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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면 비대면⑤] 총알배송보다 빠르다? ‘온-오프라인 사이’ 비집는 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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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1.02.15 09:29:20

앱이나 몰에서 상품 주문
원하는 장소서 물건 수령
언(un)택트→픽(pick)택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중간 지점에 있는 '픽업 서비스'가 유통업계의 대세로 떠올랐다. 쇼핑앱 등에서 주문한 물건을 원하는 시간대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아는 것이 핵심이다. 사진은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스마트픽. (롯데 제공)

 

직접 가는 것이 안 되면 방법은 하나다. 비대면이다. 얼굴 마주 않곤 아무 일도 못할 줄 알았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비대면의 지평은 생각보다 깊고 넓었다. 영화 인터스텔라 대사처럼 “늘 그랬듯이, 답을 찾아”가며 얻어낸 성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에 CNB가 달라진 산업 패러다임을 분야별로 소개하고 있다. 이번 편은 유통사들의 픽업 서비스 이야기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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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0대 회사원 이환수(가명) 씨는 출근하고서야 알았다. 오늘이 아내 생일이라는 걸. “아침에 어째 냉랭하더라니.” 마음이 불편한 이 씨는 바쁘게 일하면서도 틈틈이 인터넷을 뒤졌다. 쇼핑몰에서 새로 나왔다는 지갑을 하나 고르고 기념일에 빠져선 안 될 와인도 하나 결제했다. 퇴근한 이 씨가 곧장 향한 곳은 백화점. 낮에 산 물건들을 지하철역과 가까운 입구에서 받아들고 집으로 갔다. 아내는 “깜짝 놀래주려고 모른 체 했냐”며 기뻐했다. 이 씨는 안도했다.

#2. 새해 들어 건강 찾기에 돌입한 김수희(가명) 씨. 작년에 ‘확찐자’를 면치 못한 그는 올해 식단부터 바꾸기로 했다. 좋아하는 기름진 음식은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 위주로 섭취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러면서 습관 하나가 생겼다. 운동 나가기 전에 원산지와 시중가격을 꼼꼼히 따져 온라인으로 ‘양식’을 주문하는 것이다. 구매주기는 일주일에 세 번, 양은 약 이틀 치다. 이후 배달됐다는 알림이 스마트폰에 뜨면 가까운 편의점에 들러 찾아간다. 하루의 끝. 그곳엔 냉장 보관된 신선하고 차가운 샐러드 재료가 땀 흘린 그를 기다리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서 돋아났다. 쇼핑앱이나 온라인몰을 통해 주문한 물건을 매장 또는 인근 편의점에서 가져온다 하여 ‘픽업’ 서비스다. 경우에 따라 비대면, 때로는 최소 대면이다. 대부분 입구와 가까운 곳에 ‘픽업존’이 있다. 이 씨처럼 백화점이나 마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 물건을 가져오거나 김 씨처럼 편의점 무인함에서 수령할 수도 있다. 이용하기 나름이다. 코로나 이후 인터넷 쇼핑 강화, 배송속도 단축이라는 ‘투트랙 전략’에 집중하던 유통업체들이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둘 사이 어중간한 영역이 공략지점이다.
 

신세계백화점이 본점 지하 1층에 마련한 상품 픽업 전용 공간 ‘익스프레쓱'에서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눈으로 확인하고 수령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집밖에 생긴 ‘나만의 택배함’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스마트픽'의 성격을 한 단어로 축약하면 ‘문어발’이다. 온라인몰 롯데온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전국 7400여개 오프라인 점포에서 수령이 가능하다. 롯데백화점·마트·슈퍼,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 원하는 곳과 시간을 지정하면 된다. 의류의 경우 백화점 내 스마트픽 데스크에 마련된 피팅룸에서 입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서 환불할 수도 있지만 교환은 불가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CNB에 “해당 점포 매장에 재고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화면만으로 상품을 봤을 때 긴가민가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옷의 사이즈가 나와 맞을지, 실제 색상이 모니터로 보는 것과 차이가 없을 지에서 나오는 고민이다.

신세계백화점이 본점에 마련한 상품 픽업 전용 공간 ‘익스프레쓱(EXPRESSG)’은 온라인 쇼핑의 이점과 매장 쇼핑의 장점을 적절히 배합했다. 가령 여러 브랜드의 상품을 주문한 뒤 현장에서 확인한 후 마음에 드는 것만 가져갈 수 있다. 현재는 의류만 가능한데, 매장처럼 피팅룸이 구비되어 있고 수선과 교환도 가능하다.

온라인처럼 24시간 돌아가진 않지만 매장 운영시간보다는 길다. 익스프레쓱은 기존 백화점 오픈 시간(10시 30분)보다 2시간 반 빠른 오전 8시에 시작해 폐점(주중: 저녁 8시, 주말: 저녁 8시 30분)시까지 연다.

 

집 또는 직장 근처처럼 원하는 오프라인 점포를 골라 상품을 가져올 수 있다. (롯데ON 갈무리)


픽업 서비스는 짧은 시간이라도 물건이 방치(보관)되기 때문에 신선식품은 곤란할 수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전국 1000여개 점포에 설치한 비대면 택배보관함 BOX25(박스25)는 온도차가 심하다. 상온과 냉장 보관함이 함께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CNB에 “냉장보관함 온도는 영상 4도 내외”라고 했다. 일반 냉장고와 비슷한 수준이다.

모든 과정에서 대면이 불필요하다. GS샵, gs프레시몰 등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픽업 장소를 'GS25 박스25'로 선택하면 원하는 점포에서 편한 시간에 가져갈 수 있다. 지정한 편의점에 상품이 도착하면 알림 문자가 전송되는데, 이때 함께 발급받은 QR코드를 택배함 스캐너에 대면 물건을 찾아갈 수 있다. GS25는 오는 2025년까지 박스25를 3000개 점포로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GS25가 전국 1000여개 점포에 설치한 비대면 택배보관함 BOX25(박스25)에는 상온 및 냉장 보관함이 있어 신선식품도 맡길 수 있다. (사진=GS리테일)

 


“물건이 마중 나오는 기분”



픽업 서비스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동선 낭비가 없고 경제적이라는 것.

30대 워킹맘 김은주 씨는 “늦은 퇴근이 예상되는 날 낮에 사무실에서 온라인으로 저녁거리를 주문하고 집에 가는 길에 찾아간다”며 “계산하려고 줄을 서지 않아도 되니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어떨 땐 피곤하고 바쁜 나를 위해 주문한 물건이 마중 나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같은 물건이라도 온라인에서만 쓸 수 있는 쿠폰을 적용해 매장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김 씨 같은 ‘수령족’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롯데쇼핑은 2014년부터 스마트픽을 운영했는데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월 평균 이용자가 전년 대비 24.2%나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SSG닷컴 주문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아가는 이용객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기준으로 전년보다 34.0% 늘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급증한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가서 사면 되지?’ ‘주문하고 집에서 기다리면 되지?’라는 물음표를 어떻게 지울까 고민하면서 서비스를 고도화 했다“며 “반복해서 이용하는 고정 수요층이 형성되고 있어서 픽택트(pick+tact) 바람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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