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연중기획-정치와 기업 ⑤] 금산분리 완화가 아닌 강화? KT의 K뱅크 어쩌나

재벌개혁 vs 핀테크 정면충돌, 산으로 가는 은행법(上)

  •  

cnbnews 이성호기자⁄ 2017.05.05 09:28:00

CNB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보다 정의로운 시장경제를 추구하며 연재하고 있는 <연중기획-정치와 기업>의 이번 주제는 재벌개혁의 핵심 과제인 ‘금산분리’(은산분리) 논쟁입니다. 금산분리는 금융사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비롯됐지만, 대기업의 핀테크산업 투자를 가로 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CNB는 두 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자 합니다. ‘야뉴스의 두 얼굴’ 같은 이야기, 지금부터 펼칩니다. <편집자주> 

▲K뱅크가 인터넷은행 1호로 본격적으로 출항했지만 반쪽짜리 돛대로 항해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사진=연합뉴스)


인터넷은행 1호 ‘K뱅크’ 탄생했지만
금산분리규정 발목 잡혀 증자 ‘난항’
시민단체 “약속 어기면 허가취소해야”

한동안 잠잠했던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 분리)  논쟁이 최근 다시 불거진 것은 박근혜 정부가 주도했던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이 탄생하면서부터다. 정부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전제로 ICT기업을 통한 신(新)금융시스템을 추진했다. 

그 결과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4년 만에 ‘케이(K)뱅크’가 은행업 신설 인가를 받고 인터넷은행 1호로 지난달 3일 본격 출항했다. 

인터넷은행은 소수의 영업점 또는 영업점이 없어도 업무의 대부분을 인터넷·모바일·ATM(현금자동입출금기) 등 전자매체를 통해 영위하는 은행을 말한다. 은행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방식인 인터넷뱅킹(Internet Banking)과는 법적 실체에 있어 구분되며 지점이 없어도 예금 수신·이체·대출 등을 제공한다.

국회·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은 지난 1995년 미국 SFNB(Security First Network Bank)가 최초로 등장, 현재 미국·일본·중국·유럽 등에서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1년 SK·롯데 등 대기업과 안철수연구소·이네트퓨처 등 약 20여개의 벤처회사가 공동으로 브이뱅크(V-bank) 설립을 추진한 바 있으나 수익모델 및 법적 미비 등으로 중단됐다. 2008년에도 금융위원회가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인터넷은행을 도입하려고 했으나 역시 무산됐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은행들의 수익성 및 건전성이 악화돼 자본 확충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을 진입시켜 은행 간 금리와 수수료 경쟁을 가속화할 경우, 은행산업 전반의 수익성 및 자본 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 당시에도 이미 온라인 금융거래가 활성화돼 있는 가운데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인력과 조직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터넷은행이 기존의 온라인 뱅킹에 비해 실질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컸다.

인터넷은행이 설립 초기의 취약한 성장기반과 IT기반 구축 및 마케팅 등에 따른 인적·물적 비용의 증가, 그리고 제도시행 초기의 금리 및 수수료 중심의 경쟁에 따라 부실화될 위험이 높아져 중장기 경영안정화를 위한 재무기반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후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있던 인터넷은행은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부상했다. 금융권에 핀테크(금융+IT) 광풍이 몰아치면서 이 모델이 핀테크 육성 정책의 선두주자로 부각된 것. 금융당국은 2015년 6월 인터넷은행 도입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비대면 거래 증가(90% 이상) 추세 속에서 경쟁을 촉진하고 은행권 보수적 영업행태 혁신의 자극제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시중은행과 차별점은 ICT기업이 주도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출현시킨다는 것으로 신시장을 개척해 미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목적이다.

그 결과 2016년 12월 KT가 주도하는 인터넷은행 1호인 케이뱅크(이하 K뱅크)가 금융위로부터 평화은행 이후 24년 만에 은행업 인가를 받았고 올해 4월 3일부터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어 카카오 주도의 카카오뱅크도 올 상반기 중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4월 3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K뱅크 출범식 모습. (사진=연합뉴스)


재벌개혁 분위기에 법개정 요지부동

하지만 태생적인 한계 탓에 지속가능한 활성화 여부는 불투명하다. 은산분리 규제라는 족쇄가 채워져 있기 때문.

현행 은행법에서는 은산분리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지분을 4%(의결권 미행사 시 10%)로 제한하고 있다. 비금융사가 금융사를 갖게 되면 재벌가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기에 이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제도다. 

이에 따라 K뱅크는 KT, 우리은행, GS리테일, NH투자증권, KG이니시스 등이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는데 설립주체인 KT의 지분율은 8%(의결권 4%)에 불과하다. 카카오뱅크도 마찬가지로 카카오의 지분은 10%(의결권 4%) 뿐이다. 경영권(상법상 지분율 50%이상)을 갖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ICT기업이 주체가 돼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출현시킨다는 당초 도입목적이 흔들리고 있다. 경영권을 주도적으로 행사할 수 없고 과감한 투자 역시 행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애초에 금융당국은 은산분리 완화를 염두에 두고 인터넷은행 도입을 추진했다. 국회도 이에 부응해 산업자본의 의결권이 있는 은행지분 소유를 34%~50%까지 대폭 늘리도록 하는 관련법안들을 상정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정국에서 법안 처리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처음과 끝이 ‘정경유착’이었다는 점에서 주요 대선후보들은 일제히 ‘재벌개혁’을 화두로 들고 나왔고, 이런 가운데 문재인(더불어민주당)·심상정(정의당) 후보 등 일부 대선주자들은 은산분리 완화가 아니라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인터넷은행 설립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일 1차 사업자인 K뱅크가 문을 열었지만 앞날이 불투명하다. 또 금융당국의 사업자 추가 모집(2차사업자)도 제동이 걸렸다.

심성훈 K뱅크 은행장은 출범식에서 “올해 여신(대출) 4000억원, 수신(예금) 5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국제결제은행(BIS) 자본금 비율을 맞추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증자에 들어가야 하는데 법이 바뀌지 않으면 어렵다”고 호소했다. 

초기자본금 2500억원으로 일단 은행을 세웠지만 BIS 기준에 맞추려면 2000~3000억원의 추가 자본조달이 필요한데 지금과 같은 지분율 제한 상태에서는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다는 것. 영업 확대를 위해 은행법 개정 또는 특례법 제정을 통해 은산분리 제한을 풀어달라는 얘기다.

▲K뱅크 주주사. (자료=K뱅크)


참여연대 “증자 못하면 속여서 허가받은 셈”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K뱅크가 은행업 인가를 신청할 때 모든 주주가 현행 법테두리 내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했고, 금융당국이 이를 보고 허가를 내준 것인데, 지금에 와서 은행법을 문제 삼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참여연대 측은 “K뱅크가 이제 와서 비례형 자본조달계획(참여주주들이 지분 비율대로 증자에 참여)이 현실성이 없다며 법 개정을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즉, K뱅크의 주장은 현실성과 실현 가능성이 없는 자본조달계획을 제출해 금융위로부터 부당하게 은행업 인가를 받았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라는 것. 참여연대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은행업의 인가를 받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현행 법에 위배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K뱅크가 자본조달계획을 이행하지 못한다면 관련법에 의거해 은행업 영업의 전부 정지를 명령하거나, 은행업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CNB에 “자본조달은 은행의 건전성과 직결돼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꼼꼼히 점검해 봐야 한다”며 “금융위에 제출한 안대로 자본금을 충당하지 못한다면 이는 거짓으로 인가서류를 꾸며 은행업 인가를 획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최근 금융위에 K뱅크의 자금계획 등에 대해 묻는 질의서를 전달했고, 현재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下)편에서 계속>

(CNB=이성호 기자)







▲ CNB뉴스, CNBNEWS,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