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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거장’ 정몽구의 퇴장…현대차그룹 2세 시대 막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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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1.02.25 09:30:45

‘포니’에서 ‘아이오닉5’까지… 드라마 같은 반세기
‘정몽구 신화’ 계승한 정의선號, 친환경차에
 ‘사활’
선대회장 승부사 기질 물려받았나? 파격·혁신행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20여년간 회사를 이끌며 현대차그룹을 재계 2위로 성장시켰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연합뉴스 제공)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마지막 남은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재계 1·2세대 시대가 완전히 막을 내렸다. 정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고 있는 외아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친환경차에 사활을 걸면서 완성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 거장의 퇴진을 계기로 현대가(家)의 한 시대를 돌아봤다. (CNB=도기천 기자)


재계에 따르면, 정 명예회장은 다음달 24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임기만료가 내년 3월이지만, 이미 아들인 정의선 회장에게 그룹의 지휘봉을 넘겨준 상황인 만큼 조기에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 명예회장이 현대차그룹의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퇴진함을 의미한다. 앞서 다른 계열사들에서 손을 뗐고,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렸던 현대모비스마저 떠난다는 점에서다.

정 명예회장은 작년 3월 현대차 이사회에서 21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을 정의선 당시 그룹 수석부회장에게 넘겨줬다. 작년 10월에는 그룹 회장직도 아들에게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추대됐으며, 동시에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직도 내려놨다. 이에 앞서 2014년에는 현대제철 이사직에서, 2018년에는 현대건설 이사직에서 각각 물러났다.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이 막 현대차그룹을 이끌기 시작한 1999년 3월, 전경련 신임회장단 취임인사회. (왼쪽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 김우중 대우 회장, 김종필 국무총리, 정몽구 회장. (연합뉴스 제공)
 

영욕의 현대家…재계 2위로 성장



1938년생인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를 세계 5위의 자동차 그룹으로 일군 ‘승부사’로 통한다.

현대그룹은 1967년 미국 포드 조립 생산으로 자동차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사업은 정 명예회장의 작은 아버지인 ‘포니 정’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이 이끌었다. 그는 1975년 국내 최초의 후륜구동 소형차 ‘포니’ 출시를 통해 전세계에 한국이 완성차 시장에 진출했음을 알렸다.

정 명예회장은 1998년 현대차 회장 자리에 오르며 작은 아버지의 뒤를 이었다.

하지만 2000년 동생인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과 ‘적통(嫡統)’ 자리를 두고 ‘왕자의 난’을 벌인 끝에 현대차 계열 회사들만 들고나와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현대중공업그룹, 현대해상, 현대백화점그룹 등으로 분리됐다. 모(母) 기업인 현대그룹의 경영권은 정몽헌 회장에게 넘어갔다.

소떼를 몰고 방북해 남북경협의 물꼬를 텄던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정 명예회장의 부친)은 그룹이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던 와중인 2001년 86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이후에도 현대그룹의 적통이 누구인가를 놓고 집안 갈등이 이어졌다.

정몽헌 회장이 2003년 8월 급작스레 숨지면서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모기업(현대그룹)을 이끌게 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현대가(家) 일부 형제들은 현 회장으로부터 현대그룹을 되찾으려 했다. 이른바 시숙과 제수 사이의 갈등이다.

2003년에는 시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집중 매입하면서 현 회장을 압박했고, 2006년에는 시동생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지분을 사들이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2010년에는 정몽구 명예회장과 현 회장이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충돌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가(家) 영욕의 세월 속에서도 부친이자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의 유지를 이어 현대차그룹을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98년 6월 소떼를 이끌고 판문점을 넘는 모습. (현대그룹 제공)
 

‘품질 경영’ ‘현장 경영’의 진수 보여줘



이처럼 집안 갈등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현대차그룹은 크게 성장해갔다. 현대그룹에서 분리될 당시에는 삼성과 현대, LG, SK에 이은 재계 5위였지만, 현재 현대차그룹은 삼성에 이은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정 명예회장은 20여년간 회사를 이끌며 ‘품질 경영’과 ‘현장 경영’이라는 키워드를 남겼다. 그룹 연구개발(R&D) 총본산인 남양연구소를 설립해 핵심 기술을 확보했고,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헌액되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은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작년 7월 중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하면서 한때 건강 이상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건강을 회복해 지금은 한남동 자택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의 퇴진을 끝으로 주요 그룹의 2세대 경영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2018년 5월 LG 구본무 회장의 별세에 이어, 2019년 4월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세상을 등졌다. 재계 1위 삼성을 이끌었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작년 10월 유명을 달리했다.

정 명예회장의 동생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장남인 정지선 회장에서 그룹을 맡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LG가(家)에서 갈라져 나온 GS가(家)의 허창수 회장도 2019년말 퇴진했으며, 지금은 허 회장의 외아들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GS그룹을 이끌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4년전 아들 조현준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겼다.

이밖에 한화, LS, 코오롱, 신세계, 현대중공업, CJ그룹도 3·4세대로의 세대교체 작업에 돌입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현대차는 1974년 10월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포니 쿠페 콘셉트카’(위쪽 사진)를 선보이며 ‘포니 신화’의 서막을 알렸다. 지난 23일 공개된 전기차 ‘아이오닉5’(아래 사진)의 외형은 포니로 시작된 현대차의 디자인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역사 시즌3는 ‘수소․전기차’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정의선 회장은 이미 2년여 전부터 현대차그룹의 사령탑이 되어 회사를 이끌고 있다. 2018년 9월 그룹 수석부회장에 올랐고, 작년 10월 총괄 회장에 선임됐다.

정 회장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흐름을 다시 한번 바꾸고 있다. 포니 신화를 일군 1세대 ‘포니 정’의 시대, 글로벌 교두보를 확보한 부친 정몽구의 시대에 이어, 정 회장은 친환경을 모토로 내건 미래차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7조6000억원을 들여 수소차 생산 능력을 연50만대로 늘리고 5만1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FCEV(수소차) 비전 2030’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수소전기트럭 양산체제를 갖춰 세계 최초 수출에 성공했으며, 2030년까지 2만5000대 이상의 수소전기트럭을 유럽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전기차 분야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를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현대차는 지난 23일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한 첫 신차인 ‘아이오닉 5’를 전 세계에 공개했다.

아이오닉5는 전기차 대중화의 기폭제 역할을 할 현대차그룹의 핵심 모델로, 세계 전기차 판매 1위인 테슬라의 대항마로 꼽힌다. 1회 충전으로 최대 500km 이상(WLTP 기준) 주행할 수 있으며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기 사용시 18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하다.

아이오닉5의 외형은 포니로 시작된 현대차의 디자인 유산을 계승했다. 1~3세대로 이어진 현대차의 시간을 겉모양에 심은 것.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2025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를 달성하고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차지할 계획이다.

 

정의선 시대의 현대차는 미래 친환경차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왼쪽)가 지난 18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전기차 아이오닉5를 시승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순혈주의·남성문화 깬 혁신행보



정 회장은 조직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는 등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로 탈바꿈하고 있다.

‘순혈주의’도 사라졌다. 정 회장은 2018년 9월 그룹 사령탑에 오른 직후부터 꾸준히 외국인 인재들을 영입해 요직을 채우고 있다.

남성 중심 문화를 개선한 점도 눈에 띈다. 기아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는 올해초 사상 처음으로 여성 인재들을 사외이사에 등용했다. 그동안 그룹 내에서 현대캐피탈과 현대트랜시스 등에서 여성 사외이사가 활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핵심 3사가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CNB에 “지난 시대 성과를 바탕으로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경영체계를 확립해 미래차 시장을 열어가겠다는 것이 정의선 회장의 핵심전략”이라며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국민들이 보여준 사랑과 신뢰에 보답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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