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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주총 대란’ 시작…몸값 치솟은 개미들

‘대리의결 폐지’ 개미표 모으기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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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2018.03.14 09:58:38

▲3월 주주총회 시즌부터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인 섀도우보팅이 폐지된다. 주총 성사를 위해 주주 25%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 SK와 한화, CJ그룹 등은 주총 분산 개최와 전자투표제 도입 등 대안 마련에 나섰다. (사진=각 사)

의결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는 섀도우보팅(Shadow Voting)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올해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기업들은 주총 분산 개최와 전자투표제 도입 등 대안 마련에 나선 상태다. 주총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CNB가 확 달라진 주총 풍속도를 들여다봤다. (CNB=손정호 기자)

대리의결 폐지, 슈퍼주총데이 옛말
주총분산·전자투표…기업들 ‘비상’
“주총 요건 완화해야” 목소리 높아

섀도우보팅은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투표권을 인정하는 제도다. 

가령 동일한 지분을 소유한 주주 100명 중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가 10명이고 이들 중 7명이 안건에 찬성하고 3명이 반대했다고 치자. 이 경우 실제로는 의결권을 행사한 지분이 10%(10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출석하지 않은 나머지 지분율 90%(90명)에 대해서도 똑같은 비율로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한다.

1991년 도입됐지만 ‘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돼 소액주주들의 발언권을 왜곡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자 국회는 2017년까지만 이 제도를 유지키로 관련 법안을 개정했다.  

따라서 올해 기업들의 주주총회에는 섀도우보팅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주총이 성립되려면 의결 정족수 25%를 채워야 한다. 

이에 기업들은 개미 주주들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주총 분산 개최와 전자투표제 도입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가장 먼저 변화의 시작을 알린 곳은 SK그룹이다. 그룹 지주사인 (주)SK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들의 주총을 분산 개최하기로 했다. 특정일에 주총이 집중되는 ‘병목현상’을 막아 주주들이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화그룹도 그룹 내 자문기구인 경영조정위원회를 통해 지주사인 (주)한화와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의 주총이 겹치지 않도록 했다. 

CJ그룹은 10개 계열사들의 주총을 분산 개최한다. 당초 23일 모든 계열사들이 동시에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철회했다. 오는 26일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27일 CJ와 CJ오쇼핑, CJ헬로비전, CJ씨푸드, 28일 CJ E&M, ·CJ CGV, CJ프레시웨이, 스튜디오드래곤 등이 주총을 분산 개최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그룹 투명경영위원회의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국내외 일반주주들에게서 공모하는 방식으로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등 주총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들은 전자투표제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이 제도는 주주가 주주총회장에 가지 않고 인터넷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해 의결권 행사하는 시스템이다. 2010년 5월부터 시행됐지만 기업 자율에 맡기는 바람에 실제 이용률은 미미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5년 3월 말 기준 주주의 전자투표 행사율은 주식 수 기준 1.62%, 주주 수 기준 0.24%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CJ그룹의 경우, CJ대한통운과 CJ씨푸드의 올해 주총에 이 제도를 도입했으며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다른 기업들도 서둘러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몸값 높아진 개미들…증권사에 ‘불똥’

▲금융위원회는 섀도우보팅 제도가 이번 주주총회 시즌부터 폐지됨에 따라, 정상적인 주총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대표들에게 적극적인 주총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주총일 분산과 전자투표제 만으로는 주주들을 모으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25%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들은 주총 분산과 전자투표만으로는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소액주주 지분율이 75% 이상인 기업은 115곳이나 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비상대책을 세웠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주요 증권사(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삼성‧SK‧한화‧교보‧KB‧대신‧키움‧신영‧유안타‧NH투자‧현대차투자‧하이투자‧‧유진투자증권) 대표들을 만나 증권사들이 홈트레이딩과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주주총회와 전자투표를 안내하도록 요청했다. 

현행법상 기업은 주주의 이름과 주소 외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다. 따라서 주소지로 우편물을 보내거나 직접 찾아가서 주총 참여를 독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증권사는 대부분 고객들로부터 핸드폰 번호 이용 동의를 받은 상태라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 등을 통한 안내가 가능하다.  

금융위는 향후 법률 정비를 통해 기업이 주주들의 정보를 직접 보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예 주총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의 상법 개정안은 주총 성립 요건을 상장사 발행주식 20%, 의결 요건을 참석 주식의 과반수(최소 10%) 찬성으로 완화했다. 한 발 더나가 같은당 권성동 의원은 미국이나 독일처럼 주총 성사 요건을 폐지하고 의결 요건만 유지하자는 개정안을 냈다. 이들은 선진국 중 섀도우보팅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없지만, 대부분 주총 요건이 우리나라보다 부드럽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윤상직 의원은 “섀도우보팅 폐지는 소액주주 권한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의결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개최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CNB에 “주총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주총 요건을 완화하는 상법 개정안 통과를 건의하고 있다”며 “당장은 계열사별로 주총을 분산하는 기업에게 불성실 공시 벌점 감경과 공시 우수법인 선정시 가점 부여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기업에게는 수수료를 감면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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