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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삼다수 전쟁’ 20년사 풀스토리

계곡물로 밥하던 시절에서 생수 전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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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8.09 09:23:18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1월 설 연휴 때 귀성객들에게 삼다수를 나눠주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한반도의 여름이 길어지고 캠핑·여행 문화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생수 판매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신세계가 이달 중순경에 신제품을 내놓으며 생수시장에 합류할 예정인 가운데, 연말에는 국내 1위인 ‘삼다수’ 판권을 놓고 식품업체들 간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다. 형제기업인 롯데와 농심의 2위 쟁탈전도 눈에 띈다. 이들은 왜 ‘물 전쟁’에 사활을 거는 걸까. (CNB=도기천 기자)       

나홀로족 늘며 생수판매 매년 급증
2000억원 삼다수 입찰…업계 사활
농심·롯데, 형제기업 간 선두 다툼 

우리나라 생수시장의 역사는 채 30년이 되지 않는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처음 시판됐다. 지금은 서울 수돗물 ‘아리수’가 세계인들에게 ‘공짜로 마시는 깨끗한 물’로 알려져 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선진국들은 한국의 수돗물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는 급히 ‘일몰(한시)법’을 만들어 일시적으로 식품기업들의 생수 판매를 허용했다. 올림픽 후에는 다시 판매가 금지됐다.

이후 기업들은 “생수 판매 금지는 국민의 행복권 침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마침내 1994년 헌법재판소는 ‘국민은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때부터 생수시장이 싹을 틔웠다. 

당시만 해도 ‘생수’는 생소한 단어였다. 학생들은 도시락을 쌀 때 보리 끓인 물을 같이 챙겼고, 캠핑족들은 계곡물을 퍼서 밥을 짓고 라면을 끓이던 시절이었다. 

이후 생수시장은 매년 두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한국샘물협회에 따르면 2002년 2300억원이었던 생수시장 규모는 2013년 5400억원, 지난해엔 7400억원으로 덩치가 커졌다. 업계에서는 2020년이면 1조원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식품기업들 간 경쟁도 치열했다. 대표적인 예가 제주도에서만 생산되는 ‘삼다수’의 판권 쟁탈전이다.   

▲제주삼다수 홍보 포스터. (제주개발공사 제공)


삼다수 품으면 ‘대박’ 안되면 ‘본전’

삼다수는 1998년 농심이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공사)와 독점 판매계약을 맺으며 탄생했다. 제주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앞세운 마케팅이 소비자의 마음을 끌면서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생수시장의 독보적인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2012년 공사 측이 계약조건을 변경하면서 농심과 갈등을 빚었다. 기존 협약서에는 계약 기간을 3년으로 하되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될 경우 매년 연장하기로 돼 있다. 사실상 농심이 영구적인 독점권을 갖는다는 의미였다. 

공사는 뒤늦게 불공정 계약이라며 계약 해지를 선언했고 농심은 소송으로 맞섰다. 긴 다툼 끝에 법원은 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삼다수는 광동제약에게 넘어갔고 절치부심에 돌입한 농심은 2012년 12월 백두산 북쪽 기슭 안투현의 물로 ‘백두산 백산수’ 생산에 돌입했다. 

이후 잠잠했던 생수시장은 최근 삼다수 판권계약 만료일이 다가 오면서 다시 달궈지고 있다. 공사는 광동제약의 삼다수 판매계약이 올 12월에 만료됨에 따라 지난달 21일부터 새로운 위탁판매 업체 공모를 시작했다. 

이번 입찰에는 기존 삼다수 판권을 갖고 있는 광동제약을 비롯, 롯데칠성음료과 코카콜라음료, 남양유업, 아워홈, 웅진식품, 샘표식품 등 내로라하는 식품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백산수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어 백산수에만 올인할 계획이다. 농심은 지난해 중국 현지 생산 공장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 농심 관계자는 “삼다수 입찰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기업들이 삼다수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삼다수는 시장점유율 41.5%를 차지했다. 롯데칠성 ‘아이시스’(9.7%)와 농심 ‘백산수’(8.0%)가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고 이들 뒤로 70여개 업체, 200여개 군소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광동제약은 삼다수로만 회사 전체 매출의 30%에 육박하는 18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처럼 삼다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지만 생산과 관리는 공사가 책임지고 있다. 따라서 유통망만 갖추면 누구나 도전이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선 큰 부담 없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도가 삼다수 생산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삼다수 판권을) 가져가더라도 시장이 크게 변하진 않는다”며 “판권을 획득하면 대박이고, 안되더라도 손해 볼 건 없다”고 말했다.

▲롯데와 농심은 중국 현지에서 생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농심 본사(왼쪽), 롯데칠성음료의 중국 현지 생산공장. (사진=CNB포토뱅크)


롯데, 전투에선 지고 전쟁에선 이겨
 
삼다수와 함께 생수업계의 또다른 관전포인트는 롯데와 농심의 2위 다툼이다.  

농심의 신춘호 회장은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다섯째 동생이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농심과 롯데를 ‘형제기업’으로 부른다.  

2012년 삼다수 입찰전 때 고배를 마셨던 농심과 롯데는 대안으로 ‘백두산’을 택했다. 롯데칠성음료는 2012년 10월부터 백두산 남쪽의 물로 ‘백두산 하늘샘’ 생수를, 농심은 같은 해 12월부터 백두산 북쪽 기슭의 물로 ‘백산수’ 생수의 생산판매에 들어갔다. 중국 현지에서는 ‘백산지(白山池)’(롯데), ‘백산성수(白山聖水)’(농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당시 중국에서 시작된 ‘물 전쟁’은 사실상 농심의 승리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롯데는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등 유통계열사를 활용해 보급망을 늘리는 한편 국내유통에도 열을 올렸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롯데는 하늘샘 외에도 아이시스, 지리산 산청수, 평화공원 산림수 등 다양한 생수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아이시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농심의 백산수는 탄생한지 1년 만에 국내시장 점유율 3%를 넘겼으며 이후 꾸준히 성장해 현재 점유율 8%까지 올라섰다. 농심은 이미 1996년부터 상하이를 발판 삼아 한인타운 위주로 물 시장을 꾸준히 늘려 왔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아파트촌과 상가 등지에 생수배달 서비스를 해온 경험이 자산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는 비록 ‘백두산’에서는 농심에 패했지만 국내 전체 점유율은 농심을 앞서고 있다. 대표 브랜드 ‘아이시스’를 지난 2014년 7년 만에 리뉴얼한 것이 주효했다. 기존 ‘아이시스(블루)’와 ‘디엠지 청정수’를 각각 ‘지리산 산청수’와 ‘평화공원 산림수’로 개편해 지역을 나눠 공략에 나선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아이시스 시리즈들의 지난해 점유율은 9.7%를 기록했고, 전체 롯데 생수 브랜드들의 시장 점유율은 11.2%까지 올랐다. 전투에선 패했지만 전쟁에선 농심을 따돌리고 2위 자리를 지킨 것이다. 

▲삼다수에 뒤에서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농심의 ‘백산수’(왼쪽)와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출사표 던진 신세계, 업계 긴장

이런 가운데 최근 신세계가 생수시장에 출사표를 던져 주목된다. 신세계푸드는 이달 중순쯤 전국 이마트 점포에 ‘올반 가평수’를 선보일 계획이다. 

올반 가평수는 신세계푸드가  작년 12월 생수 제조업체 제이원을 자회사로 인수한 뒤 7개월여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내놓는 제품이다. 일단 이마트 입점부터 시작해 향후 신세계 계열 편의점인 ‘e24’와 지역 중소형 마트로 넓혀갈 계획이다. 3년내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5%를 목표로 하고 있어 경쟁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처럼 유통·식품기업들이 생수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생수시장은 2000년 이후 연평균 11% 성장해왔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7400억원으로 전년대비 15.5% 성장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본격적인 1인가구 시대가 열리면서 생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품이 돼가고 있다. 혼술·혼밥, 욜로(YOLO), 백패킹 등 자유로운 문화가 보편화 되면서 생수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CNB에 “생수시장은 한 쪽이 줄어들면 한 쪽이 증가하는 제로썸(zero-sum)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시장이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고객을 뺏어올 필요가 없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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