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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국회 없이 재벌개혁? 시행령 고친다고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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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9.06.28 09:14:05

국회가 장기간 휴업인 가운데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관련 법안 처리는 요원한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재벌개혁의 핵심 중 하나가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근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개혁 속도는 제자리걸음으로 규제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가 장기간 휴업인 탓에 관련 개정안 처리가 이뤄질 가망이 없다보니 일부 시민단체들은 시행령을 손보자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CNB=이성호 기자)

재벌가 ‘일감몰아주기’ 여전
개업휴업 국회…법개정 요원
시민단체들 “시행령이라도…”
공정위 “효과 크지않아” 난색


재벌가의 ‘일감몰아주기’ 행태는 여전하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59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51개 그룹 1028개 계열사의 2018년 내부거래액은 총 168조6906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삼성, 카카오, 신세계, 부영, 현대백화점, 하림, 중흥건설, 한국타이어, 이랜드, 셀트리온, 네이버, 넥슨, 아모레퍼시픽, 동국제강, 금호석유화학, 하이트진로, 넷마블, 다우키움 등 18개 그룹은 100% 수의계약으로 내부거래를 해왔다.

과도한 일감몰아주기는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고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 기반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 더구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일거리를 빼앗기는 셈이 돼 거래생태계가 파괴된다.

특히 재벌총수들이 자녀·친척 등이 경영하는 계열사 및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편법 승계에 악용하는 사례가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이에 경제민주화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총수일가의 2, 3세 상속인이 적은 비용으로 비상장 계열회사의 지분을 확보한 후, 주력 대기업이 가져다주는 일감으로 계열사의 회사가치가 커지면 결국 그 이익은 상속인 등 오너일가가 취득하게 된다며 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은 사익편취를 금지토록 하고 있다. 대상은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사로 총수일가의 지분이 일정 비율 이상(상장 30%, 비상장 20%)인 다른 계열사와 거래할 경우 타 사업자와의 합리적인 고려·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막고 있다.

내부 거래액이 연간 200억원이나 연매출액의 12% 이상일 때 위법성 여부를 따져 처벌을 받는다.

내부거래 규제 대상인 기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 한진, HDC, 하이트진로, 부영, 동원, 세아, 영풍, OCI, DB, 코오롱, 효성, 한국테크놀로지, 중흥건설, GS, SM, 호반건설, 한국타이어, 셀트리온, 애경, 유진, KCC, 다우키움, CJ, KCC 등 약 200개사다.

 

총수있는 상위 10대 집단 기준 내부거래 금액·비중 변동 추이. (자료=공정위)


재벌개혁 무색…내부거래 되레 증가

그러나 내부거래 실적은 좀체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연속으로 분석 대상에 포함된 집단(27개)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12.2%→12.8%)과 금액(152.5조원→174.3조원)이 모두 증가했다.

더군다나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거래 비중(12.9%→13.7%)과 금액(122.3조원→142조원)이 크게 늘었다.

이유가 뭘까. 법망을 빠져나갈 요소가 많은 탓이다. 일단 다른 회사와의 거래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비용절감, 판매량 증가, 품질개선 또는 기술개발 등의 효율성 증대효과가 있음이 명백한 경우는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 또는 정보 등이 유출돼 경제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하거나 우려가 있는 보안성이 요구되는 거래는 물론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 공장, 연구개발시설 또는 통신기반기설 등 필수시설의 구축·운영, 핵심기술의 연구·개발·보유 등과 관련된 경우도 예외다.

경기급변, 금융위기, 천재지변, 해킹 또는 컴퓨터바이러스로 인한 전산시스템 장애 등 회사 외적 요인으로 인한 긴급한 사업상 필요에 따른 불가피한 거래 역시 마찬가지로 면죄부가 주어진다.

여기에 더해 규제 턱밑까지(상장 30% 이하, 비상장 20% 이하) 지분을 낮추는 등 편법이 발생하고 있다. 법에 적용되지 않는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나 총수일가 지분율 20~30%구간 상장사, 총수일가 지분율 20~30%구간 상장사의 자회사 등은 이른바 법망에서 벗어난 사각지대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강화 방안을 담았다.

사익편취 규제의 대상을 특수관계인(총수일가) 지분을 상장·비상장사(현행 30%, 20%) 구분 없이 20% 이상 보유로 통일하고, 이들 회사들이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

개정안이 수용되면 감시를 받는 회사는 현 200개사에서 400여개가 추가로 늘어나, 대략 600여개가 된다.

 

(사진=연합뉴스)


법개정 없이 시행령만? 효과 ‘의문’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기업집단 내에서 업무 효율성 증대, 보안성 확보 등을 목적으로 시설관리, 시스템 구축(SI, System Integration)·물류 등을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회사와의 내부거래까지도 일률적으로 규제대상에 포함돼 기업활동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규제대상을 확대하면 지배주주는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 오히려 보유지분(의결권)과 지배구조간 괴리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재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과도한 규제”로 “기업집단체제 유지 실익이 상실돼 사실상 기업집단을 해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고개를 가로 젓고 있다.

계열사간 거래는 대부분 수직계열화에 따른 효율성 추구·전문화·기밀유지 등의 필요에 따른 정상적인 거래활동으로 사익편취행위와 무관하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 법안 통과가 예의주시되고 있지만, 국회가 장기간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 논의는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모법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손대지 않고도 하위법령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규제강화가 가능하다는 것.

특히 최근 정부가 국회에 계류돼 있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건드리지 않고 단지 시행령만을 손봐, 오는 11월 8일부터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사범을 저지른 총수일가 등이 출자기업이나 계열사의 임원으로 재직하는 것을 일정기간 원천적으로 차단했는데, 이 사례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에도 힘을 싣고 있다.

참여연대에서는 “사익편취규제 사각지대 관련 문제는 사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만으로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확대할 수 있지만 실행되고 있지 않다”고 꼬집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또한 공정위가 국회 ‘눈치 보기’를 하느라 2년 가까이 시행령 개정도 못하고 법률개정은 더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러는 사이 대기업집단은 인위적으로 지분을 조정하거나 간접 보유하는 등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안했고, 현재까지 공정위는 단 6건의 사익편취행위에 대해서만 제재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답답한 국회가 아니라 즉시 실행이 가능한 시행령 개정이 답이 될 수 있을까? 공정위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순서가 바뀌었다는 것.

공정위 관계자는 CNB에 “시행령은 법에서 위임한 범위 내에서만 수정이 가능하므로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조정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50%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는 손댈 수가 없다”고 전제했다.

지분율을 20%로 낮출 경우에는 사익편취 규제 적용대상(현 200여개사)에 20여개사 정도만 추가되는 것에 불과하지만 50% 초과 자회사를 포함할 경우 외곽지대에 놓여 있던 약 400개사가 새로 범주 안에 들어와 감시대상이 총 600여개사로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행령 개정만으로는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엄정히 제재한다는 당초 취지 및 효과가 크지 않아, 국회에서의 모법 통과를 우선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법 개정이 완전히 불가능해질 경우, 공감대가 형성되면 (시행령 개정을) 고려해야 할 사안이지 현 단계에서는 적정치 않다”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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