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경대학교는 재료공학전공 김종형 교수와 하버드대학교·시카고대학교 공동연구팀이 태양광만으로 공중부양이 가능한 초경량 나노격자구조체를 설계·제작하고, 이를 이용해 지구 대기 중간권(고도 50~100km) 비행 가능성을 세계 최초 실험적으로 입증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8월 14일 게재됐다.
지상 50~100km 상공의 중간권(Mesosphere)은 항공기와 기상관측 기구가 도달하기엔 너무 높고, 인공위성이 관측하기엔 너무 낮아 기존 기술로는 접근이 어려운 대기권 영역이다. 이 구간은 기후 변화 예측과 기상 모델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필수적인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동안 관측 수단의 부재로 ‘기후 관측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자가부상 비행체는 연료 소비 없이 태양광만으로 반영구적으로 공중부양이 가능해 향후 중간권 탐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노격자구조 기반 설계·제작 기술, cm급으로 확장
연구팀은 기계적 강도와 경량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나노격자구조(Nanolattice) 기반의 설계 기법을 개발했다. 김종형 교수가 설계와 제작을 주도한 이번 구조체에는 기존 수 mm 규모 제작에 머물던 나노격자구조를 cm급 대면적으로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공정법을 새롭게 적용했다. 이를 통해 초경량이면서도 기계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구조체를 대면적으로 구현, 나노격자구조의 실사용 가능성을 명확히 보였다.
◇빛으로 나는 ‘포토포레시스’ 원리 적용
연구진이 활용한 ‘포토포레시스(Photophoresis)’ 현상은 극저압 환경에서 물체의 한쪽 면이 가열되면, 더 강하게 반사되는 기체 분자가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물리적 현상이다. 연구팀은 산화알루미늄(Aluminum Oxide) 기반 나노격자구조체 하부에 크롬층을 증착해 빛 흡수율을 높였으며, 표면 온도 차로 발생하는 포토포레틱 힘이 구조체 무게를 넘어설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실제 중간권 환경 모사 실험 성공
김종형 교수가 제작한 하버드대 Vlassak 교수 연구실에서 구조체는 직경 1cm, 두께 100 마이크로미터 수준이며, 내부는 100 나노미터 두께의 박막을 이용해 정밀한 나노격자 형태로 구성돼 있다. 연구팀은 자체 제작한 저압 챔버에서 태양광 강도의 55% 조건, 대기압 26.7Pa(지상 약 60km 고도와 동일) 환경에서 구조체가 공중부양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중간권에서 지속 비행이 가능함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최초 사례다.
◇기후 관측·통신·행성 탐사로 확장
이 기술은 초경량 센서를 탑재해 풍속·기압·온도 등 중간권의 실시간 환경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기후 모델 정밀도를 높이고, 복수의 자가부상 비행체를 활용해 대기 상층부 부유형 통신 플랫폼으로서 저지연 통신망 구축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화성과 같이 대기가 희박한 행성에서도 적용 가능성이 높아, 차세대 행성 탐사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며, NASA 등에서도 관심을 표하고 있다.
◇김종형 교수 “나노격자구조의 새로운 가능성”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나노격자구조를 단순한 실험실 소재가 아닌, 실제 대기·우주 환경에서 적용 가능한 구조체로 발전시킨 사례”라면서 “향후 통신 기능과 다양한 센서를 통합해 실시간 관측 및 행성 탐사 기술로 확장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종형 교수는 해당 구조체의 성능 및 신뢰성 향상을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재료공학전공에서 재료공학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융합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하버드대 Star-Friedman Challenge,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개발 기술은 하버드대 기술사업화센터를 통해 스타트업 Rarefied Technologies로 이전돼 상용화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