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맞벌이’를 하는 것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요건이 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상당히 여유롭지 않은 이상 당연히 맞벌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 게다가 짧아지는 정년과 길어지는 평균수명으로 인해 노후 준비 역시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맞벌이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다.
부부 둘이야 어떻게든 먹고 살아갈 수 있겠지만 남부럽지 않게 아이를 키우기 위한 양육비와 교육비가 매우 큰 부담감으로 다가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맞벌이는 아이의 양육을 온전히 챙기기 힘든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다.
일과 양육의 양립을 위한 사회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맞벌이를 해야만 했던 가정에서 오히려 아이가 방치되거나 타인의 손에 맡겨져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맞벌이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혼자 755명 중 결혼 후 계속 맞벌이를 해온 응답자가 34.4%, 외벌이에서 맞벌이로 전향한 응답자가 22.3%였다. 즉, 기혼자 10명 중 6명 정도(56.7%)는 현재 맞벌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 이후 계속 외벌이를 해온 응답자는 25.8%, 맞벌이를 하다가 외벌이로 전향한 응답자는 17.5%였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녀 양육비 부담(61.2%)을 맞벌이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또한 부족한 생활비 해결(50.5%)과 경제적 여유(47.9%)를 원해서 맞벌이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 다음으로 부부의 자아실현을 위해서 맞벌이를 한다는 응답(42.8%)이 뒤를 이었다.
전체 89.1%가 향후 맞벌이 부부가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맞벌이가 가계에 도움을 준다는 평가가 71.3%로 높은 편이었다. 맞벌이 부부 중 한 쪽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더라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도 27.7%에 그쳤다. 그러나 맞벌이가 결코 여유로운 가계 상황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를 하는 것이 외벌이보다 자녀를 부족함 없이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33.2%)이 낮은 것이다. 물론 맞벌이와 외벌이가 소득 대비 지출 수준을 따졌을 때 경제적인 상황이 비슷하다는 의견(29.6%)은 적었지만 기본적으로 맞벌이를 하게 되더라도 가계 수준이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전체 10명 중 7명 정도(68.4%)는 최근의 출산 장려나 가계 지출 관련 뉴스가 현실적인 맞벌이 부부의 상황을 반영 못한다고 생각했다. 정부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출산 장려 정책과 가계 지출에 대한 다소 비현실적인 보도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패널들은 맞벌이를 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역시 대부분 육아에 소홀하게 된다는 점(66.2%)과 가사에 충실하지 못하는 점(62.5%),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은 점(62.5%)을 꼽았다. 육아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점으로는 자녀와 함께 할 시간이 적고(71%), 자녀가 외로울 수 있다는 점(58.2%)을 이야기하는 응답자들이 많았다.
실제 맞벌이 가정의 자녀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외로움을 많이 탈 것이라는 인식(74.6%)이 강했다. 반면 맞벌이 가정 자녀들의 독립심이 강할 것이라는 의견(35%)은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 부모가 없는 빈자리가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편 맞벌이 부부의 경우 양가 중 한쪽 부모에게 아이의 양육을 맡기는 일이 많은데 이를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인식(34%)은 낮았다. 결국 대다수가 직장생활과 보육을 동시에 하기 힘든 여건상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부탁하게 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해주시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86.2%) 적절한 보상을 해드려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현재 맞벌이를 하고 있는 응답자의 38.1%는 향후 외벌이로의 전향의향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31.8%는 앞으로 5년 이상 맞벌이를 지속할 것으로 바라봤다. 맞벌이를 3~4년 지속하겠다는 의향은 17.3%, 1~2년 지속 의향은 8.9%였으며 1년 내에 맞벌이를 끝낼 것이라는 응답은 4%에 불과하였다.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전환했다고 밝힌 응답자(132명)들은 자녀 양육을 직접 하기 위해서(55.3%) 혹은 자녀 양육을 할 사람이 없어서(53%) 외벌이를 시작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한 쪽이 퇴직을 하게 되었거나(48.5%), 배우자가 원해서(28.8%) 외벌이로 전환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미혼자 245명을 대상으로 향후 맞벌이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반드시 맞벌이를 할 것이라는 응답이 38.4%, 필요 시 맞벌이를 하겠다는 응답이 20.4%로 미혼자의 58.8%가 맞벌이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출산 후 외벌이로 전형하겠다는 응답은 38%였으며 외벌이로 충분하다는 응답은 2.9%에 그쳤다. 맞벌이를 희망하는 이유는 현재 맞벌이를 하고 있는 기혼자와 마찬가지로 자녀 양육비가 부담(63.9%)과 경제적 여유를 원하기 때문에(54.9%) 계획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