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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르포] 문재인 대통령 다녀간 부산 을숙도 ‘오리온 10만개 情’ 가보니

갈라진 한반도…평화·소통의 상징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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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18.09.26 07:15:55

▲오리온의 후원을 받아 만든 천민정 작가의 '초코파이 함께 먹어요' (사진=선명규 기자)

부산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을숙도에 초코파이 더미가 등장했다. 천민정 작가가 초코파이 10만개로 만든 ‘초코파이 함께 먹어요’. 정(情)으로 쌓은 이 작품은 제조사인 오리온의 전량 후원으로 완성됐다. 누구나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게도 해놓은 이 전시물은 비엔날레 개막 초기, 단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CNB=선명규)

10만개 초코파이 더미 일대 장관
먹고 포장지 버리는 과정이 ‘작품’
“분단조국 소통 느껴” 관람객 긴줄

뎅강 잘린 거목(巨木)의 밑동을 닮은 물체가 전시장 중앙에 있다. 자세히 보면, 딱딱한 나무껍질이 아닌 반들반들한 비닐이 겹쳐 외피를 이루고 있다. 셀 수없이 많은 포장지에는 ‘情’자가 일관되게 쓰여 있다. 드넓은 공간에 외딴 섬 같지만 외롭지 않다. 사람들이 수시로 와서 손을 내밀기 때문이다. 작품 제목처럼 ‘초코파이를 함께 먹자’는 제안에 대한 응답이다.

부산현대미술관(부산 사하구 을숙도 내) 지하 1층에 전시된 천민정 작가의 ‘초코파이 함께 먹어요’는 완성이면서 미완(未完)이다. 관람객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초코파이를 집어 한 봉지씩 먹음으로써 작품은 완주의 길로 달음질친다. 그 자리에서 먹고 지정된 투명 통에 버리기까지를 작가는 의도했다. 작가가 마련한 무대 장치(초코파이, 아크릴 통) 위에서 관람객이 퍼포먼스를 펼치는 셈이다. 

▲빈 통에 초코파이 포장지가 채워지는 모습 (사진=선명규 기자)


편평하고 높다랗던 작품이 하나씩 사라지면서 듬성듬성해지고, 빈 통이 포장지로 채워지는 과정도 감상 포인트다. 좋은 날 음식을 함께 먹으며 정을 나누는 ‘한국적인 정서’가 작품에 녹아있다.

친숙한 간식이 소재로 등장해서인지 관심이 높다. SNS에 이번 비엔날레 관련 키워드를 치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미지가 이 작품이고, 포털 사이트 연관 검색어에도 제일 먼저 뜬다. 문재인 대통령도 부인 김정숙 여사와 지난 14일 찾아 초코파이를 먹고 통에 껍질을 넣는 퍼포먼스를 펼쳐 화제가 됐다. 단연 이번 비엔날레에서 가장 유명세를 떨치는 인기작이다. 

전시장에는 금메달처럼 초코파이를 깨무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관람객이 많다. 대학생 김은영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호기심이 생겨 찾아왔다”며 “실제로 보니 사진보다 많고 규모가 커서 놀랐다”고 말했다.

현장 스태프에 따르면 평일에는 보통 수 백 개, 사람이 몰리는 주말에는 하루에 수 천 개가 빠진다고 한다. 실제로 개막 7일째이자 토요일인 지난 15일 방문 당시, 빠르게 줄어드는 속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반나절 동안 초등학생 단체 관람객, 연인, 가족 등 다양한 조합이 다녀가자 크게 한 입 베어 문 듯 작품이 비워졌다. 

치솟는 인기에 두 달 남짓 남은 폐막까지 10만개가 남아날지 미지수. 이미 전량 후원한 오리온은 빠르게 동이 날 경우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등학생 단체 관람객이 초코파이를 먹고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지난 8일 개막해 오는 11월 11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과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에서 열리는 2018 부산비엔날레의 주제는 ‘비록 떨어져 있어도(Divided We stand)’이다. 경계로 인해 파생된 물리적 ‘분리’, 감정의 ‘분열’, 즉 ‘분단’이 이번 행사를 관통하는 열쇳말이다. 이산가족 찾기, 냉전시대, 삐라(선동 전단)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이 대거 등장하는 배경이다.

‘초코파이 함께 먹어요’가 마냥 흥미만을 유발하는 작품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에서 초코파이가 밀거래 되고 개성공단의 북쪽 노동자가 즐겨먹는다는 것은 이미 여러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분단된 한반도를 넘나드는 초코파이는 이 땅에서 소통, 이해의 상징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후원은 초코파이와 예술이 만나 평화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승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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