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기관장들이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옥 안행부 2차관, 강병규 장관, 이성한 경찰청장,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사진=연합뉴스)
특히 대부분의 여성 의원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울먹이면서 질문을 던졌다. 새누리당 서청원, 이재오 의원 등 중진들은 격한 감정을 좀처럼 가누지 못하면서 안전행정부 강병규 장관 등 정부측 관계자들을 “당신들”이라고 반말로 호통치거나 “죄인된 심정으로 잘못했다고 하라”고 다그쳤다.
그리고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성난 표정으로 “안전행정부 이름 바꿔”라고 일갈했으며,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은 “가슴이 먹먹하다. 말문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또한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 초동 대처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통합 재난 시스템 구축 등 근본적 제도 보완 필요성을 촉구하면서 강 장관의 사퇴까지 거론됐다.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질의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진 의원은 침몰 당시 119 상황실과 목포 해양경찰청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사건 당시 119 상황실이 소방본부 고위관계자를 비롯한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집결한 팽목항으로 구조자 이송 장소를 옮기도록 강요한 상황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또한 여당의 비주류인 이재오 의원은 사건 발생 후 청와대 보고 시간을 따져 물으며 “행정부의 수반은 대통령인데 청와대 보고까지 한 시간이 걸리고, 사건 두 시간이 지나서도 안전하다고 보고하는데 이걸 정부라고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부패정부’, ‘눈치정부’라며 야당보다 더 높은 수위로 정부의 무능한 대응을 질책했다.
이 의원은 “10분 내로 행정부 수반에게 보고됐으면 UDT(해군특수전전단)나 SSU(해난구조대)를 직접 투입해 다 구조할 수 있었다”며 “이게 이 정부가 총체적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이유다. 공무원이 눈치보는 눈치정부”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런 정부가 어디 있느냐”며 “공직자의 정신적 타락도 부패다. 오늘 이 사태의 원인이 정부의 부패와 정부의 눈치 보기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7선 중진의원이자 친박계 좌장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지방선거가 목전이지만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외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호통치면서 “정치권은 당장 머리를 맞대고 세월호 참회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연합뉴스)
이어 서 의원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명명백백히 규명돼야 하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특별법에 근거해 국회 내에 초당적 특위를 설치해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하고, 재난대비 체계의 혁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영국의 사례를 차용한 ‘기업살인법’ 도입과 희생자 보상 및 피해자 생계보전대책 마련, 치유센터 설립과 추모사업 추진 등 광범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전두환특별법을 원용해 가해자에 대해선 대표자가 아니라도 책임을 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 이찬열 의원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오전 10시37분 중앙재난본부가 발대하고 한 시간이 지나는 사이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은 경찰학교 행사에 참석해 ‘화이팅’하고 있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하면서 “재난본부장인 안전행정부 장관이 일을 제대로 안하다보니 우왕좌왕 난리가 났고, 이게 세월호 사건 희생가 늘어난 단초를 제공했다”고 정부를 정조준했다.
같은 당 김현 의원은 강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한 적 있느냐”며 “아직 사의를 표명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울먹이며 “(조난자를) 조금 더 살릴 수 있었는데 국가가 죽인 것 아니냐”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공무원들의 태도가 최선을 다 했다면 조금 더 구할 수 있었다는데도 그저 아니라고 한다.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강 장관에게 “살릴 수 있는 아이들을 국가가 죽였다. 동의하느냐”고 질문하자, 강 장관이 “그 당시 상황을…”이라며 답변하면서 설명을 이어가려하자 김 의원은 “동의하느냐”고 쏘아붙였고, 강 장관은 “그렇게 단답식으로 말씀하시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에 회의장에서는 강 장관을 비난하는 의원들의 고성이 터져 나오면서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잘못했다고 얘기하라. 네가 다 죄인이다. 뭐 그렇게 변명이 많냐”며 반말 섞인 호통을 치기도 했다.
이성한 경찰청장 역시 같은 질문에 대해 “좀 더 신속한 조치가 있었다면…”이라며 어쩔 줄 몰라했고, 김 의원은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거냐”며 “어떻게 그런 뻔뻔한 답변을 할 수 있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역시 “야당 의원들이 저렇게 질문하면 ‘무조건 우리가 잘못해서 사람을 못 구했다. 죽을 죄인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게 장관의 태도 아닌가”라며 “실종자가 남아 있고 이렇게 됐으면 ‘우리가 잘못해서, 책임자가 잘못해서 죽을죄를 졌다’고, 이렇게 답변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사건 당시 오전 8시52분 학생들이 처음 전화한 후 네 건이나 신고가 접수됐다”"며 “당신이 그렇게 무능하게 있을 때 학생들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며 정확한 사건 접수 시간문제를 거론했다.