’을 ‘사람사는 사회’라고 적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반 전 총장을 규탄하는 반대 시위대 등 200여명이 몰려 “인권의식 박약한 반기문 대선행보 어림없다” “배은망덕 기름장어 봉하마을 지금 웬일” “박근혜 시즌2 수첩왕자 반기문” “굴욕적 12.18 한일합의 강행에 부역한 반기문을 규탄한다” 등의 문구를 들고 반대 의사를 표했으며, 일부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외쳐 반 전 총장의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비공개로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경건하고 애통한 마음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님 영전에 귀국 인사를 올렸다”며 “저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을 위해 생전에 많은 노력을 해주신 데 대해서도 마음 깊이 감사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과 리더십은 아직도 국민 가슴 깊이 남아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 변혁과 통합, 개혁과 통합을 외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